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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자기가 뭐라고 감히

성연은 송종철의 명령에 반항하지 않았다. 도리어 영리하게도 강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진은 서재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일하는 데 방해받지 않기 위해 보통 서재에 갈 때는 휴대폰을 지니고 가지 않는 무진이다.

그때, 비서 손건호가 휴대폰을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 휴대폰 화면이 계속 반짝거렸다.

고개를 든 무진이 목을 주무르며 물었다.

“왜?”

“보스, 사모님의 전화입니다.”

“이 시간이면 하교할 때 아니야? 운전기사가 데리러 가지 않았어?”

무진의 날카롭게 뻗은 눈썹이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다.

손건호는 아무런 대답없이 휴대폰을 무진의 눈앞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또 언제부터 보스는 사모님의 하교 시간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거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모든 일들이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원래의 궤도를 이탈해서 말이다.

휴대폰을 건네어 받은 무진이 수신 버튼을 누르며 귓가에 가져다 댔다.

전화가 연결되자, 바로 성연의 음성이 들렸다.

“우리 아버지가 무진 씨를 식사에 초대하셨어요. 방금 학교 교문 입구까지 절 데리러 오셨어요. 또 경호원도 같이 왔는데, 와 정말 볼 만했어요. 어찌나 정중한 지 제가 꼭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고요. 무진 씨도 오면 좋겠어요.”

성연의 말은 조롱기가 다분했다.

어쨌든 성연은 자신의 친딸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은 혈연관계인 것이다.

강무진을 불러 내기 위해서 여러 명의 경호원들로 협박을 했는데도.

조롱의 말을 못 알아들은 송종철은 성연이 진짜 좋아한다고만 여겼다.

정말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애라고 생각하니 속에서 비웃음이 나왔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보아하니 강씨 집안에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강씨 집안으로 간 지 오래 되었는데도, 부자들의 습관 같은 게 전혀 묻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무진은 송종철의 생각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성연의 음성을 듣자마자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알아차리고는, 직설적이면서 냉담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자기가 뭐라고, 안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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