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3화

천도준이 영일자재 건물 밑에서 고청하를 만났을 때 그녀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장난스레 혀를 날름 내밀었다.

“알았어. 알았어. 오늘 점심은 내가 크게 한 턱 쏜다.”

천도준은 피식 웃으며 부드러운 손길로 고청하의 오똑 솟은 콧날을 간지럽혔었다.

“당연하지. 날 속인 데 대한 벌이야.”

그는 고청하의 집안이 무척 궁금했지만, 그녀에게 추궁하지 않았다. 고청하가 그의 “귀인”에 관해 묻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서로 이 일에 대해 함구하고 있었다.

고청하가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은 음식을 주문한 후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청하의 신분이 밝혀진 것에 대해 전혀 어색함 없이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이들이 반쯤 식사를 했을 때 불현듯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뜨렸다.

박유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어떡해요... 흑흑... 존 오빠가 다쳤어요...”

전화를 받자마자 박유리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자, 천도준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존이 맞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용병 중에서도 최정예 엘리트였던 존은 명실공히 살인의 신이었다. 그런 그가 맞으면 얼마나 맞았다고 박유리가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울며 그에게 전화한 것일까.

“거기가 어디예요?”

천도준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됐든 간에 지금 당장 서둘러 그리로 가야 했다.

“흑흑... 해천 리조트의 공사장이에요...”

전화기 너머로 박유리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죄송해요.... 제가... 제가 오빠를 다치게 했어요.”

뚝.

전화를 끊은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박유리가 어쩌다 또 공사장에...

애초에 박유리를 채용할 때부터 그는 그녀가 전에 공사장에서 철근을 묶는 일을 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직장을 바꾸었는데 왜 아직도 공사장에 연루되어 있는 거지?

더구나 존까지 공사장에서 다치게 하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