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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맞아요. 부산에서 나고 부산에서 자랐죠. 하지만 대학을 대구로 와서 여기서 일도 구하고 정착한 거예요. 그 후로는 부산에 갈 이유도 갈 필요도 없었고요.”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평소답지 않게 단호한 그녀의 모습에 허태준은 잠시 멈칫했다.

“그럼 대학 입학 이후에는 가족들과 연락하지 않고 산 거야? 아까 심연희 씨가 당신을 찾았다고 하던데.”

심유진은 한참 후에 대답했다.

“맞아요.”

“왜?”

허태준은 사실 그녀가 가족들과 연락하지 않은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가 직접 말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심유진은 입을 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심유진은 어색한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 호텔 밖으로 나왔다.

“근데 허태준 씨 부산으로 출장 간 거 아니었나요? 설마 정재하 씨 파티 때문에 온 거예요?”

“맞아.”

그녀는 허태준이 정재하에게 그녀를 위해서 돌아온 것이라고 말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 대구에 볼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온 거야.”

심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약간의 실의에 빠졌다.

**

허태준은 심유진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가 모는 차는 여전히 원래의 그 마세라티였다. 그가 그녀를 위해 산 롤스로이스는 장식품처럼 한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심유진은 매번 그 롤스로이스를 지나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

허태준도 그녀가 불편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불편해할 필요 없어. 여형민 주면 되니까.”

“……”

“앞으로 네가 원하지 않는 건 강요하지 않을 게.”

‘그게 내 마음이라고 할 지라도 말이야.’

**

다음날.

객실을 확인하던 심유진은 우연히 심연희와 마주쳤다.

심연희는 즉시 그녀의 팔을 껴안으며 “언니~” 라고 말했다.

심유진은 심연희가 살갑게 다가올수록 마음이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심연희는 턱을 그녀의 어깨에 대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

“언니 시간 있으면 대구 좀 구경 시켜줘!”

심연희의 말에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심연희가 빨리 돌아가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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