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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보스 어린 아내를 편들다

방과 후, 이윤하는 성연을 교무실로 불렀다.

교편을 잡은 지 여러 해가 되었지만, 이렇게 자신을 거역하는 학생은 없었던 터라 정말 체면이 서지 않았다.

기록해 둔 보호자 연락처를 뒤져 송성연의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무료한 듯 발끝을 쳐다보던 성연은 전화를 건 대상이 송종철인지 임수정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그들 둘 다 창피하다며 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안 오는 게 오히려 덜 성가실 터였다.

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때는 또 한바탕 비난과 조롱이 쏟아질 것이다.

송종철의 가족은 하나같이 모두 체면을 목숨처럼 여겼다.

일의 과정이 어떻고 누가 잘못했고 등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도 두지 않는 이들이었다.

만약 송종철이 정말 온다면 또 소란을 피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는 성연이었다.

통화를 마친 이윤하 또한 성연을 보지 않았다. 일부러 성연을 한쪽에 둔 채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교안을 보는 척했다.

만약 지금이라도 성연이 잘못을 인정한다면, 굳이 억지로라도 보호자에게 좋은 말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렸어도 송성연에게서 아무런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곁눈질로 쳐다보니, 송성연은 처음 그 자리에 건들거리며 서서는 옆 자리 선생님의 교안에 대해 중얼거리고 있었다.

순간 기가 막혀 저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부러뜨릴 뻔했다.

‘아, 가르쳐서 될 아이가 아니야!’

약 20여 분이 지난 후, 문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돌아본 성은의 눈동자가 수축했다. 송씨 집안에서 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강무진이었다.

손건호가 미는 휠체어에 단정히 앉은 강무진이 교무실로 들어왔다.

이윤하도 강무진을 보았다.

휠체어에 앉았어도 강무진이 내뿜는 기세는 여전했다.

마주한 남자는 맑고 준수한 용모를 지녔다. 볼록한 눈썹 뼈 아래 자리한 두 눈동자는 얼음처럼 시리고 아름다웠으며, 얄팍한 입술은 냉기를 품은 듯 다물려 있었다. 온몸에서 발산되는 기운은 단지 저 휠체어에 앉아 있을 뿐임에도 강한 위압감을 주었다. 전신에서 고귀함이 흘러 넘쳤다.

이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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