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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보스까지 꽉 잡고 있다

진우현의 입이 쩍 벌어졌다. 강무진이 송성연을 자기 옆에 앉힌 것만해도 희한할 일인데, 지금 자기 손으로 여자를 만져?

성연은 다른 사람과의 신체 접촉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남자라면 더.

반사적으로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뭐예요?”

별다른 의도가 없었던 무진은 눈살을 찌푸리는 그녀를 보고는 잡았던 손을 놓았다.

“여기서 학교 다니기가 불편할 거야. 일러 두었으니 앞으로 기사와 함께 통학하도록 해.”

수고를 줄일 수 있다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성연이다.

“감사합니다.”

짧은 감사를 전한 뒤, 돌아섰다.

거침없고 시원스러운 동작엔 조금의 어색함이나 머뭇거림도 없어, 마치 자기 집에 있는 모양새다.

성연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무진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입가엔 느슨한 웃음이 걸려있었다.

무진의 눈길은 한참이나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우현은 오늘 연신 놀라는 중이다.

접착제처럼 성연의 뒷모습에 달라붙은 무진의 눈을 보며 불만에 찬 목소리로 그 시선을 잘라냈다.

“그 정도 봤으면 이제 눈 좀 돌려라. 하, 저 만년 고목에도 꽃이 피는 거야…….”

강무진의 성질과 그의 병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로서는 무진이 평생 고독하게 지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더 빨리 솔로 탈출이라니!

서서히 눈빛을 거둔 무진은 더 이상 성연에 관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곁눈으로 우현을 힐끗 쳐다본 뒤, 의자 등받이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었다.

“불면증의 특효약을 찾았어. 이제 넌 안 와도 돼.”

말문이 막힌 우현은 똥 씹은 듯 일그러진 표정이 되었다. 오랜 시간 의학연구에 전념해 온 인생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듯했다. 게다가 이제 실업의 위기에까지 직면했다.

‘역시, 친구보다 여자가 먼저인 놈이었어!’

한쪽에 섰던 손건호는 잔뜩 풀 죽어 있는 진우현을 보며 속으로 동정을 금할 길이 없었다.

국제적 명성이 자자한 심리학의 대가가 일개 고등학생에게 밀리다니 말이다.

자신이 밀린 이유를 진우현은 아직 모를 것이다.

좌절에 빠져 허우적대는 진우현의 보기 드문 모습은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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