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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윤수정은 몸을 바르르 떨며 간절한 눈빛으로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은 할아버지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쳤다.

순간, 마음이 오싹해났다.

할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얼굴의 웃음기가 눈에 띄게 살아졌다.

“설마 네가 정말 형부를 넘봤단 말이야?”

윤수정의 숨결이 순식간에 가빠지며 급히 변명했다.

“아닙니다, 할아버지, 그런 마음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 그럼 맹세해봐.”

윤수정은 입술을 꽉 깨물고 뭇사람들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네, 저 윤수정은 맹세합니다. 만약 형부랑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저는 반드시 벌을 받아 죽을겁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들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윤이서를 바라보았다.

윤이서는 싱긋 웃었다. 자기를 죽일려는 윤수정의 마음을 알아 챈 윤이서가 어찌 그와 하은철의 결혼을 허락할 수 있겠는가? 만약 결혼을 하더라도 오늘의 맹세로 늘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겠지.

“이 맹세의 속박으로 동생은 반드시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겁니다. 오늘 할아버지 생신이잖아요. 몸도 안 좋으신데, 기왕 온 이상, 여기 계세요.”

말이 끝나자 윤이서는 고개를 들어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은철 씨, 그 동안 우리 수정이를 돌봐줘서 고마워요. 집안에 남자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네요.”

한치의 실수가 없는 공식적인 말투였다.

사석에서 아무리 옹졸하더라도 사람들은 윤이서의 예의 바른 모습만 기억할 것이다.

어르신도 윤이서의 일처리 방식을 칭찬하였다.

“이서야, 오늘 할아버지 곁에 앉거라.”

“네, 할아버지.”

윤이서는 어르신 곁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이를 본 하은철은 분노와 질투 등 복잡한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심란한 그는 윤수정을 직원에게 맡기고 무대 뒤로 향했다.

하은철은 집사에게 물었다.

“둘째 삼촌은요?”

“도련님, 어르신께서 지금 휴계실에서 쉬고 계십니다.”

집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알았어요.”

휴계실로 들어가보니 하지환은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화면를 보고 있었다.

벽만 한 모니터 위에는 연회장 안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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