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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그러나 다음 순간, 큰 손 하나가 이서의 손목을 잡았다. 차갑고 서늘한 촉감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가면은 가볍게 ‘툭’ 소리를 내며, 이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이서는 손을 빼며, 불안한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

“안 잤어요?”

“아니.”

지환은 몸을 곧게 펴고 이서와 거리를 두었다.

비록 이미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처한다고 했지만, 이서는 여전히 눈치채 버렸다.

“그럼 누가 다가오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지환의 두 눈동자는 가면을 뚫고 이서를 빠르게 한 번 훑어보았다.

이서의 몸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

그녀가 다가오자마자,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

처음에는 이서가 너무 그리워서 스스로 만들어낸 착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서의 불안한 손이 그의 가면에 떨어졌을 때 그는 소스라쳐 깼다.

“왜 나왔어?”

지환이 화제를 돌렸다.

“저...”

지환의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에 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그녀가 바라던 바인데, 왜, 그녀의 심장이 이토록 아플까? 더군다나 H선생님의 이러한 냉담한 태도를 그녀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안에 너무 오래 있어서 좀 답답해서요.”

그녀는 대충 거짓말로 둘러댔다.

지환은 고개를 돌려 고택을 보았다.

이씨 고택이 크긴 하지만, 아무리 커도 정해진 공간이다.

하루 종일 안에 있는 것은 감옥에 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며칠 있다가... 시간 봐서 사람 보낼게, 잠깐 바람 쐬러 다녀와.”

그는 부하들에게 익명의 발신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해 뒀다. 머지않아 이서를 저택에서 유인하려는 자의 정체를 알게 될 것이다.

그 사람만 찾으면 이서는 앞으로 이씨 고택에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며 여기에 계속 ‘감금’되어 있을 필요가 없다.

“사람 보낸다고요?”

이서의 심장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입을 열자, 말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로웠다.

“공사다망하신 H선생님을 제가 어떻게 귀찮게 하겠어요?”

말을 마치고는 곧 문을 밀고 차에서 내렸다.

지환은 이서가 왜 화가 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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