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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사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심유진은 예전 일을 회상해도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저 하은설이 요리 솜씨가 없어 자신이 임신했을 때 다른 임산부보다 적게 먹어 별이가 저체중으로 태어난 정도다. 그래도 건강한 정도였다.

이곳은 산후조리라는 개념이 없었다. 더구나 한국에서처럼 산후 도우미가 없었기에 그 기간 심유진은 자신의 힘과 하은설의 돌봄으로 버텼다.

다행히 심유진은 몸이 건강해 산후 후유증이 없었다.

“어렸을 때랑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심유진은 웃었다.

심유진은 가볍게 말했으나 허태준은 가슴이 아렸다.

심유진이 말하는 아무것도 아닌 일은 허태준에게 있어서 엄청난 일이었다.

그녀가 당한 고통은 모두 자신 때문이었다.

허태준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심유진에게 더욱 잘해주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다 해도 그 때문에 받은 상처는 씻을 수 없을 것이다.

허태준의 얼굴이 점차 어두워지는 것을 보며 심유진은 조금 미안해졌다.

“자책하지 말아요. 내가 임신한 것도 당신은 몰랐잖아요.”

“다음에 내가 임신하면 매일 맛있는 음식 해줘요.”

“다음?”

허태준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심유진을 쳐다봤다.

“좋아요.”

자신이 말을 잘못한 사실을 알아챈 심유진은 재빨리 덧붙였다.

“지금 당장이란 말은 아니에요. 진정해요! 별이가 아직 어려요. 적어도 초등학교는 들어가야죠.”

심유진은 둘째를 꺼리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어린 시절을 물려주는 게 싫어 심유진은 딩크족을 선택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를 여러 명 낳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능력도 되니 잘 키울 자신도 있었다. 그리고 아이 아빠의 유전자도 우수했다.

그러나 둘째를 낳는 일은 그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아니었다.

가장 먼저 심유진은 아이 아빠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아이 아빠가 동의하는 것 같으니, 다음으로 별이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심유진은 별이에게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남자를 찾을 생각도 없었고 별이가 아직 어려 정확한 판단을 할 거로 생각지도 않았다.

별이가 더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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