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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여보.”

허태준은 다시 한번 말했다.

그는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심유진을 쳐다봤다.

처음으로 여보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심유진은 일부러 허태준의 눈을 피했다. 그녀는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투덜거렸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뭐라는 거예요.”

“계속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못했어요.”

허태준은 여우처럼 반달 같은 눈에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꺼냈다.

그의 수상한 모습에 심유진은 괜히 긴장되었다.

“내 옆으로 와봐요.”

허태준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그녀를 불렀다.

그의 부름에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다.

거리가 좁혀지자 허태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재빨리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

“악!”

심유진은 맥없이 튼튼한 그의 가슴 근육에 부딪혔다.

허태준은 그녀를 꽉 껴안아 그의 따뜻하고 촉촉한 콧김이 그녀의 볼에 부딪혔다.

그는 자주 이런 투박한 방식으로 심유진을 껴안았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심유진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짜증 냈다.

“좀 부드럽게 안아 줄래요?”

언뜻 화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애교가 섞여 있다.

“알겠어요.”

허태준은 평소와 달리 온화한 태도로 수긍했다.

“많이 아팠어요?”

그는 고개를 숙여 심유진의 손목을 “호호” 불어줬다.

그의 입바람은 산들바람처럼 간질간질했다.

심유진은 그를 빤히 쳐다봤다.

허태준의 긴 속눈썹을 너머로 마음 아파하는 눈빛이 보였다.

정말 태양이 서쪽에서 뜨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여보.”

허태준은 멈칫했다.

몇초의 정적이 흐른 후, 허태준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허태준은 믿을 수 없어 입은 파르르 떨렸다.

그의 모습은 조금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다, 다시 한번 불러봐 줘요!”

허태준은 감정이 벅차올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의 마음은 하늘로 치솟듯 기뻤다.

그의 반응에 심유진의 얼굴도 덩달아 붉어졌다.

심유진은 얼렁뚱땅 상황을 피하려 했지만 허태준은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다시 불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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