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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김준희의 촉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침실에 확실히 남자가 숨어 있었으니까.

다행히 그녀도 김준희가 다시 물어볼지도 모른다는 것을 예상하고 몸을 돌려 김준희에게 길을 비켜주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엄마,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요. 내가 무슨 집에 남자를 숨겨요?”

“분명히 들었단 말이야.”

“뭘 들었는데요? 길을 비켜드렸으니 의심되면 확인해 보세요. 옷장이랑 화장실 다 샅샅이 뒤져보세요. 안 그러면 저 억울해서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녀는 몸을 돌려 눈물을 닦았다.

눈물은 당연히 짜낸 것이었고 보기에는 무척 슬퍼 보였다.

김준희는 자신이 쓸데없는 의심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의 사생활이 어떤지는 그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늘 딸아이를 감시해 왔기 때문에 남자 친구를 사귀는지도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남자를 숨겼다는 말은 딸한테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까는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 이제 그만 화 풀어.”

미안한 마음에 그녀가 유나은의 손을 잡았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저 상관 안 해요. 하지만 엄마가 이러는 건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엄마 잘못이야. 사과할게.”

김준희는 유나은의 눈치를 살피며 웃었다.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유나은도 한발 물러서는 척하면서 돌아서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내 김준희의 발밑에 놓아두었다.

“속이 좀 안 좋아서 늦게 문을 열었어요.”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그녀가 배를 부드럽게 문지르고 있었다.

“지금은 어때? 좀 나아졌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그래요. 아플 때도 있고 괜찮을 때도 있고.”

“검사 받아봤어? 큰 병 같은 건 아니겠지?”

김준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제가 알아서 해요.”

“커피 드실래요? 아니면 차 드실래요?”

유나은은 돌아서서 주방으로 향했다.

“신경 쓸 거 없어. 잠깐 앉아 있다가 갈 거야. 이리 와서 좀 앉아.”

김준희는 슬리퍼도 갈아신지 않고 소파에 가서 앉았다.

“넌 의사라는 애가 잘 챙겨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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