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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시작해라

날파리 같이 귀찮게 웽웽굴던 두 사람이 떠나자, 성연은 점심을 먹고 백화점으로 갔다.

5성급 호텔 바로 옆이 북성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몰이었다. 몰 안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곳곳에 조화롭게 자리한 각종 매장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의류 매장에 들어간 성연은 눈에 들어오는 옷을 집어 들고 가격표도 보지 않은 채 바로 매장 직원에게 포장하게 했다.

쇼핑을 끝낸 성연은 호텔로 돌아와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 본바탕이 좋은 그녀는 옅은 화장으로 충분했다. 길게 뻗은 아이라인에 약간의 음영을, 맑고 선명한 눈에 약간의 색감만 더했을 뿐이다. 몸에 딱 붙는 반 슬릿 레드 스커트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탄 성연은 바로 킹스 클럽으로 향했다.

성연이 클럽에 들어서자 즉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바로 갔다. 비어 있는 좌석에 툭 걸터앉은 성연이 색이 예쁜 칵테일 한 잔을 주문했다.

앉은 지 얼마돼지도 않아 다가와 말을 걸은 남자가 벌써 여러 명이었다.

“아가씨, 혼자 왔어요?”

와인색 슈트를 걸친 남자가 다가왔다. 왁스로 머리를 가지런히 뒤로 빗어 넘긴 남자는 자리에 선 채 일부러 손목에 찬 명품 비취시계를 슬쩍 드러냈다.

삽시간에 시선을 아래로 내린 성연이 다시 따분하다는 듯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의기양양한 기색이던 남자가 얼굴을 굳혔으나 곧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말했다.

“아가씨, 제가 안에 룸을 하나 빌렸는데, 안에 가서 한 잔 같이 마시지 않겠어요?”

말하는 남자의 손이 성연의 손등으로 뻗어왔다.

곧 ‘우드득'하고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손을 가린 채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사납게 성연을 쳐다보는 남자의 눈이 음흉하게 변했다.

“내 눈에 띈 것 자체가 네 복이야. 이 몸의 호의를 무시해선 안되지!”

성연이 슬쩍 올라간 입술에 검지를 갖다 세웠다. 이어서 손목을 슬슬 돌리기 시작했다.

“손목을 잃고 싶지 않으면 얼른 꺼지는 게 좋을 거야.”

또 무슨 말을 하려던 남자의 손가락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얼굴이 새파래진 남자가 성연을 가리키며 소리질렀다.

“너, 너 기다려!”

그녀에게 말을 걸려 다가왔다가 이 장면을 목격한 남자들이 모두 쭈볏거리며 물러났다.

주위를 휙 둘러본 송성연은 다시 자리에 앉아 대수롭지 않은 듯 와인을 마셨다. 마치 좀 전의 일들은 그녀와 무관한 것처럼.

그 도도한 자태에 아무도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같은 시각, 킹스 클럽 2층.

휠체어에 앉아 있음에도 강무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카리스마는 어쩔 수가 없었다.

조각같이 완벽한 그의 얼굴이 조명 아래 슬쩍 드러났다. 곧게 뻗은 코는 불빛 아래에서 더 날카로워 보여 그가 풍기는 음산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휠체어에 앉은 그는 VIP 룸의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곁에 서 있는 손건호가 매서운 눈빛으로 아래층을 훑어보았다.

돌연, 그의 시선이 잠시 멈추었다. 1층에서 움직이던 검은 그림자 몇 개가 이쪽으로 시선을 보내는 것이 보였다.

잠시 정지해 있던 손건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보아하니, 둘째 숙부님은 정말 보스에 대해 마음을 놓지 못하시는군요.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걸 보니 말입니다. 요 몇 년간 보스가 장애가 있는 척하고 위협이 되지 않는 듯이 보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둘째 숙부님은 벌써 보스에게 손을 썼을 겁니다!”

손을 들어 휙 내젓는 강무진은 이 사람들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듯했다.

낮게 깔려 나오는 그의 음성은 지극히 냉랭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오늘 밤 목적은 칩이다. 그 안에는 세계 최신 기술의 스카이 아이(Sky Eye) 시스템이 들어 있다. 가치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이니, 반드시 우리 손에 넣어야 해.”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 룸에 들어가는 인영 하나가 그들의 시선에 포착되었다.

문에 들어선 인영은 탐색하듯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바로 그들이 기다리던 사람이 확실했다.

강무진이 고개를 들어 검지로 가리키며 지시했다.

“시작해. 아래층의 그림자들은 따돌리고.”

“예.”

손건호가 몸을 돌려서 나갔다.

그 인영을 주시하고 있던 송성연 역시 술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뒤를 쫓았다…….

룸 안에서는 한창 칩 거래가 진행 중이었다.

거래하는 사람은 바로 송성연 쪽의 배신자 혈귀였다. 그리고 룸 안에는 정체불명의 구매자 한 명이 더 있었다.

룸 입구까지 다가선 성연의 손끝에서 돌연 수정구 두 개가 튀어나왔다. 성연이 공 두 개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놀렸다.

이 수정구가 바로 그녀의 무기였다. 양 사이드의 버튼을 누르면 긴 채찍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었다…….

입꼬리를 말아 올린 그녀는 입가에 피에 굶주린 듯한 살기를 띠었다.

쾅!

그녀가 양 사이드의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 바닥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곧이어 룸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댓글 (2)
goodnovel comment avatar
이선미
말거는 것도 죄냐?
goodnovel comment avatar
이선미
싫으면 싫다고 할것이지 왜 대뜸 폭력인데..상대방이 강제성을 띠고 행동하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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