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가은이 떠난 후, 술집에 낮고 자성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여기에 한참이나 서 있었는데도, 저 여자는 날 발견하지 못했어. 정말 저렇게 멍청한 사람이 널 도와 제수씨를 죽이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말하는 사람은 바로 하지호였다. 그는 박예솔과 함께 술집으로 들어왔으나, 검은 양복을 입은 탓인지 완벽하게 어둠으로 녹아들 수 있었다. 어쩌면 가은이 그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호의 말을 들은 예솔이 냉소하며 고개를 들었다.“저 여자는 시작에 지나지 않아. 아직 도구라고 할 수도 없는 존재라고.” ‘진정한 도구는 내가 끌어들인 그 사람이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지호가 물었다.“하은철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걔는 제수씨를 아주 소중히 여기잖아. 네가 제수씨를 죽였다는 걸 알면, 널 가만히 두려고 하지 않을 거야.” “허.” 예솔이 비꼬았다.“오빠, 하은철은 장난감을 얻지 못한 어린아이일 뿐이야. 윤이서를 소중히 여기면 뭐 해? 윤이서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걸 걸고 하씨 가문에 덤빌 용기는 없는 사람인데.”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어떠한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예솔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지호를 바라보았다.“일이 성사되면, 누가 하은철을 신경 쓰겠어?” 옅은 미소를 띤 지호가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보기라도 하는 듯 입을 열었다.“혹시라도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화려한 불빛이 비치던 박예솔이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가 몸을 돌려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말했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이번에는 절대 도망가지 못할 테니까.’ ...10시가 되자, 지엽이 아쉬워하며 이씨 가문의 고택을 떠났다. 그는 계속해서 이서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이서와 지환이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자 하니, 마음이 초조해지는 듯했다. 차에 오른 지엽이 또 한 번 상언의 말을 떠올렸다. ‘설마, 정말 포기하려는 건 아니겠지?’그가 고
그는 이서의 모든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그녀의 작은 숨결만으로도 쉽게 흥분할 수 있었다.그가 등을 꼿꼿이 펴며 말했다.“이서야, 조금만 뒤로 물러나 줄래?” 한 글자 한 글자를 뱉는 그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이서는 그제야 지환과의 거리가 너무도 좁혀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볼이 새빨갛게 변한 그녀가 얼른 뒤로 물러났다.공기 중에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이서가 침묵을 깨며 말했다. “죄송해요, H선생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단지 선생님의 눈이 너무 예쁘고 어디선가 본 것만 같아서...” 이 말을 들은 지환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인제 그만 가볼게.”“이렇게 갑자기요?”‘내가 너무 무례하게 행동한 걸까?’ “갑작스러운 건 아니야.”이서의 걱정을 눈치챈 지환이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으나, 몸을 돌린 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자신의 눈을 보여주지 않았다.“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 “이렇게 늦었는데 또 일을 하신다고요?” “응.”지환이 이서를 등진 채 손을 흔들었다.“다음에 또 보러 올게.” “그게 언젠데요?”이서가 지환을 따라나섰으나, 그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고, 성큼성큼 이씨 가문의 고택을 떠났다. 차에 다다른 지환이 문을 닫고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젖혔다. ‘내 눈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니... 앞으로 이서를 보러 오려면 눈까지 가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다시는 이서를 마주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불이 환하게 켜진 장원을 바라보던 지환이 매섭게 미간을 찌푸린 채 마이클 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환이 가면을 쓰고 이서를 만났으며, 그녀가 아무런 자극을 받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마이클 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제 이서 아가씨의 곁에 머물 생각이신 겁니까?] ‘여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현상이긴 해.’‘하지만 비운의 하 대표님에게는 정말 좋은 일인 것 같아.’ “그런데...” “내 눈이 낯이 익다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선선한 저녁 바람이 부는 강변에 앉은 심가은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시계를 바라보던 그녀는 분침이 12에 떨어지자 고개를 들었다. 가은이 고개를 드는 순간, 키가 크고 장대한 덩치의 한 남자가 가은의 맞은편에 앉는 것이 보였다. 그는 행동이 거칠었으며 몸에서도 역한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덥수룩한 그의 머리는 몇 년간 감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가은을 가장 불쾌하게 한 것은 그 사람이 가은의 면전에서 발을 후벼 파고 있다는 것이었다. ‘윤이서만 아니었어도...’ 가은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간신히 혐오감을 억눌렀으나, 표정을 풀 수는 없는 듯했다. 그녀가 한 묶음의 사진을 꺼내어 그 남자에게 건넸다. 그 남자의 탁한 눈이 곧 번쩍이기 시작했다. 마치 사냥감을 정한 짐승처럼 매서운 눈빛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사진 속의 여자를 처리해 주기만 한다면, 사례금은 두둑하게 챙겨 드릴게요.” 가은은 외국어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M국에서 유학한 적이 있었다. 비록 외국어 성적이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 남자는 가은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눈동자에 가득한 욕정은 곧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가은은 그의 눈빛을 보기만 해도 오한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남자가 이서를 상대할 것이라 생각하자, 그녀의 마음은 이내 후련해지는 듯했다. “알겠어요.”마침내 탐욕스러운 눈빛을 거둔 남자가 혀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았다.“그런데, 이 여자를 어디서 만날 수 있는 겁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때가 되면 제가 알려드릴 테니까요.” 가은의 말을 들은 남자가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더 기다리라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그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혹시라도 연락을 주지 않는다면...” 그가 거리낌 없는 눈빛으로 가은을 훑어보았는데, 방금
심가은은 오랫동안 고기를 먹지 못한 짐승과 같은 저 남자라면 이서라는 사냥감을 매섭게 물어뜯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물어 죽여버려도 좋겠어.’ 음침한 생각을 하던 그녀의 귓가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은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니?” 깜짝 놀라 고개를 든 가은은 그 여자가 하이먼 스웨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매우 당황했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도대체 무슨 일이야?”하이먼 스웨이가 다정하게 물었다.“가은아, 몸이 좋지 않은 거라면 엄마랑 같이 병원에 가자. 여태 바쁘다는 핑계로 너를 잘 챙기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구나.” 하이먼 스웨이는 이틀 전에야 단편소설 집필을 끝냈다. 소설의 세계에서 나온 하이먼 스웨이는 그제야 심가은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녀에게 급히 연락하여 M국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에서 만나자는 약속 제의를 했다. 가은은 흔쾌히 동의했으며, 아무런 성질도 내지 않았다. 도리어 그녀는 하이먼 스웨이를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금 생각에 잠긴 가은의 모습을 보자 하니, 하이먼 스웨이의 미안한 감정과 걱정은 다시 시작되는 듯했다. “엄마, 저는 정말 괜찮아요.”가은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그나저나, 제가 며칠 전에 누구를 마주쳤는지 아세요?”하이먼 스웨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누구?”가은은 그녀와 거의 일상을 공유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시종일관 일정한 간격이 있는 듯했으며,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듯했다.그래서 하이먼 스웨이는 가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윤이서 씨요.”이서 얘기가 나오자, 하이먼 스웨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정말 신기하죠? 저도 정말 놀랐어요.” 가은이 고의성이 다분한 말을 이어 나갔다.“그것도 이씨 가문의 유람선 앞에서 이서 씨를 만났어요. 허허, 혹시 H국에 있다던 남편을 버리고 이씨 가문에 시집가려 하는 건 아니겠죠?” 하이먼 스웨
하이먼 스웨이가 이서를 만났을 때의 장면을 상상하는 듯하자, 가은의 표정이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그녀는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괜찮아, 이서한테 잘 이야기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가은이 하이먼 스웨이의 팔을 잡았다.“엄마, 엄마 말씀대로 제가 이서 씨에 대해 오해했던 것 같아요.” 하이먼 스웨이는 크게 기뻐했다.“가은아, 그동안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그럼 이서를 초대하는 일을 너한테 맡기마.” “네, 알겠어요.”가은이 다정하게 대답했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해, 윤이서와 그 변태남을 만나게 해야 하니까.”...심리 진료실.긴장감이 가득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이서의 차례가 되었다.오늘은 이서의 전신 검사가 예정된 날이었으며, 그 검사는 지환의 출현이 이서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쳤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서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는 없었기에, 그저 정기검진이라고만 설명했다. 오늘 이서와 함께 검사하러 온 사람은 상언이었다. “이서 씨, 이제 들어가야 해요.”상언이 멍하니 앉아 있는 이서를 일깨워 주었다. “아, 네.”겨우 정신을 차린 이서가 간호사의 안내를 따라 검사실로 들어갔다. 검사실 안에는 한 명의 정신과 의사가 있었는데, 젊고 잘생긴 그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신기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자리에 앉은 이서가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 “안녕하세요.”“네, 안녕하세요.”“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그저 투명 인간이라고 생각하세요.” 의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친화력이 가득했다.“이제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할 건데요, 깊이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자, 제 리듬에 맞춰 눈을 감으시고... 천천히 긴장을 풀어주세요...”의사의 안내에 따라 이서는 곧 최면 상태에 빠져들었다. 의사는 절차에 따라 몇 가지 질문을 했으며, 모든 대답을 들은 의사는 이서를 깨우고 또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모든 검사를 마치자, 두 시간가량의 시간이
이상언이 인상을 찌푸렸다.“그러니까 선생님의 말씀은 지금의 이서 씨는 온실 속의 화초와 같으니까, 조금의 타격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거죠?” “네, 아주 작디작은 돌에 맞는다고 하더라도, 줄기가 꺾여 버릴 겁니다.”“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서가 돌아왔다. 상언은 의사와 인사를 나눈 후, 이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그는 일을 핑계로 서재로 향했고, 곧바로 지환에게 검사 결과를 알렸다. 상언의 말을 들은 지환의 심장은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의 우려는 눈 녹듯이 사라졌으며, 가면을 쓴 채 이서의 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기쁨만이 그를 감쌌다.‘게다가 M국은 나의 영역이잖아. 나는 이서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 [오늘 저녁에 갈게.]“야, 지환아, 너무 조급해하는 거 아니야?” 상언이 지환을 놀렸다. 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저녁에 와, 방은 마련해 둘게.” 말을 마친 그가 전화를 끊었다. “들어오세요.”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배미희였다. “왜 그렇게 급하게 서재로 들어간 거야? 급한 일이라도 있어?” 배미희는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상언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여기에는 우리 두 사람뿐이잖아요.” “쉿.”배미희가 비밀스럽게 초대장 한 장을 꺼내어 상언에게 건네주었다.“봐봐.”상언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초대장을 열었다.그 초대장은 뜻밖에도 하이먼 스웨이가 보낸 것이었는데, 정중한 어투로 이씨 가문의 가족이 아닌 이서를 초대하고 있었다. “오후에 하이먼 스웨이 여사 쪽 사람이 직접 와서 이걸 건네더구나.”배미희가 말했다.“지난번 유람선에서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이야기만 꺼냈는데도 이서 씨가 정신을 잃었었잖니, 그래서 우선 답장은 하지 않았단다.” “아마 계속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들아, 이서 씨에게 이 초대장을 전달해야 할까?” 상언이 대답했다. “절대 안 돼요.” “내 생각도 그래, 그
저녁 무렵.2층에 있던 이서가 익숙한 차를 보았고, 흥분한 새가 날개를 퍼덕이는 듯 아래층으로 내려가 지환의 앞에 다다랐다. 이 장면을 바라보던 배미희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조심해요!”그녀가 부러움을 띄는 눈빛으로 상언의 팔을 건드렸다.“젊은 게 정말 좋구나.” 상언은 배미희가 무슨 말을 이어 나갈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잠시만요, 잠시만, 엄마가 무슨 말씀을 하시려 건지 저도 잘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곧 어머니께 며느리를 소개해 드릴 테니까요.”상언이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 배미희가 질문을 이어 나가려던 찰나, 상언이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배미희는 마음속의 의혹을 억누르고 이서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매우 놀란 그녀는 이내 멍해지는 듯했다. ‘드라마가 따로 없잖아?’ 지환의 앞에 선 이서는 아담하고 귀여웠으며, 따뜻한 햇빛이 그녀에게 떨어지자 마치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그리고 그녀의 맞은편에 서 있는 지환은 가면을 쓰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던 탓에 눈빛을 볼 수는 없었으나, 배미희는 이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대단히 다정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지난번 이씨 가문의 고택에서 밥을 먹을 때처럼.“H선생님.”이서가 반가워하며 그를 바라보았으나, 가까이 다가가자니 익숙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오는 듯했다. 고개를 숙인 지환이 이서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안색에는 활기가 돌고 있었으며, 눈빛도 이전보다 더욱 총명해져 있었다. 보아하니 외국 생활은 확실히 그녀를 과거의 시시비비에서 멀어지게 하여, 기억을 잃은 생활에 더욱 잘 적응하게 한 듯했다.지환이 마음속의 깊은 고통을 거두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왜 이렇게 급하게 달려온 거야?”“그게...”이서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저도 모르겠어요, H선생님을 보니까 달려오고 싶었어요.” 지환이 무의식중에 손을 내밀어 이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 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그래, 모두.”지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으나, 상언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안 돼, 그건 지호 형한테 기회를 주는 것일 뿐이야. 지호 형이 호시탐탐 YS를 노리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고.”당초에 하지호는 하씨 가문의 회사에 대한 비뚤어진 마음을 가지고, 회사를 자신의 손에 넣으려 하다가 지환에게 발각된 바 있었다. 그리고 이때를 시작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악화된 것이었다. 하지호는 본래 고아였으나, 하씨 가문에게 입양된 후 줄곧 하씨 가문에서 길러졌다. 하씨 가문은 어린 하지호가 장차 하씨 가문을 집어삼킬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지호는 하씨 가문에 들어온 첫날부터 이미 하씨 가문의 재산을 독식하기 위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악독한 늑대와 같은 하지호가 지환이 모든 사람을 동원하여 이서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기회를 이용할 것이었다.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이서는 조금의 상처도 받아서는 안 돼.” “하지만 YS를 잃는 한, 넌 이서 씨를 보호할 수 없게 될 거야!” 상언이 화가 나서 말했다.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는 순식간에 이서와 배미희의 귀에도 전해졌다. “왜 그래?”“무슨 일이에요?” 배미희는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상언은 지환의 계책을 따르면서도 아주 일관성 있게 그를 대해주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걸 보게 될 줄이야.’ 긴장한 이서는 두 사람은 지나쳤지만, 그녀의 시선은 지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서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접한 지환이 미간을 찌푸렸다.“아주머니, 단지 회사의 일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그러는 거니까 크게 걱정은 마세요. 곧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 거예요.”배미희가 상언을 쳐다보았다. 상언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지환이 말이 맞아요. 별일 아니에요.” 두 사람은 이서와 배미희를 안심시키려 했으나, 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었다.배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