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날 오후, 강씨 가문의 큰 집은 둘째, 셋째 일가와 완전히 분리되었다.성연은 계속 주식 거래 현황을 예의 주시하느라 집에서도 한가할 틈이 없었다.그러던 차에 WS그룹의 주가가 폭락했다. 그룹 본사뿐만 아니라 계열사 및 자회사, 그리고 그룹에서 투자한 회사들 할 것 없이.경제 관련 매체에서는 연일 강씨 가문의 내분에 대한 기사를 터트렸다.그러면서 북성시 주식시장은 일시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둘째, 셋째 일가와의 분리는 WS그룹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했다.이런 시기에 무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성연은 잘 알고 있다.지금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L-W사 쪽에 지시해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그래서 임병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발신자를 확인한 임병태가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당황해서 그런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보, 보스.”전화를 거는 순간 표정이 꽤나 굳어 있던 성연은 전화기 너머에서 더듬거리는 임병태의 음성에 풋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지금 어쨌든 한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인데, 그렇게 소심해서 어떻게 해?”임병태는 성연의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긴장했던 마음이 풀렸다.“보스하고 다른 사람이 같습니까? 그런데 보스,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네가 해야 할 일이 좀 있어. WS그룹에 관한 일이야.”성연의 음성이 금세 엄숙해졌다.“보스, 무슨 일이든 지시를 내려주세요. 수하들은 반드시 따를 것입니다.”임병태가 즉시 대답했다.성연이 임병태에게 간단히 몇 마디 하자, 임병태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보스.”성연과의 전화 통화 후, L-W사는 강무진 대표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향후 3년 간 40조에 이르는 협력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공표하였다.L-W사의 발표 기사를 본 성연은 매우 만족스러웠다.‘역시 임병태는 키워볼 만한 인재야. 바로 상황을 꿰뚫고 전세를 뒤집다니 말이지.’‘앞으로 무슨 일을 맡겨도 잘 해내겠어.’처음에는 임병태가 이 일을 감당하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집사가 마침내 입에서 머물던 물음을 던졌다.“작은 사모님, 지금 신문기사들에서는 도련님이 두 당숙들과 마찰 끝에 갈라서서 지금 회사 사정이 안 좋다고 난리던데, 정말입니까?”집사의 눈에는 무진과 회사의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빛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평소 집사가 자신과 무진을 얼마나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으로 잘 알고 있는 성연이다.집사에게 다른 안 좋은 마음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사실 그대로 집사에게 알려주었다.“맞아요.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무진 씨가 아니라 강명기, 강명재 두 당숙이에요. 새로운 후원자를 찾은 두 분이 우리 가문에서 나가려고 먼저 무진 씨를 공격한 거예요. 그래서 무진 씨도 어쩔 수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거구요.”성연의 말을 들은 집사가 분개하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저 두 사람이 얼마나 배은망덕한 종자들인지요. 예전 돌아가신 선대 회장님께서 저들을 얼마나 신경 써 주셨는데요? 결국 저들이 선대 회장님의 은혜를 이렇게 갚는다고요? 이제 와서 무진 도련님을 이처럼 몰아세우다니, 도대체 양심에 털이 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성연이 집사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괜찮아요, 무진 씨가 알아서 잘 할 거예요. 이번 일도 곧 지나갈 거예요. 누구도 무진 씨의 자리를 위협할 수는 없어요.”집사가 장탄식을 하며 말했다.“회사에 대한 일은 잘 모르니, 저로서는 그저 도련님 대신 집안을 잘 단속하고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작은 사모님이 도련님 곁에 있어 주셔야 합니다. 도련님은 사모님이 함께해 주기를 바라실 게 분명하니까요.”강씨 가문과 무진에 대한 집사의 마음씀씀이가 정말 각별했다.성연도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진지한 음성으로 집사에게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무진 씨가 필요로 하는 만큼 꼭 무진 씨 곁에 있을 게요.”집사는 무진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일지 성연에게 일장 연설을 한 후에 성연의 약속까지 받아 내고서야 자리를 떴다.성연도 집
성연은 속으로 감탄했다. ‘무진 씨, 처음부터 벌써 준비하고 있었나 보네.’강명기와 강명재가 돌아섰을 때를 대비해서 무진은 진즉 이 인수 건을 조커로 준비해 온 것이다.이제 WS그룹은 강명기와 강명재의 이탈에 악영향을 받기는커녕 주가가 반등했다.강명기와 강명재가 이 기사를 보고 열이 뻗쳐 죽을지도 모르겠다.무진의 이 한 수는 정말이지 너무나 절묘했다.성연은 거의 손을 들고 무진에게 박수를 보낼 뻔했다.자신이라면 이런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을 터.정말이지 비즈니스적으로 무진의 머리가 무지 뛰어나다고 말할 수 밖에는.‘대단해, 정말 대단해.’한창 무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무진에게서 전화가 왔다.“집에 있어?” 성연을 생각만해도 피곤이 싹 달아나는지 핸드폰 너머에서 무진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성연이 대답했다.“집에 있어요. 무진 씨는요? 식사는 했어요?”“아직, 너는?” 무진은 성연과 소소하게 일상을 나누는 이런 대화가 아주 좋았다.매일 사랑하는 사람과 어쩌면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여유.이런 생활이 무진을 매우 만족스럽게 했다.외부의 사나운 폭풍과 소나기를 자신이 막는 사이, 성연은 그저 집에서 마음 놓고 기다리면 된다.자신의 성연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다.‘성연이 이런 일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성연은 자신에게 어떠한 부담도 준 적이 없었다.최근의 일들로 스트레스가 쌓였던 무진은 어쩌면 성연에게서 위안을 찾고 싶었던 모양이다.만약 성연이 무진의 귓가에 대고 그런 걱정거리들을 종알댄다면, 무진의 마음도 좋지 않을 것이다.“아무리 바쁘다 해도 식사를 잊어서는 안 돼요. 무진 씨 몸 상태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야죠. 왜 그렇게 자기 몸을 생각 안 하는 거예요?”성연이 속 상한 마음에 잔소리를 했다.성연이 바깥 상황에 대해 모두 알았다는 걸 무진도 짐작했다.온 언론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마당이니,굳이 조사하지 않더라도 성연 역시 알 수밖에 없
강명재와 강일헌 부자, 그리고 강명기와 강진성 부자는 요 몇 시간 동안 주가 대폭락을 겪으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강무진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큰집 사람들을 자신들에게 굴복시키기 위해 작심하고 짜낸 한 수였다. 그러나 한참을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결국 WS그룹의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네 사람은 함께 모여 어떻게 해야 강무진을 끝장낼 수 있을지 서로 의논 중이다.강무진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생각하자 강일헌은 속이 뒤집어졌다.모두 자신들의 것이어야 마땅한 이것들이 어떻게 강무진의 손에 넘어가게 둘 수 있단 말인가?말 그대로 잘나간다고 할 수 있는 강무진은 지금 자신들을 발톱의 때 만큼도 생각지 않는데.강일헌이 어둡게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아버지, 반드시 방법을 찾아서 강무진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둘째, 셋째 일가가 어디에 얼굴을 내밀고 다니겠어요?”“말이야 쉽지. 너 여지껏 그렇게 무시하던 강무진을 이기지도 못해?” 이때 한창 화가 나 있던 강명재가 툭 쏘아붙였다.자신들이 의도를 가지고 낸 수였다.그런데 강무진에게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었다.커다란 돌덩이를 내던졌는데 물 한 방울 튕기지 못했으니, 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는가?“형님, 이 일로 일헌이를 탓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강무진을 너무 과소평가했어요. 지금의 강무진은 수완이 정말 대단합니다. 우리가 손 쓰기도 힘들 정도로요.”강명기가 강명재의 뒤를 이어 말을 받았다.강일헌이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숙부님 말씀이 맞아요.”“어디서 쓸데없는 핑계를 대는 거냐?” 강명재가 노려보자 겁이 난 강일헌이 목을 움츠렸다.강진성이 아래 턱을 쓸며 말했다.“진짜 말도 마세요. 지금 강무진은 진짜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뾰쪽한 수가 없어요.”“어쨌든 한 번은 강무진을 손 봐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두 사람을 얼마나 개무시하겠어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하는 강명기의 눈에 잔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무진을 손 봐 주기 위해
저녁에 막 산책을 하고 돌아오던 중, 성연의 눈앞에 강명기가 나타났다.강명기를 보자마자 성연은 무의식중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성연을 본 강명기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질부, 괜찮아? 우리 잠깐 얘기 좀 하지.”성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강명기는 근처의 카페를 가리키며 말했다.“우리 들어가서 얘기 좀 할까?”성연이 고개를 돌려 보니 카페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또 엠파이어 하우스와도 가까운 편이었다.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만큼 강명기도 그리 대담하지는 않을 터.그래서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두 사람은 카페 내 칸막이가 둘러쳐진 자리에 앉았다.강명기는 성연의 옷차림을 훑었다. ‘그다지 고가의 브랜드는 아니군.’그리고 성연이 시골에서 왔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러면 분명 명품 같은 물질에 약하겠지?’“송양, 강씨 집안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지? 무진이처럼 경계심이 심한 사람은 무슨 일이든 송양을 경계하며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무척 힘들거야.”강명기가 은근슬쩍 어르는 투로 성연에게 말을 건넸다.성연은 그저 강명기의 말이 가소롭게 느껴질 뿐이다.‘바로 자기 얘기하는 거 아냐?’‘무슨 용기로 남을 얼굴에 먹칠하는지 모르겠군.’‘설마 자기 본성이 어떤 지도 모르는 거야?’성연은 강명기의 말에 구역질이 났지만 얼굴을 맞대고 말을 섞기도 귀찮았다.“당숙님, 하실 말씀이 있으면 그냥 솔직하게 하세요.”강명기가 도대체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일까 하며 빙빙 돌려서 하는 말을 해석하고 할 생각이 없었다.“송양, 에전의 생활에 대해서는 나도 좀 들은 바가 있다. 무진과 같은 이 곁에 있으면 행복하기가 힘들어. 우리와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게야. 무진의 일정과 서류들에 대해서 알려주면 내가 불시에 2억을 줄게. 괜찮지 않아? 잘 생각해 봐.”강명기는 속으로 꿍꿍이를 품고 제안했다.자신이 제시한 조건 정도면 누가 되었다 해도 엄청난 유혹을 느낄 것이다
강명기가 귀가했을 때, 거실에 있던 강진성은 자신의 아버지 안색이 안 좋음을 알아차렸다.평소 늘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 강명기는 극도로 화가 났을 때만 바로 이런 표정을 짓는다.‘도대체 누가 아버지를 이처럼 화나게 한 거지?’강명기 옆으로 다가선 강진성이 음성을 낮추어 물었다.“아버지, 왜 그러세요? 무슨 일입니까?”옆에 있던 송아연도 귀를 쫑긋 세운 채 듣고 있었다.강씨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 주의를 기울여야 자신이 이 집안에 녹아들기 쉬울 거라는 생각이다.살아남기 위해 송아연은 이미 자신의 성격도 바꾸었다.강씨 집안에 있을 때면 강진성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만을 가질까 봐 성질마저 죽였다.노기등등한 목소리로 자신의 계획과 성연의 반응을 말하는 강명기의 눈에 음산한 빛이 어렸다.“송성연, 사리분별도 못하는 X!”‘내가 직접 찾아가서 제안을 하면 제 복인 줄 알아야지.’‘그런데 감히 그 망할 X이 내 제의를 거절해?’‘진짜 강무진 그 놈과 똑같이 강씨 집안만 믿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내가 WS그룹을 관리, 경영할 때에 아직 진흙이나 가지고 놀던 것들이 말이지.’‘지금 감히 내게 그런 말을 해? 정말 괘씸해 죽겠군!’강진성이 옆에서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그 여자애는 제가 진작부터 손볼 생각이었어요. 곧 기회가 있을 겁니다.”자신 또한 송성연에게 몇 번을 당했는지 모른다.하지만 송성연을 손볼 정당한 사유를 찾을 수 없었다.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손을 썼을 텐데 말이다.지금 송성연은 강무진의 약혼녀. 강무진이 몹시 아끼는 게 한 눈에 보여서 감히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강무진, 송성연, 기다려! 반드시 본때를 보여줄 날이 올 테니까!’강명기의 말을 들은 송아연이 즉시 끼어들었다.“저에게 방법이 있어요.”‘송성연에게 본때를 보여준다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지금 난 셋째 일가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 진성 씨를 돕는 게 나를 돕는 거지. 앞으로
강명기의 허락을 받은 다음날, 송아연은 왕대관을 찾아갔다.“넌?” 송아연은 한 카페에서 왕대관과 약속을 잡고 만났다. 송아연을 본 적 없던 송대관은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안녕하세요, 저는 송성연의 의붓여동생, 송아연이에요. 어쨌든 우린 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송아연이 웃으며 왕대관에게 호의를 표현했다.“넌 성연이와 사이가 좋아?” 왕대광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좋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네요.”송아연이 느긋한 음성으로 대답했다.그러자 왕대관은 바로 성연을 비난하기 시작했다.“그 재수 없는 짠순이가 누구와 사이가 좋겠어? 이것도 저것도 아까워하는 애한테 친구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왕대관이 드디어 원하던 대로 화제를 입에 올리자, 송아연은 눈을 반짝거리며상체를 좀 더 기울이더니 사근사근한 음성으로 왕대관에게 말했다.“송성연이 몇 번이나 두 분을 도와드리지 않은 건 당신이 싫어서예요. 이제 왕 선생님이 강씨 집안의 자제 강진성 씨와 제대로 협력관계만 맺는다면 앞으로 성공할 기회가 얼마나 많겠어요?”“강씨 집안의 강진성? 얼마 전에 강씨 가문의 둘째, 셋째 일가가 강씨 집안과 관계를 끊었다는 기사가 났지 않아? 그런데 내가 무슨 이득을 얻는다고?”비록 돈을 밝히는 왕대관이지만, 머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강씨 가문의 상징은 바로 WS그룹. WS그룹과 더 이상 관계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송아연은 몰래 왕대관을 향해 눈을 흘겼다.그러나 마주한 얼굴을 향해 상냥한 음성으로 말했다.“외부에서 사람들이 하는 허튼소리는 들을 필요 없어요. 비록 강씨 가문에서 나왔다 해도 둘째, 셋째 일가는 여전히 잘 나간답니다. 그들 집안의 자금력은 당신의 상상을 초월한다고요. 게다가 이제 새로 세운 회사가 금세 WS그룹과 맞먹을 정도로 커질 거예요. 저들과 협력해서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걸요?”왕대관이 잠시 생각해 보니 확실히 송아연의 말이 맞다.비록 강씨 가문에서 나왔다 해도 둘째, 셋째 일가는 자신들 같은 사람이 따라
송아연이 자리를 뜬 후에 카드를 잘 챙긴 왕대관은 집으로 돌아갔다.침실에서 아내 진미선에게 불평하듯이 말했다.“이 봐, 당신 딸 성연이 강무진의 약혼녀로 귀한 신분이 되면 뭐해. 제대로 당신을 대접한 적도 없는데. 이런 결혼은 안 하느니만 못해. 지금 우리에게 엄청 좋은 기회가 왔어. 북부의 명문가 소씨 집안과 협력관계를 맺는 거야. 내가 보기에, 성연이는 소씨 집안의 큰 아들과 더 잘 맞을 듯해.”진미선은 남편 왕대관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성연이는 내 말을 안 들을 거예요.”왕대관이 바로 설득을 시작했다.“성연이 마음대로 하게 둘 수는 없는 문제야. 당신이 걔 친엄마야. 내일 성연이한테 한 번 다녀와. 가서 소씨 집안 큰아들 만나보자고 해.”진미선은 여전히 좀 망설여졌다.“하지만 성연인 이미 강씨 집안과 혼인을 정했잖아요? 만약 우리가 다시 결혼 상대를 정하면 좀 안 좋을 것 같은데요?”성연의 성질은 진미선 자신이 제일 잘 안다.또 이전의 일에 대해서도 성연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정말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진미선 또한 성연에게 가서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엄마로서 자신은 정말이지 완전히 실패했다. 매번 딸에게 도와달라고 사정이나 하고.그러나 왕대관 쪽의 상황은 진미선이 거절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강무진이 성연에게 아주 잘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던 진미선은 두 사람 사이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진미선의 이런 모습을 본 왕대관이 눈동자를 굴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내가 이러는 건 모두 당신을 위해서야. 봐, 우리 어머니, 내내 당신에게 편견을 가지고 계셔. 만약 당신의 그 대단한 사위가 우리를 도와주었더라면, 우리 어머니 분명 두 말 하지 않으셨을 거야. 그런데 당신도 알다시피, 나도 어머니를 거역하기 힘들어. 평소 우리 어머니가 당신에게 지나치게 해도 나는 뭐라 말씀드리기 더 힘들어. 어떻게 생각해?”진미선은 왕대관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잘 안다.시어머니는 확실히 자신을 눈에 거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