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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무용지물 같은 존재

탕에는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접시에는 허연 고기 몇 점 걸려 있을 뿐이었다.

성연은 위가 쓰려 왔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눈앞에서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북성의 명월각 요리가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가서 한 상 주문하면 얼마나 할까요?”

성연의 수중에 돈이 없다고 믿고 있던 송종철은 성연의 말을 듣자 ‘쿵’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또 며칠 전 성연이 5성급 호텔에 묵으며 썼던 수백만 원을 그가 계산했던 게 생각났다.

명월각 요리는 보통 당일 해외에서 공수해 온 고급 식자재에다 최상품의 술까지 더하면 기본이 수백만 원이었다.

‘성연이 쟤가 진짜 가면 결국 또 내가 돈을 내야겠지?’

임수정이 몇 백만 원을 써도 두고두고 속이 쓰리고 아팠는데, 하물며 수백만 원이라니!

이 놈의 딸 송성연은 도대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불쑥 화가 치밀어 올라 괜히 애꿎은 집사를 불러 호통을 쳤다.

“뭣들 해? 아가씨 먹을 거 준비 안 하고?”

괜히 자신에게 화풀이하고 있음을 잘 아는 집사는 목을 움츠린 채 별 다른 대꾸 없이 주방에 일러 음식을 준비하게 했다.

지켜보던 성연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

그리고 별 말없이 털털하니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로 모바일게임을 했다. 볼륨을 키워 성가시게 하는 세 사람의 음성을 차단시켜 버렸다.

성연을 골탕 먹이려다 실패한 임수정과 송아연은 화가나 죽을 지경이었다.

저 아래에서 증오심이 끓어오르고 가슴이 답답했다.

다리를 꼬고 앉아 게임 삼매경에 빠진 성연을 보며 임수정이 비아냥거렸다.

“너는 허구한 날 공부는 안 하니?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 거야? 시간 있을 때, 아연이에게 좀 많이 배워라, 얘. 아연인 일전에 피아노 콩쿠르에서 2등 하고, 또 학교 성적도 학년 전체에서 10위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어.”

“뭐 시골에서 교육받고 자란 너한테 무슨 기대를 하겠니? 그래도 얼굴이 반반해서 다행이네. 아니면 시집도 못 갈 텐데 말이야.”

송아연도 가슴을 내밀며 경멸스럽다는 듯 성연을 쳐다보았다.

‘예쁘게 생겼으면 뭐 해? 얼굴만 반지르르한 빈 껍데기 주제에.’

성연이 고개를 숙인 채 화면을 광클릭 하며 고개도 들지 않았다. 임수정의 비아냥이 아예 들리지도 않는지 대꾸도 없었다.

임수정이 입이 마르도록 조롱의 말들을 쏟아냈지만, 성연은 아예 반응이 없었다.

마치 주먹으로 솜이불을 내려치는 것처럼 제 힘만 빠졌다. 속이 시원한 것도 아니고 가슴만 답답해지는 것 같아 화가 나 살이 다 떨렸다!

송종철은 옆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는 애초에 성연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꼴을 보니 실망이 극에 달했다.

결국 그에게 아무 도움도 안되는 무용지물 같은 존재인 것이다.

송종철은 벽에 걸린 송아연의 금빛 찬란한 트로피를 보며위로를 얻었다.

‘둘째 송아연 때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군!’

‘이제 조금만 참으면 송성연은 떠날거야!’

‘강씨 집안에서 오늘 아침 송성연의 사주팔자를 받아갔으니, 궁합만 제대로 맞으면 결혼식도 필요없을지 몰라!’

‘내게 이런 부끄러운 딸이 있는 줄은 아무도 모르겠지? 난 그저 값나가는 예물만 받으면 그만이야!’

‘조금만 참자! 조금만! 비위나 맞추면서 며칠만 견디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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