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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잘 들었니

성연은 밖이 잘 보이지 않게 커튼을 내리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회색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남자를 보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영원히 피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스위치를 내려 불을 꺼버렸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이 어둠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두 눈을 꼭 감고 잠든 척했다. 이렇게 하면 약혼자라는 사람과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밝았던 방이 갑자기 어두워진 것을 본 강무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집사가 몸을 굽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할머님께서 오늘 그분을 이곳에 데리고 오셨습니다.”

강무진은 못마땅한 듯 아무 말이 없었다.

“보스, 그분을 다른 방으로 모실까요?”

위층 방을 바라보는 손건호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강무진은 다른 사람이 자기 물건을 건드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더군다나 그 방은…….

강무진이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는 물음에 대해 대답은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나를 위층으로 데려다 줘.”

손건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집사는 뒤에서 휠체어를 들고 따라왔다.

그를 방 앞까지 데려다 준 뒤, 손건호와 집사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강무진은 자존심이 센 사람으로 자신의 ‘영역’이 다른 사람에게 침범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방은 평소 집사나 가정부가 청소할 때를 제외하면 신뢰가 두터운 몇 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른 사람은 절대 들어갈 수 없었다.

휠체어를 타는 강무진 때문에 집안에는 턱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휠체어를 움직여 방으로 들어간 뒤, 아무것도 모르는 척 행동했다.

이불 속에 숨어 바깥 동정에 귀를 기울이던 성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그 많은 방 중에 하필 이 방이 그의 방은 아니겠지? 설마!’

‘이게 다 무슨 일이람!’

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바람을 무참히 짓밟았다.

강무진은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의 몸으로 물줄기가 떨어졌다.

직선으로 흘러내리던 물줄기가 가슴과 배의 근육을 따라 옆으로 굽었다.

완벽한 역삼각형의 몸은 섹시한 매력이 있었다.

애석하게도 이런 그의 몸을 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물소리가 멈추고 멋진 몸은 이내 검은색 가운에 꽁꽁 싸였다. 드러난 쇄골 위로 물방울이 흘렀다.

찰칵-

욕실 문이 열렸다. 강무진은 조용히 침대 옆으로 걸어가 이불 속의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모든 소리가 멈추자, 정적이 가득했다.

이불 속에 파묻혀 있던 성연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장애가 있다더니?’

‘혼자 옷을 벗는 건 물론이고 목욕까지? 혼자 목욕하는 건 장애인에게는 고난도의 동작인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소리는 못 들었어.”

‘설마 내 정보가 틀렸나?’

성연은 재빨리 이불을 젖히고는 주먹을 쥔 채 공격 자세를 취했다.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그녀를 덮었다.

“잘 들었어?”

남자의 목소리는 차가우면서도 매력적이었다. 목소리를 감상할 겨를도 없이 깜짝 놀란 성현이 남자의 하반신을 향해 다리를 뻗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발목을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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