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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3 화

문훈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아빠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아빠에게 제대로 상처를 줬다는 걸 알고 있다. 훈아는 쓸쓸한 아빠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

원원이는 위에서 내려오더니 오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아빠 갔어. 내 말에 상처받았을 거야.” 아이는 자책하며 고개를 숙였다. 훈아는 불편한 마음으로 동생에게 대답했다.

“오빠, 나 원아 아줌마 보고 싶어.”

아빠 같은 건 재미도 없고 맛도 없었다. 무서운 표정으로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선생님보다도 더 싫었다. 문원원은 주말에 아빠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원아 아줌마는 다르다. 원아 아줌마는 예뻤고 몸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

“원원아, 원아 아줌마 있는 곳에 데려다줄까? 나, 원아 아줌마 어디에 사는지 알아!” 문훈아는 말을 하더니 동생의 손을 잡았다.

문원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쌍둥이는 죽이 척척 맞았다.

두 사람은 바로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

그들은 주소를 말한 뒤 원아가 살고 있는 단지로 향했다.

택시 뒤에서는 문씨 집안의 기사가 미행하고 있었다.

택시가 ‘수성 아파트’라는 단지에 도착하자 그들을 미행하던 기사는 문소남에게 전화했다. “대표님, 작은 도련님과 작은 아가씨는 ‘수성 아파트’라는 곳에 왔습니다. 지금 단지 입구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기사님은 눈에 불을 켠 듯 두 아이를 주시했다.

“오빠, 원아 아줌마한테 전화해 볼까?” 원원이는 고개를 들어 동네 입구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에 원원이는 조금 무서워졌다.

훈아도 원아 아줌마가 여기에 살고 있는 것만 알았지, 그녀가 몇 동 몇 층에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문훈아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길가에 세워진 문씨 집안의 차를 봤다. 아빠가 사람을 붙여 그들은 감시할 거라는 건 이미 예측하고 있던 일이었다.

훈아는 동생을 데리고 공중전화에 가서 전화를 하려고 했다. 그러던 그때 훈아는 원아 아줌마를 발견했다.

원아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자 제자리에 얼어버렸다.

대표님의 아이들은 왜 자꾸 여기에 오는 거지?

원아는 두 아이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면 사람들이 보기 좋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또 무슨 스토리를 만들어 소문을 낼지 모른다.

최악의 결과로는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원아는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걸어가더니 순진한 표정을 짓는 두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기는 왜 왔어?”

“나, 나 동생 데리고 택시 타고 왔어! 아빠랑 싸워서 아빠가 화냈는데, 동생이 놀라서… 우리 갈 곳이 없어.” 문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에 남기 위해서는 아빠의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원아는 허리를 숙여 아이의 불쌍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훈아의 말랑한 볼을 만지더니 걱정스럽게 말했다. “말 들어야지. 집에 들어가. 부자의 싸움은 칼로 물베기야. 아빠도 홧김에 그랬던 걸 거야. 지금쯤 아마 화낸 걸 후회하고 있을걸?”

아빠에게 혼난 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봤자 결국에는 남의 아이다. 그녀가 그들 일에 나설 자격은 없었다.

남을 수 있는 이유가 사라지자 문훈아는 할 수 없이 동생의 손을 꽉 잡았다.

원원이는 신의 명령이라도 받은 듯 고개를 숙이더니 입을 삐죽 내밀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툭 건들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알겠어. 아줌마 귀찮게 안 할게. 그럼 동생 데리고 먼저 갈게……” 문훈아는 고집스럽게 동생의 손을 잡으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원원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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