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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존엄이 짓밟히다

무진과 성연이 거실로 들어서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흘깃 봐도 실내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고택의 넓은 거실 덕택에 빽빽할 정도로 붐벼 보이지는 않았다.

할머니 안금여는 정중앙 상석에 앉아 계셨다.

집안 모임이어서 그런지, 할머니는 가볍게 화장을 한 상태였다. 잘 관리된 얼굴에 눈썹을 그리고, 옅은 색의 립스틱을 바른 모습이 한층 우아한 느낌이었다.

40대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할머니는 찻잔을 들고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입가에 머금은 미소는 눈가까지 미치지 않았다.

둘째 작은할아버지와 셋째 작은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옆에 앉았고, 그 외 손아래 사람들은 자리에 앉았거나 직계 가장 뒤에 서 있었다.

분명 집안 모임이건만 성연이 보기에 설명하기 힘든 괴이한 분위였다.

성연이 무진의 휠체어를 밀고 거실 가운데로 들어가자, 무진이 차분한 표정으로 불렀다.

“할머님.”

무진과 성연을 본 안금여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바로 눈가로 이어졌다.

특히 성연을 보는 안금여의 눈은 반가움을 숨기지 못했고, 연신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금여가 성연에게 손을 흔들며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

“성연아, 할머니 곁으로 오려무나.”

성연의 이름이 나오자 모두 이쪽을 돌아보았다.

마치 하나의 동작을 보는 듯하다.

성연이 슬쩍 입꼬리를 세웠다.

‘강씨 집안 사람들답게 모두 호흡이 척척 맞는군.’

손아래 젊은이들은 밖에서는 제멋대로 행동할지라도, 집안에서는 어른들의 말에 순종해야 만 한다.

그러니 궁금해도 묻지 못한 채 기껏 쳐다보기만 했다.

역시 둘째 할아버지와 셋째 할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위에서 아래로 성연을 한 차례 훑어본 뒤에 안금여에게 말했다.

“형수님, 이 아이가 무진의 처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안금여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셨다. 성연을 대할 때만 따뜻한 빛을 드러낼 뿐이었다.

“그래요. 성연아, 이분들은 무진의 작은할아버님들이시다. 인사를 드리도록 하렴.”

“둘째 작은할아버님, 셋째 작은할아버님.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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