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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그는 이서의 모든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그녀의 작은 숨결만으로도 쉽게 흥분할 수 있었다.

그가 등을 꼿꼿이 펴며 말했다.

“이서야, 조금만 뒤로 물러나 줄래?”

한 글자 한 글자를 뱉는 그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

이서는 그제야 지환과의 거리가 너무도 좁혀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볼이 새빨갛게 변한 그녀가 얼른 뒤로 물러났다.

공기 중에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이서가 침묵을 깨며 말했다.

“죄송해요, H선생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단지 선생님의 눈이 너무 예쁘고 어디선가 본 것만 같아서...”

이 말을 들은 지환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인제 그만 가볼게.”

“이렇게 갑자기요?”

‘내가 너무 무례하게 행동한 걸까?’

“갑작스러운 건 아니야.”

이서의 걱정을 눈치챈 지환이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으나, 몸을 돌린 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자신의 눈을 보여주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

“이렇게 늦었는데 또 일을 하신다고요?”

“응.”

지환이 이서를 등진 채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또 보러 올게.”

“그게 언젠데요?”

이서가 지환을 따라나섰으나, 그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고, 성큼성큼 이씨 가문의 고택을 떠났다.

차에 다다른 지환이 문을 닫고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젖혔다.

‘내 눈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니... 앞으로 이서를 보러 오려면 눈까지 가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다시는 이서를 마주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불이 환하게 켜진 장원을 바라보던 지환이 매섭게 미간을 찌푸린 채 마이클 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환이 가면을 쓰고 이서를 만났으며, 그녀가 아무런 자극을 받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마이클 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제 이서 아가씨의 곁에 머물 생각이신 겁니까?]

‘여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현상이긴 해.’

‘하지만 비운의 하 대표님에게는 정말 좋은 일인 것 같아.’

“그런데...”

“내 눈이 낯이 익다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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