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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녀를 찾았나?

송씨 저택에서 나온 성연은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갔다.

최고급 스위트 룸을 잡은 성연은 샤워를 한 후 넓고 푹신한 침대에 엎드려 누웠다. 시큰거리는 목을 잠시 주무른 뒤 머리를 베개에 묻고 세상 모르게 한숨 잘 생각이었다.

막 잠이 들려는 찰나, 테이블 위에 올려 둔 휴대전화가 울렸다.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발신자 번호를 슬쩍 본 성연은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비록 저장해 놓진 않지만 기억력이 좋은 성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 송종철의 번호였다.

연속해서 몇 차례나 울렸지만, 성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 벨 소리가 울리게 그냥 둔 채 그쪽으로는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또 다른 벨 소리가 울릴 때까지 성연은 눈을 뜨고 있었다. 살짝 들려 올라간 가는 눈꼬리가 완벽한 이목구비에 날카로운 느낌을 더했다.

전화를 집어 든 그녀는 헤드셋을 끼고서 전화를 받았다.

성연이 직접 디자인한 헤드셋으로,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소리는 절대 새어 나가지 않는다.

“보스, 제가 직접 나서서 혈귀, 그 개자식을 잡으러 북성에 갈까요?”

서한기가 걸어온 전화였다.

혈귀의 행방을 알았을 때, 서한기는 감정을 좀처럼 억제할 수가 없었다.

혈귀는 그들 조직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놈이었다. 하마터면 조직원 두 명을 잃을 뻔했다.

이 배신자는 반드시 잡아와야만 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성연에게서 아무런 말이 없자, 서한기 역시 어떤 동작도 취할 수가 없었다.

얼굴에 표정을 지운 성연이 발 아래 드리워진 북성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필요 없어. 내가 직접 나선다.”

이번에는 서한기가 멍하니 있다 놀란 나머지 말까지 더듬거렸다.

“어? 보스, 직접 나서시게요? 보스까지 움직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북성으로 돌아왔어. 앞으로 한동안 북성에서 생활할 가능성이 높아.”

이어서 성연은 담담한 음성으로 서한기에게 자신의 현재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서한기는 보스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다. 송성연의 손에 떨어진다면, 그게 누구든 국물도 없을 것이다.

서한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보스가 나서면 혈귀는 절대 도망갈 수 없겠군.’

“혈귀는 지금 어디에 있어? 소식이 있는 거야?”

침대에 기댄 성연의 곧게 뻗은 새하얀 다리가 욕의 사이에서 보일 듯 말 듯했다.

“믿을만한 정보에 의하면, 혈귀가 최근 킹스 클럽에 출몰한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행적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서한기가 사실대로 보고했다.

“알았어, 내일 가보지.”

성연이 전화를 끊고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올려 덮었다. 그리고 곧바로 깊은 수면에 빠졌다. 천둥이 쳐도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

북성, 엠파이어 하우스.

어두운 방안은 바람 한 점 들지 않을 정도로 꽉 막혀 있었다. 짙은 검은색으로만 온통 채워진 방은 사람들에게 무형의 위압감을 주었다.

그 가운데 강무진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허리와 배 사이에 감긴 흰색 붕대가 유난히 눈부셨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바로 닫혔다. 곧이어 발자국 소리는 사라지고 손건호가 그의 앞에 섰다.

“보스, 내일 밤 염문 쪽에서 거래를 하려고 합니다. 칩이 그들 손에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막을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일 겁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직접 현장에 나가겠다.”

나지막하면서도 명료한 음성은 북풍한설같이 온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보스의 상처가…….”

손건호가 강무진의 복부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강무진이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괜찮아. 그 여자 아이의 약이 잘 듣는 군. 진통에도, 회복에도 모두 효과가 좋아.”

약 생각을 하자 마치 코끝에 은은한 약 냄새가 감도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강무진이 고개를 들어 손건호를 보았다.

“아직 못 찾았나?”

손건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쪽 사람들이 마을의 학교를 샅샅이 훑었지만, 의술을 할 줄 아는 여학생은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대에 살던 한 여자아이가 확실히 좀 특이해서, 사람들이 모두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말하는 중간에 손건호는 자료를 강무진에게 건네주었다.

자료의 맨 위에 쓰여진 ‘송성연’이라는 이름이 불쑥 눈에 들어왔다.

이어 송성연의 이름과 마을에서의 생활 행적이 기록되어 있었고, 자료의 맨 아래에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여자아이는 세심하게 붓으로 그린 듯 유난히 예뻤다. 특히 아름다운 두 눈은 종이 한 장만을 사이에 두고 있을 뿐 마치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강무진은 실눈을 한 채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자료를 천천히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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