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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어둠이 깔리자 도시에는 화려한 불빛이 켜졌다.

천도준이 리빙턴 호텔에 도착했을 때쯤, 주차장은 이미 비싼 외제차로 붐볐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천도준은 해진각으로 갔다.

해진각 문 앞에는 정장 차림의 건장한 젊은이가 선글라스를 낀 채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천도준을 발견하고는 냉큼 해진각의 문을 열었다.

가야금 소리가 천도준의 귓가에 들려왔다.

천도준은 머쓱하게 코를 문지르며 미소 지었다.

“이 노래는 ‘사방잠복’?”

널찍한 해진각 내부에는 산 조형물과 그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 인테리어도 있었다.

물안개까지 피어오르는 황홀한 풍경이 펼쳐졌고 공기 중에는 옅은 솔잎향이 풍겼다.

고즈넉하고 분위기 있는 공간이었다.

널찍한 원형 테이블 앞에는 정장 차림의 민머리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선글라스를 낀 그는 덤덤하게 중앙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의 뒤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젊은이 둘이 서 있었다.

천도준은 민머리 중년 남자를 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주 대표님, 밤에 웬 선글라스예요? 안 어두워요?”

“천 대표님이 걱정할 건 아닐 텐데요.”

주준용이 선글라스를 벗자 독기 가득한 두 눈이 드러났다.

그는 천도준을 노려보다가 손짓하며 말했다.

“앉으시죠, 주 대표님.”

주준용이 가리킨 자리는 입구와 가까운 자리였다.

테이블에 앉는 순서로 따지면 그 자리는 가장 볼품없는 자리였다.

천도준은 덤덤히 웃었다.

계략이 있는 식사 자리인 데다가 재생하고 있는 음악의 제목마저도 ‘사방 잠복’이라니, 천도준은 주준용이 이처럼 디테일한 사람인 줄 몰랐다.

자리에 앉은 뒤, 주준용은 이어질 절차를 안내하듯 손짓하며 말했다.

“식사하시죠.”

“좋습니다.”

천도준은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집으려 했다.

그 순간, 주준용은 테이블을 회전시켰다.

천도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준용을 바라보았다.

“아, 음식을 집어 가는 줄 모르고 테이블을 돌렸네요.”

주준용은 또다시 안내하듯 손짓하며 말했다.

“식사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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