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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일부러 망신을 주다

오전 제4교시, 이제 막 편입한 성연은 원래 모범 학생으로 지낼 생각이었다. 적어도 선생님에게는 너무 나쁜 인상을 주지 않아야 했다.

선생님의 수업은 그냥 수면제였다. 어젯밤 강무진의 수면을 돕느라 밤새도록 잠을 설쳤던 성연은 졸음이 쏟아졌다.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잔뜩 힘을 주었으나, 서로 붙으려는 위, 아래 눈꺼풀을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머리가 쿵 하고 한 차례, 또 쿵 하고 한 차례 내려오더니, 결국 사나운 수마를 견디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린 채 잠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4교시 수업은 우등반의 담임 선생님, 이윤하였고, 수학 담당이었다.

마른 체형에 높게 올라온 광대뼈, 등 뒤로 가지런히 내려온 긴 머리카락. 냉정하고 엄격해 보이는 선생님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수업 방면과 학생에 대한 요구가 끔찍할 정도로 엄격했다.

북성남고의 별종으로 유명한 이윤하를, 학생들은 모두 ‘독사’라고 불렀다.

이윤하는 학습 태도가 나쁜 학생을 가장 싫어했다.

그래서 그녀의 수업은 설령 시늉만 내더라도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수업을 들어야 했다.

막 칠판에 문제를 판서한 이윤하가 교실을 한 차례 휘 둘러보았다.

모두 허리를 세운 채 앉아있는 가운데, 책상에 엎드린 송성연만 유독 눈에 띄었다.

‘감히 내 수업에서 자는 사람이 있어?’

이윤하의 표정이 착 가라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줄에서 자는 학생, 일어나서 문제에 답한다.”

그 말에 모두 속으로 경탄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 그렇게 간 큰 사람이 있어? 감히 ‘독사'의 수업 시간에 잠을 자?’

‘정말 그 용기가 가상하다!’

그런데 잠자는 사람이 송성연인 것을 본 모두는 재미있는 연극을 보는 눈빛이 되었다.

송성연은 입학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그야말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개중에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거슬려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만점 받아도 뭐 잠 못 자는 건 똑같지 않아?]

일부 아이들은 고소한 듯 소곤거리며, 이 만점자가 어떻게 ‘독사'의 분노에 대처할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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