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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망명

"두려운 것이야?"

혜정후는 사악하게 웃었다.

"본후도 너를 탄복할 수 밖에 없구나. 우문호를 위해 본후를 무너뜨리려고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으니."

분노로 인하여 원경능은 도리어 침착해졌다. 그녀는 혜정후를 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후야께서는 잘못 말했습니다. 저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누굴 위한 것이야? 설마 본후가 너의 아름다운 육체를 즐기게 하기 위함이냐?"

혜정후는 싸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사악한 눈빛은 원경능의 몸에서 맴돌다가 결국엔 그녀의 가슴에 고정되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긴 그의 눈빛에는 잔인함과 난폭함이 어렸다.

원경능은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소매 안에 넣고 유일한 마취제를 잡았다.

"여인은 모두 위풍당당한 장군을 좋아합니다."

원경능은 넋을 잃은 듯 그를 바라 보았다. 한 걸음 더 가까이로 다가선 그녀의 눈빛은 몽롱했다.

"아쉬운 것은, 저는 우문호를 잘못 선택하였습니다. 저를 싫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겁쟁이였습니다."

"그런가?"

혜정후는 촛불을 버리고 원경능의 허리를 감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가까이에 이끌며 고개를 숙이고 잔인하게 웃었다.

"지금 후회한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우문호는 원래부터 겁쟁이다. 우문호가 다 무엇이란 말이야."

원경능은 손톱을 그의 살에 박았다. 이에 혜정후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살짝 몸을 떨었다. 그는 이 미미한 고통을 즐기고 있었다.

원경능은 머리를 그의 가슴팍에 댔다. 이럴 때일 수록 그녀는 더더욱 침착했다. 주사기를 아까 전에 손톱을 박았던 곳에 주사하였다. 또 다른 손가락으로 그 자리 곁의 피부근육을 움켜쥐었다.

억센 손이 그녀의 목을 조였다. 정혜후는 손을 뻗어 등뒤에 원경능이 꽂은 주사기를 뽑았다. 분노로 인해 눈이 빨갛게 충혈된 그는 원경능의 뺨을 갈겼다.

"암살 무기를 사용해?"

원경능은 맞은 쪽의 얼굴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다. 한참이 되어서야 얼얼했던 반쪽 얼굴이 불에 타는 듯이 아팠다. 눈 앞이 새카매졌고 머리가 아찔했다. 입에서는 비릿한 피의 냄새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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