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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우아한 옷차림의 중년 귀부인이 문을 닫는 순간 사악한 표정을 드러냈다.

오래전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오면서 심유진은 당황스러움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짝!”

청아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해에 비하면 힘은 많이 줄었지만 심유진은 여전히 볼이 따끔했다.

“개망신을 전국에 퍼뜨리니까 네가 대단한 짓이라도 한 것 같아? 어쩜 아직도 내 속을 썩여! 네 동생을 좀 따라 배우란 말이야!”

예상했던 욕설이 줄줄이 새어 나왔다. 심지어 내용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심유진은 조건반사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려다가 제때 입을 닫았다.

그녀는 더 이상 남의 눈치만 보고 사는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성장했고 독립적이며 용감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녀는 이미 그들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심유진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얼굴에서 전해지는 고통 때문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더니 괴이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저번 만남 때 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기억하세요?”

그때 심유진은 핍박에 의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뺨도 여러 번 맞았었다.

“꺼져! 멀리 꺼질수록 좋아! 앞으로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난 너 같은 딸을 낳은 적 없어!”

칼처럼 잔인한 말들이 심유진의 마음을 사정없이 후려갈긴 바람에 지금까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영은도 떠오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네가 일을 크게 벌이지만 않았어도, 네 아빠 친척들때문에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일만 없었어도, 내가 이렇게 널 찾아왔을 것 같아?”

그녀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때는 당당하게 가출한다느니, 가족들과 인연을 끊겠다느니 그러길래 혼자 얼마나 잘 사나 했더니! 하!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싶다고... 그 권리는 가졌는데 결과는? 시골 남자한테 시집간 것도 모자라 정신병자랑 엮여!”

심유진은 예전의 상처가 마음속 깊이 박힌 탓에 그녀가 아무리 윽박질러도 흔들림 없었다.

“잘 지내든 말든, 누구한테 시집가든 당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잖아요.”

사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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