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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조금 전 위 경찰관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에 그녀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생긴 후유증 같았다.

반면 여형민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살면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일을 해결하는 데서 원칙도 없이 분쟁을 조정하는 중재인이에요.”

그는 보기 드문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에 제가 담당했던 소송 당사자들은 대부분 가정폭력 피해자들이었거든요. 그녀들은 남편들에게 맞아 멍투성이가 되어 병원에 실려 갔다가 용기 내어 경찰한테 신고하면 늘 흐지부지하게 끝났어요. 이는 그녀들의 집안 사정이기에 끼어들기 애매하다며 남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라고 설득했어요. 그들은 사건 해결률과 자신의 명분을 지키기 위해 법이 아닌 정으로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어요. 결국 그들은 임무를 완수했기에 기분이 홀가분하겠지만 그들 말에 따라 남편을 용서한 여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평화로운 가정이 아니라 더욱 심해진 가정폭력이었죠.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어요. 전 늘 이렇게 생각해요. 만약 그들이 맡은 바 일에 책임을 다하고 법을 엄격히 준수하면 이 세상에 일어날 비극은 아주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거라고요.”

그가 한 말은 심유진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전에 그녀는 대부분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게 바로 전망 즉 돈이라고 생각했다.

여형민을 포함한 변호사라는 직업도 이름을 날리게 되면 재판 승소 한 번에 일반인들의 일 년 치 월급보다 몇 배나 높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녀는 처음으로 여형민에게서 사회적 책임감의 무게를 깨닫게 되었다.

“날 너무 숭배하진 말아요.”

아무래도 그녀의 눈빛에서 존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는지 여형민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지금 상황을 바꾸고 싶은 건 태어날 때부터 착했던 이유가 아니라 사실 어릴 때...”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한층 어두워진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집에 일이 좀 있었거든요.”

심유진은 미안한 마음이 샘솟았다.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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