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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심가은이 떠난 후, 술집에 낮고 자성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여기에 한참이나 서 있었는데도, 저 여자는 날 발견하지 못했어. 정말 저렇게 멍청한 사람이 널 도와 제수씨를 죽이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말하는 사람은 바로 하지호였다.

그는 박예솔과 함께 술집으로 들어왔으나, 검은 양복을 입은 탓인지 완벽하게 어둠으로 녹아들 수 있었다.

어쩌면 가은이 그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호의 말을 들은 예솔이 냉소하며 고개를 들었다.

“저 여자는 시작에 지나지 않아. 아직 도구라고 할 수도 없는 존재라고.”

‘진정한 도구는 내가 끌어들인 그 사람이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지호가 물었다.

“하은철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걔는 제수씨를 아주 소중히 여기잖아. 네가 제수씨를 죽였다는 걸 알면, 널 가만히 두려고 하지 않을 거야.”

“허.”

예솔이 비꼬았다.

“오빠, 하은철은 장난감을 얻지 못한 어린아이일 뿐이야. 윤이서를 소중히 여기면 뭐 해? 윤이서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걸 걸고 하씨 가문에 덤빌 용기는 없는 사람인데.”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어떠한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예솔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지호를 바라보았다.

“일이 성사되면, 누가 하은철을 신경 쓰겠어?”

옅은 미소를 띤 지호가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보기라도 하는 듯 입을 열었다.

“혹시라도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화려한 불빛이 비치던 박예솔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몸을 돌려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말했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이번에는 절대 도망가지 못할 테니까.’

...

10시가 되자, 지엽이 아쉬워하며 이씨 가문의 고택을 떠났다.

그는 계속해서 이서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이서와 지환이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자 하니, 마음이 초조해지는 듯했다.

차에 오른 지엽이 또 한 번 상언의 말을 떠올렸다.

‘설마, 정말 포기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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