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능은 살을 빼야 한다던 손왕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간식 두 접시와, 양갈비구이 한 접시, 그리고 볶음요리 두 접시와 쌀밥 한 그릇을 비워내는 것을 바라 보았다.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다."둘째 아주버님, 부족하시면 더 만들라고 명하시면 됩니다."원경능은 손왕이 의연히 갈망의 눈빛으로 빈 접시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왠지 배가 곯은 듯한 가련한 느낌을 주었다. 손왕은 엄격하게 그녀를 바라 보았다."안돼, 본왕이 살을 뺴려 한다는데 이렇게 본왕을 해쳐서는 안 된다."원경능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살을 빼야 한다는 사람이 와서 실컷 먹고는 자신이 그를 해쳤다고 하다니."둘째 아주버님, 그럼 드시지 마십시오."원경능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손왕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매우 비통한 표정이었다."그저 네 간식 두 점을 먹은 것이 아니야? 왜 그렇게 쪼잔하게 구는 것인가?""아니...."원경능은 그의 비분에 찬 통통한 얼굴을 보며 어깨를 내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제 뜻은 둘째 아주버님께서 오늘 배불리 드셨으니 내일에 또 오시라는 말입니다.""내일은 무슨 간식을 하는 것이야?"손왕은 손수건을 꺼내 점잖게 입가의 기름기를 닦았다. 매우 무심하게 묻는 듯 하였으나 눈빛은 기대로 반짝거렸다."둘째 아주버님께서 무엇이 드시고 싶으면 수라관에게 시키십시오."정말 못 말리는 이었다."아무거나 좀 하면 돼."손왕은 눈을 내리깔고 소매 속 호주머니에서 꼼지락거리더니 종이 한 장을 꺼냈다."참 우연인 것이 며칠 뒤면 바로 본왕의 생일이야. 왕비는 본왕의 생일을 경축하기 위해 특별히 차림표(菜单)를 만들었어. 아니면 수라관더러 차림표에 따라 몇 가지를 만들게 하여 본왕이 맛을 보게 하는 게 좋겠어. 그날 손님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게 말이야. 양은 너무 많지 않아도 돼. 본왕은 살을 빼야 하니 많이 먹질 못해."원경능은 탁자에 놓여진 그 차림표를 들어 훑어보았다. 세어보고는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다."둘째 아주버님, 생일연회에 서
두 여인이 떠난 뒤에야 원경능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희씨 어멈에게 감격해 하면서 말했다."어멈이 내 목숨을 살려주었네."희씨 어멈은 담담하게 말했다."기왕비는 속이 깊은 분이시니 왕비께서 적게 교제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원경능은 웃으며 말했다."속이 깊다고? 모르겠네. 도리어 조금 가벼워 보이네."희씨 어멈이 비웃었다."가볍다고요? 연기를 하는 겁니다."원경능은 의아했다."연기하는 것이라고? 왜 연기를 하는 것인가?""사람마다 자신만의 가면이 있습니다."희씨 어멈은 원경능에게 차 한 잔을 따르고는 자리에 앉아 말했다. "제왕비는 독선적이고 자신의 잔꾀로 국면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걱정할 바가 못됩니다. 만일 굳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저씨 가문의 여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왕비는 다릅니다. 기왕비는 어릴 적부터 고적에 능하고 학식이 깊으며 기왕 배후의 참모입니다. 왕비, 기왕비가 가장 무서운 부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원경능이 물었다."무엇인가?""이렇게 대단한 여인이지만 자신의 신분과 맞지 않게 다른 사람과 좋은 체 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얼굴을 붉힐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적들은 쉽게 마비되어 그녀가 가벼운 사람이라고 오해를 합니다. 방금 왕비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원경능은 이 말을 들으면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친왕들의 왕비 중에서 진솔한 사람이 없단 말인가?""그건 압니다. 손왕비는 괜찮은 분이나 조금 자부심이 강할 뿐입니다. 그러나 친하게 지내면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손왕은 먹보인지라 아마 생각이 깊은 여인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유유상종이니깐. 다만 제왕은 확실히 단순한 사람이었다. 저명취를 부인으로 들였으니 이후에 큰 고생을 할 것이었다. 제왕 같은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명취에게 얼림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원경능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었다. 또 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자
사실 원경능은 함께 식사를 하기 싫었다. 그녀에게는 또 충분한 핑계가 있었다, 상처가 아프다든지 환자라 특별한 식단으로 먹어야 한다든지. 그러나 희씨 어멈의 말이 떠오르자 정말 기왕비를 다시 한 번 관찰하고 싶었다. 그녀가 정말 이중인격자인지 혹은 다중인격자인지 알고 싶었다.우문호는 원경능의 안색이 어제보다도 안 좋은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약은 마셨어?""마셨어요."원경능이 답했다. 다만 그녀가 먹은 것은 자신의 약이었다. 태의가 처방으로 달인 약들은 한 모금만 마시고 핑계를 대어 부어버렸다."정말 마셔야 나아지는 거야. 이후에 그대가 몰래 버리는 것을 본왕에게 들키기만 해봐, 내가 가만 두나."우문호는 목소리를 깔며 위협했다. 원경능은 목을 움츠렸다."감히 그러지 못해요."우문호는 진심으로 위협하고 있었고 원경능도 정말 제 발이 저렸다. 다만 이 대화를 들은 저명취는 마치 둘이 시시덕거리며 장난치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하인들이 들어와 시중을 들려 하자 손왕은 손을 저었다.모두 자리에 앉았다. 우문호는 원경능의 왼쪽에 앉았고, 저명취는 그녀의 오른쪽에 앉았으며 제왕과 나란히 앉았다. 그 옆으로는 기왕비, 기왕, 손왕이 앉았다."오늘 형제들끼리 모였는데 시중 들 필요가 없단다. 모두 물러나거라."'하인들이 음식을 집는 것이 얼마나 느리다고. 또 내 마음도 잘 모르지. 차라리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집어먹는 것이 나아.'현대에서 원경능은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었다. 테이블 매너라는 것을 알아 절대 손왕처럼 허겁지겁 먹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주 얌전하게 먹는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저명취와 기왕비가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이 얼마나 게걸스러웠는지 의식할 수 있었다. 저명취의 입이 조금 열리더니 하얀 이가 두 개 보였다. 젓가락으로 아마.... 원경능이 세어보았는데 쌀 다섯 톨이었다. 이렇게 작은 한 입을 입에 넣더니 입술을 닫고 조용하게 씹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겼는데 자태가 매우
손왕은 격분한 얼굴로 탁자에 놓여진 빈 그릇들을 바라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또 다 비워낸 것이라. 마음 속에서 솟구치는 죄책감에 그는 원경능을 질책했다."요리 세 가지를 준비하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많이 준비했는가? 이건 낭비고, 백성의 피와 뼈를 갉아먹는 일이야. 당신은 좀벌레와도 같아."그는 욕하고 나서 출렁출렁한 배를 내밀고 힘들게 떠났다. 원경능은 이유 없이 욕을 먹었는지라 멍해져서 물었다."누가 손왕더러 많이 먹으라고 했어요?'자신이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왜 자신을 좀벌레라고 하는 건가? 손왕 자신이 아니던가?그녀는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둘째 아주버님 머리가 좀 그런 거예요?"우문호는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맞아."그러면 되었다. 머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과 화를 내면 안 되는 것이니. 기씨 어멈이 다가와 보고했다."제왕과 제왕비께서 이미 떠나셨습니다. 소인더러 전달하라고 명하셨습니다."원경능이 무심하게 물었다."제왕비는 괜찮은 것이냐?"기씨 어멈이 답했다."태의는 제왕비가 그저 울화가 끓어올라 쓰러지신 것이라 했습니다. 돌아가서 몸조리를 잘하면 괜찮다고 했습니다."원경능은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 우문호는 몸을 일으키고 나갔는데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원경능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아닌 척 하긴!'그녀는 기씨 어멈더러 뼈다귀를 챙겨 다보에게 먹이라고 명했다. 정원에서 다보와 놀고 있는데 탕양이 들어와 말했다."왕비, 왕야께서 휴식을 하라고 하셨습니다.""휴식하라고? 힘들지 않네."원경능은 다보와 뛰어 놀았는지라 조금 더워져서 손을 뻗어 이마의 땀을 훔쳤다."힘들지 않습니까?"탕양이 미소를 지었다.""왕야께서 말하시길 만일 힘들지 않다면 왕비더러 금강경(金刚经)을 백 번 베껴 쓰라고 하셨습니다."원경능은 손을 떨구었다."그렇게 말하니 좀 힘들군. 난 먼저 들어가 쉬겠네. 탕 대인이 수고스러운 대로 왕야께 전달해 주게.""네!"탕양은 담담하게 웃었다.원경능은 방에 돌아가 침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사
손왕은 천천히 방 안에서 왔다 갔다 반복하며 중얼거렸다."다섯째 동생도 아마 속상할 거야. 그렇게 많은 황자들 가운데 다섯째 동생과 회왕이 가장 친했으니."우문호는 저녁쯤 회왕부에 들른 뒤 돌아왔다. 계속 서재에 박혀있었는데 저녁식사도 하지 않았다. 원경능도 식사를 하지 않았다. 오후에 손왕과 함께 한끼를 먹었는데 아직도 소화가 되지 않았다.요즘 그녀는 정말 입맛이 없었다. 고대의 음식은 참으로 질리기 십상이었다. 우문호는 서재에 박혀있었고 그녀도 방에 박혀있었다. 원경능은 약상자를 열고 안의 약들을 정리했다.스트렙토마이신(抗药性结核链霉素), 리팸핀(利福平), 에탐부톨(乙氨丁醇), 피라진아마이드(吡嗪酰胺) 이 네 가지 새로 추가된 약물이 있었다.원경능은 속으로 망설였다. 초기의 폐결핵의 치료기간은 삼 개월부터 반년 사이였다. 또 회왕이 얼마 동안 병을 알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결핵균(结核菌)이 다른 곳에 감염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약상자 안에 있는 약은 열흘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러나 일단 항생제로 치료를 시작한다면 중도에 약을 끊으면 안되었다. 약을 끊는다면 항성이 생겨 다시 항생제를 사용하며 치료를 해도 완치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는 약상자에서 부단히 폐결핵을 치료하는 약들이 생성될지 보장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약상자는 제멋대로였고 그녀가 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일 약이 끊긴다면 회왕은 역시 살 수 없을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회왕에게 폐결핵 합병증이 생겼는가 하는 것이었다. 만일 회왕이 그녀의 치료를 받지 않고 그의 정해진 수명에 따라 조금씩 죽어간다면 자연히 그녀와 아무런 관련도 없을 것이다. 그저 장례식 때에 부의금을 내고 영정 앞에서 향을 피우며 이 시동생을 위해 눈물을 흘리면 되었다.만일 자신이 치료에 개입하고 회왕이 죽는다면....황실의 일은 쉽게 손을 대서는 안되었다. 치료하지 못한다면 태의도 목이 잘리는 일이었다. 비록 자신을 죽이지는 않겠지만 아마 좋은 말로를 맞이하지 못할 것
우문호가 물었다."왜 그러는데?"원경능은 목까지 차올랐던 말을 삼키며 말했다."둘째 아주버님과 함께 왔어요. 돌아갈 마차가 없어요."우문호가 말했다."그대는 편청(偏厅)에서 본왕을 잠시 기다려. 본왕이 조금 후에 나올 테니. 그대를 먼저 초왕부에 데려다 줄게.""그렇다면 전 정원에서 산책하고 있을게요."마침 바람을 좀 맞으면서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정원은 바람이 크니 편청에 앉아있으라고!"우문호가 낯빛을 흐렸다."알겠어요."원경능은 녹아를 데리고 떠났다. 그녀는 편청에 가지 않고 몰래 정원으로 향했다.호숫가의 풀밭에 앉으니 바람이 매우 거세어 트레머리가 엉망이 되었다. 녹아는 원경능의 뒤에 서서 턱을 고이고 사색에 잠겨있는 주인을 보고는, 왜 우울해하는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아까 왕야께서는 왕비의 신체를 걱정하셔서 그런 것이었다."왕비, 배가 고프십니까? 아니면 소인이 먹을 것이 있는가 물어볼까요?"녹아가 말했다."그러거라!"원경능은 혼자 있고 싶은지라 그녀를 보내주었다. 녹아는 인사를 올리고 떠났다. 원경능은 물결이 남실거리는 호수를 보고 있었다. 햇살이 쪼이자 마치 많은 금싸라기들이 떠있는 것 같았다. 먼 곳에는 버드나무가 허리를 빼고 있었고 국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인간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다만 회왕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지? 그녀는 나지막하게 탄식했다. 약상자야, 약상자, 그를 좀 도와줘."초왕비, 무슨 일 때문에 탄식해요? 현재 우문호 오라버니가 잘 대해주잖아요?"정말 재수가 없는 것이었다. 항상 적절하지 않는 시기에 적절하지 않는 사람을 마주치곤 하였다. 원경능은 답을 하지 않고 저명취가 눈치 있게 떠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저명취는 남의 기분에 관심이 없는지라 그녀의 곁에 섰다. 가지가 엉킨 자수가 있는 비단 신발이 원경능의 눈에 안겨왔다. 신발 끝에는 커다란 진주를 박았는데 햇살이 비추니 아름다운 빛이 반짝였다."당신에게 이렇게 대단한 수단이 있는 줄 몰랐네요."저명취가 싸늘하게 말했
원경능은 몸을 웅크리고 코멘소리로 말했다."욕하려면 욕해요. 그러나 절 때리면 안돼요. 감히 저를 때린다면 전 당신과 죽기 살기로 싸울 거예요. 먼저 말하는데 저는 저명취를 호수로 밀지 않았어요. 저명취 그 미치광이가 저를 끌고 호수로 내려가고는 제 머리를 눌러 호흡을 할 수 없게 했어요. 전 부득의 하에 비녀로 저명취를 찌른 거라고요!"원경능은 코를 훌쩍이며 매우 분통했다. 왜 그런 미친년을 만난 것인가?"당신이 절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당신은 전 싫어하니 제가 숨을 쉬는 것조차 싫겠지요. 저명취를 사랑하니 그녀의 발 냄새도 향기롭다고...."우문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옷을 벗겼다."닥쳐!"원경능의 눈이 빨개지더니 악을 쓰며 말했다."또 절 때리려고요? 당신, 또 절 때리려고요? 당신과 함께 죽겠어요!"원경능은 말을 마치고 우문호에게 달려들어 그의 목을 세게 물었다."이런 미친 사람!"우문호는 크게 노하며 손을 뻗어 목을 만졌다. 목에서는 이미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던져주었다."본왕이 언제 그대를 때리려고 하던가? 그대의 옷은 모두 젖었으니 벗고 본왕의 겉옷을 입어.""당신이 그렇게 선심을 쓰지 않을 거예요!"원경능은 그가 벗은 겉옷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래, 본왕은 그대를 죽일 거야."우문호는 원경능 때문에 화가 꼭대기까지 치밀어 준수하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원경능은 얼굴을 쓱 닦고는 겸연쩍게 말했다."그렇다면 말로 하지, 왜 제 옷을 찢어요. 벙어리세요?"우문호는 차라리 원경능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원경능은 코끝이 간질거려 또 연속으로 재채기를 몇 번 했다. 확실히 너무 추웠다. 그녀는 천천히 옷을 벗었다."절 보지 마세요.""귀신이나 보겠지."우문호가 싸늘하게 말했다. 원경능은 재빨리 겉옷을 몸에 걸치고는 벗은 옷을 손에 들었다. 약상자에서 비타민 C 한 알을 꺼내 삼켰다. 원경능은 벗은 옷의 물을 짜고 축축한 머리를 닦으면 서 말했다."제가 오해했네요, 됐죠? 전
우문호는 꼿꼿하게 앉아 앞을 직시했으나 손이 말을 듣지 않고 천천히 움직였다. 손끝이 그녀가 거적자리에 지탱하고 있던 손에 닿았다. 그녀는 손의 차가웠다. 우문호는 그러한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더 이상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원경능도 꼿꼿하게 앉아있었는데 눈빛이 흔들렸고 온몸의 근육들이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닿아 그녀는 아마 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야겠지, 좋아, 움직이자고. 다만, 너무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손끝이 닿는 게 뭐가 어때서? 합방도 한 사이가 아니던가? 살짝 닿았다고 하여 의도적으로 움직인다면 너무 가식을 떠는 것 같은데. 또한 우리 둘 사이가 좋아지고 있으니 친구라고 할 수도 있겠지? 친구 사이에 손이 닿는 것은 실로 크게 놀랄 일도 아니야. 아까 우문호는 내 머리도 닦아주었고 나도 본의 아니게 그의 그곳에 손을 댔었잖아...'만일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뛰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문제될 게 없었다. 마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서일이 발을 들어올렸다. 우문호는 잽싸게 손을 거두어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왕야, 왕비, 도착했습니다!"서일이 말했다. 눈치가 무딘 서일은 자연히 마차 안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우문호가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 원경능은 그의 헐렁한 겉옷을 꼭 여미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우문호는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아 내려왔다. 두 몸이 맞닿은 순간 원경능은 손발이 나른해 났다. 땅에 선 뒤에도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었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서일이 원경능의 젖은 옷을 챙기려고 손을 뻗자 우문호가 홱 하고 빼앗았다."본왕이 들면 된다.""네!"서일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왕야께서 왕비의 더러워진 옷을 들어주다니? 다만 우문호는 곧 옷을 녹아에게 던져주었다."왕비에게 생강탕을 달여주거라."호수에 빠진 이 일은 결국 이상하게 해결되었다. 원경능은 봉의각 방 안에 앉아 창문 밖의 회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속으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우문호는 도대체 어떤 방면에서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