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이 마침내 그녀에게 떨어졌다. 그녀는 드디어 따뜻함을 느꼈다.하지만 머리는 녹슨 것처럼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사람은 정말 신기한 동물이다.H선생님이 있을 때, 그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그를 다시 만나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금 안 보이니, 또 그가 그립기 시작했다.이서는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그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짜증 나...’‘옆에 있어도 싫지만, 없어도 싫어.’그녀는 눈을 꼭 감았다. 갑자기 눈물 한 방울이 눈가에서 흘러내렸다.바로 이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이서 씨, 일어났어요?”상언의 목소리였다.이서는 얼른 얼굴의 눈물을 닦고 거울로 자기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 문을 열었다.상언이 노트북을 들고 문밖에 서 있었다.“혹시 지금 시간 좀 있을까요? 하나 씨에 관해 물어볼 게 있어서요...”이서는 눈을 깜박였다.“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건 이미 다 말씀드렸는 걸요.”“그럼 한 번 더 얘기해줘요. 혹시 아나요, 놓친 부분이라도 있을지.”기대에 찬 상언을 본 이서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문을 열어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했다.“그럼 들어와요, 다시 한번 얘기해 드릴게요.”상언은 기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가정부에게 음료수를 준비해 오게 했다.이서가 얘기를 마쳤을 때는 이미 한 시간 뒤였다.지난 번에는 세부사항까지 꼼꼼하게 말했지만, 이번에는 대체적인 맥락과 가끔 생각나는 새로운 사항만 말했다.얘기를 듣고 난 상언은 노트북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왜 그러세요?” 이서가 물었다.“있잖아요.”상언은 굳이 이서를 속이려 하지 않았다.“며칠 뒤 제가 의학 세미나가 있어요. 세미나 끝나고 행사가 있는데...”“?”“그 행사는 다들 파트너랑 함께 참석하는데, 제가 하나 씨를 초대하면 혹시 놀라서 도망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돼서요...”잠깐 고민을 하던 이서는 살짝 웃었다.“상언 씨 걱정이 지극히 정상적이죠. 하나는 이성 문제에 있어서 민감한 건
“분풀이요? 그럼 하나의 교통사고도...”“그건 그냥 뜻밖의 사고였을 뿐이에요. 우리가 너무 예민했어요.”이상언은 미소를 지으며 이서를 바라보았다. 전혀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그래요...”이서는 어딘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본인의 일에 하나가 연루된 게 아니라는 생각에 걱정을 적잖게 내려놓았다.“그럼, 그 에바라는 사람은...”“이미 경찰에 넘겼어요. 그리고 걱정 마요. 그녀가 출소하더라도 M국에 체류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감사합니다.” 이서는 상언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상언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여전히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서의 방을 나서자, 상언의 기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이서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지환은 다 알고 있다. 며칠 전에 하나를 미끼로 이서를 밖으로 끌어내려는 것까지.방금 한 얘기도 지환이 시킨 것이었다.그는 이서를 잘 알고 있다. 만약 하나가 본인 때문에 다쳤다는 걸 알게 되면 틀림없이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다.이서가 줄곧 이 일로 마음이 무거운 걸 두고 볼 수 없어서 이런 스토리를 꾸며 냈다.상언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마음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았다.며칠 전, 그들은 하나를 치려고 했던 운전자를 잡았다. 조사 결과, 그날 술에 취했음을 확인하였다. 별다른 배후는 없었다. 하지만 그 낯선 번호의 주인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M국에에서 지환과 견줄 사람은 그의 형, 하지호뿐이다.하지만 어둠의 세력의 보호를 벗어난 SY과 맞설 수 있는 기업은 많아졌다. 따라서 전화 발신자가 누군지 단정할 수도 없다.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이서를 겨냥한 것이다.상언은 눈썹을 꾹꾹 눌렀다.‘이제는 M국도 안전하지 않아.’목욕을 마치고 나온 이서는 개운함을 만끽하며 창가로 걸어가 아래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전화벨 소리에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하나한테서 걸려 온 것이었다.이서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나야.”[이서야.]하나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왠지
[이서야...]임하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걱정 마, 그런 사람 곧 나타날 거야.]이서의 눈 밑에 옅은 웃음기가 돌았다. 순간 그녀의 시선은 갑자기 담벼락 밖의 익숙한 차량에 떨어졌다.하지환의 차였다.‘설마 지금 문밖에 계시나?!’‘그럼... 왜 안 들어오시는 거지?’이서의 마음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고, 그녀는 바삐 전화기 너머의 하나에게 말했다.“하나야, 재밌게 잘 다녀오고, 또 연락해.”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는 전화를 끊고 쏜살같이 아래층으로 달려갔다.아래층에서 통화 중이던 배미희는 이서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서야, 이번 주말에 스웨이 여사의 집에 갈 건데, 너도 혹시...”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서의 그림자는 이미 바람처럼 사라졌다.배미희는 중얼거리며 하이먼 스웨이와 주말 약속을 계속 이어갔다.밖은 온통 지환이 배치한 어둠의 세력이다. 따라서 배미희는 이서가 위험에 빠질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한걸음에 대문까지 달려간 이서는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이서 씨, 나가실 거예요?”정문 경비원이 점잖게 물었다.이서는 고개를 들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나갈까?’‘하지만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그런데 나가서 무슨 말을 하지?’“이서 씨, 사모님이 나가셔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다만 너무 멀리 가지는 마세요.”경비원은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문을 열어 주었다.“집 근처에는 모두 우리 쪽 사람들이에요. 멀리 나가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겁니다.”“...”대문이 열렸지만 제자리에 잠자코 있는 이서를 보며, 경비원은 이서가 두려워하는 줄 알고 주동적으로 앞으로 이서를 살짝 밀었다.“이서 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 집 주변에는 온통 우리 쪽 사람들입니다.”대문 밖으로 밀려 나온 이서는 문밖에 주차된 차를 한눈에 알아보았다.경비원도 이상한 듯 말했다.“엄청 눈에 익은 데 혹시...”그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누구의 차량인지 떠오르지 않았다.이
그러나 다음 순간, 큰 손 하나가 이서의 손목을 잡았다. 차갑고 서늘한 촉감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가면은 가볍게 ‘툭’ 소리를 내며, 이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이서는 손을 빼며, 불안한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안 잤어요?”“아니.” 지환은 몸을 곧게 펴고 이서와 거리를 두었다.비록 이미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처한다고 했지만, 이서는 여전히 눈치채 버렸다.“그럼 누가 다가오는지 어떻게 알았어요?”지환의 두 눈동자는 가면을 뚫고 이서를 빠르게 한 번 훑어보았다.이서의 몸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그녀가 다가오자마자,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처음에는 이서가 너무 그리워서 스스로 만들어낸 착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서의 불안한 손이 그의 가면에 떨어졌을 때 그는 소스라쳐 깼다.“왜 나왔어?”지환이 화제를 돌렸다.“저...”지환의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에 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그녀가 바라던 바인데, 왜, 그녀의 심장이 이토록 아플까? 더군다나 H선생님의 이러한 냉담한 태도를 그녀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안에 너무 오래 있어서 좀 답답해서요.” 그녀는 대충 거짓말로 둘러댔다.지환은 고개를 돌려 고택을 보았다.이씨 고택이 크긴 하지만, 아무리 커도 정해진 공간이다.하루 종일 안에 있는 것은 감옥에 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며칠 있다가... 시간 봐서 사람 보낼게, 잠깐 바람 쐬러 다녀와.”그는 부하들에게 익명의 발신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해 뒀다. 머지않아 이서를 저택에서 유인하려는 자의 정체를 알게 될 것이다.그 사람만 찾으면 이서는 앞으로 이씨 고택에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며 여기에 계속 ‘감금’되어 있을 필요가 없다.“사람 보낸다고요?” 이서의 심장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입을 열자, 말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로웠다.“공사다망하신 H선생님을 제가 어떻게 귀찮게 하겠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문을 밀고 차에서 내렸다.지환은 이서가 왜 화가 났는지
이서는 배미희의 목소리를 듣고, 얼른 눈물을 닦았다. 재차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네, 들어오세요.”배미희는 웃으며 문을 밀고 들어왔다. 이서가 침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본 그녀의 얼굴에 웃음기가 더 깊어졌다.“왜 그래? 방금 그 H선생님과 싸운 거야?”“아니요.” 이서는 고개를 저었다.“싸우는 게 정상이야. 남자와 여자는 달라. 특히 마음의 섬세한 면에서 절대 우리 여자를 따라올 수 없지...”배미희는 이서를 위로하면서 이서 옆에 앉았다.“이서야, 나에게 속마음 말해봐. H선생님, 어때?”이서는 멍하니 배미희를 바라보았다.“H선생님은 아주 좋으신 분이에요. 다만, 다만...”“다만 뭐?”이서는 입술을 깨물었다.“다만 그분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서, 자꾸 저를 찾아오니까...”배미희는 참지 못하고‘풉’하고 웃었다.“어째 난 네 말 속에서 질투가 느껴지는 것처럼 들리지?”“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질투하겠어요. 질투를 한다는 건 제가, 제가...”배미희는 애처로운 듯 이서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거야. 하물며 H선생님처럼 훌륭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지. 난 네가 착한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괴하는 일은 하지 못한다는 것도... 하지만 H선생님의 그 사랑하는 사람은 아마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것 같구나.”“왜 못 돌아오는 거예요? H선생님이 그분을 엄청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분은 왜 H선생님을 버리고 떠난 거예요?”“미안하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여기까지야. 이서야, 너 아줌마 믿지?”이서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앞으로 H선생님한테 화내지 마. 네가 그에게 화내면 그는...”배미희는 망설이다가 끝내 말을 계속하지 않았다.이서는 약간의 기대를 안고 추궁했다.“그는 어떤데요?” “아무것도 아니야.”배미희는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나를 믿는다면 그에게 화내지 마라.”이서는 왜 그런지
윤이서는 결혼했다.그러나 결혼 상대는 그녀가 8년 넘게 사랑을 했던 약혼자인 하은철이 아닌 만난 지 5분도 안 된, 기본적인 정보만 대충 아는 남자였다.“후회되시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사무소 대기실에서 남자는 조금 귀찮다는 눈빛으로 윤이서를 흘겨보았다.윤이서는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머릿속은 하은철의 차갑고 매정한 얼굴이 떠올랐다.3일전, 줄곧 윤이서를 피했던 하은철이 직접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를 했고, 전화를 받은 그녀는 순간 지난 8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정성껏 꾸미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약속장소에서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은철뿐만이 아니라 그와 손을 깍지를 낀 채 휠체어에 앉아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윤수정도 함께 있었다.--그녀의 사촌 여동생!그녀가 아직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고 있을 때, 하은철은 갑자기 폭탄발언을 했다.“네 신장을 수정이에게 주면 너와 결혼할게.”윤이서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몸이 굳어지며 믿을 수 없단 듯이 하은철을 바라보았다.맞은편 남자의 눈빛은 시종 차갑고 증오로 가득 찼다. 마치 자신을 8년 동안 정성껏 뒷바라지 한 약혼녀가 아닌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도 보는 것 같았다.그녀는 마치 갈 곳을 잃어 절벽에서 추락하는 것 같았다.하은철과 어릴 때 약혼한 사이였고, 16살 되던 해 귀국한 후, 하은철을 걷잡을 수 없이 사랑하게 되었다.이 8년 동안 그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그녀는 빨래와 밥하는 것을 배웠고, 또 그에게 걸맞는 아내가 되기 위해 피아노, 그림 등을 배웠으며 심지어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오직 그가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와 결혼해주기 꿈꾸며.그러나 현실은 그녀에게 매몰찼다. 하은철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촌 여동생을 사랑하고 있었다.심지어 그의 애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전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도
“무슨 문제 있나요?” 하지환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윤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벌리고 있다가 또 하지환이 오해할까 봐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아니요, 가요.”어차피 언젠가 마주해야 할 문제였다.도중에 윤이서는 하은철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스크린이 끊임없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윤이서는 마치 지난 8년 동안 비굴했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전에는 모두 그녀가 먼저 하은철에게 전화를 걸며 그의 관심을 끌려했다.그러나 하은철은 단 한 번도 먼저 그녀에게 전화를 지 않았다.설령 그녀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그는 한 마디 관심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윤수정을 위해 그는 몇 번이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정말 컸다.“안 받아요?” 조수석에서 눈을 감고 쉬고 있던 하지환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윤이서는 남자의 완벽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그가 짜증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수신 버튼을 눌렀다.입을 열기도 전에 맞은편 하은철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이서! 너 당장 병원으로 오지 못해! 지금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이 너 기다리고 있는지 알아? 수정이는 얼마나 괴로운지 아냐고? 너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어? 나는 이미 너와 결혼하는 것에 동의했는데, 넌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윤이서의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비록 하은철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하은철의 마음속에 있는 자신이 그렇게 형편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잖아?” 윤이서의 눈빛은 차가워졌다.“난 너의 사랑을 원하는데, 너는 줄 수 있어?”“뻔뻔한 년!”하은철은 그녀를 비꼬았다.“나는 절대로 너 같은 여자 사랑하지 않을 거야! 윤이서, 너 지금 오면 아직 하씨 집안 아
윤이서의 가슴은 놀라움에 줄곧 두근거렸다.마치 바다에서 떠 있다 마침내 부목을 잡은 것 같았다.고개를 들자 그녀는 마침 하지환의 눈빛과 부딪쳤다.그의 눈빛은 더 이상 장난기가 없었고, 오히려 무척 다정했다. 그 순간, 윤이서마저 하마터면 그에게 속아 넘어갈 뻔했다.그녀는 황급히 윤재하와 성지영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놀라서 소파에 주저앉았다.한참 뒤, 윤재하는 먼저 반응하여 고개를 들어 윤이서에게 물었다.“이서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윤이서는 막 입을 열려고 했지만 하지환은 그녀를 자신의 뒤로 감쌌다.이런 전 없었던, 누군가에 의해 보호받는 느낌은 그녀의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고 이때 귓가에서 하지환의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오늘 금방 혼인 신고를 했는데, 정말 너무 바빠서 두 분께 미처 알리지 못했네요.”윤재하는 화를 참으며 이성을 유지했다.“이서야!”윤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네, 저 사람 말이 모두 사실이에요. 난 결혼했고, 그 이유는 바로 하은철과 결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지영이 달려와 윤이서의 두 어깨를 쥐고 말했다.“이서야, 너 왜 그래? 너 줄곧 은철을 좋아했잖아, 지금 은철이 마침내 너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너 어떻게…….”그녀는 갑자기 경계하며 하지환을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너 솔직히 말해봐, 누가 널 협박한 거 아니야?”성지영이 하지환을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윤이서는 얼른 설명했다.“엄마, 아무도 나를 협박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냥 날 전혀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그녀는 지쳤다.그리고 더 이상 그에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성지영의 손톱은 윤이서의 살에 깊이 파고들었다.“이서야, 너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 네가 은철과 혼약을 맺었을 때부터 우리는 널 그의 미래의 아내로 키웠고, 네가 시집가는 것은 윤씨 가문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지, 그 따위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니야!”윤이서는 통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