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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화 형구방(刑具房)

원경능은 혜정후 뒷문으로 들어갔다. 남장을 한 산발인 여인을 본 혜정후부 사람은 조금도 의아해하지 않았다. 심지어 버릇이 되어 예사로운 일로 돼버렸다.

후야의 이 취향을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

"본후가 용무를 보러 갈 테니 너희들은 저 여인을 잘 살피고 있거라!"

혜정후는 원경능을 방 안에 끄집어 들이고는 곁에 있는 시녀에게 분부했다.

"네!"

두 시녀는 허리를 숙이며 응하였다.

원경능은 이 두 시녀의 우람진 체격과 두툼한 손목을 보고 무술을 익힌 사람임을 깨달았다. 그녀가 이 두 사람 수중에서 벗어나려면 절대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되었다.

허나......원경능은 소매 안의 약상자를 매만졌다. 그녀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저기, 일을 보고 싶은데 뒷간이 어딥니까?"

원경능이 물었다.

원경능은 조금도 두려운 기색이 없었고 남장을 입었지만 여인의 아름다움을 잔뜩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요염한 눈빛을 살살 흘리고 있어 기루나 꽃배의 기생일 것이었다. 두 시녀는 원경능이 자발적으로 온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후야께서는 잘 살피라고 하셔서 이렇게 말했다.

"병풍 뒤로 가시면 변기가 있습니다."

"뒷간이 없습니까?"

원경능은 미간을 찌푸렸다.

"멀리에 있습니다. 후야께서는 이 방에서 나가지 말라고 분부하셨습니다. 저택에 사나운 개가 있는지라 낭자께서 놀라실 수 있습니다."

사나운 개라? 원경능은 들어올 때 확실히 요란한 개 짖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아마 사나운 개를 한 무리 길러 저택을 지키는 것 같았다.

병풍 뒤에도 약상자를 꺼낼 수 있으니 괜찮았다. 자신이 일을 보는 것까지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었다.

원경능은 병풍 뒤에 들어가 변기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세히 밖의 동정을 들었다. 두 명의 시녀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살금살금 약상자를 꺼냈다. 전에 서일에게서 비수 한 자루를 빌려 약상자에 넣으려 했었다. 그러나 약상자를 소매 안에 넣으려 할 때, 비수가 있어서 작아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비수를 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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