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와 마영석이 천도준의 사무실로 돌아와 조금 전 사건을 처리한 방식을 대충 설명했다.그 말을 다 듣고 난 천도준이 담담하게 “응”하고 대답하고는 울프랑 마영석을 나가게 했다.방금 울프가 설명할 때 메시지 알람음이 잇달아 울렸다.울프랑 마영석이 자리를 뜨자, 천도준이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눈동자를 바르르 떨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가슴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임설아가 보낸 메시지들이 마치 붉게 달아오른 예리한 칼날처럼 그의 심장을 깊숙이 찔러왔다.머리끝까지 화가 난 그가 결국 분노를 터트렸다.천도준이 책상을 쾅 내리쳤다.귀청이 터질듯한 큰 소리에 사무실 밖의 직원들이 놀란 기색을 지었다.‘무슨 일이에요?’회사 직원들이 보기에 천도준은 언제나 침착하면서도 물처럼 부드러운 인상을 지닌 사람이었다부대표를 맡은 뒤부터 정태건설을 장악하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이렇게 화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당시 정태건설을 인수하면서 이대광에게 속아 정태건설이 파산을 예견하게 되었을 때도 천도준이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사무실 안.천도준은 조용히 의자에 앉은 채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빠드득 소리를 냈다.이를 꽉 깨문 그는 거센 분노가 들끓어 오르는 눈동자를 번뜩였다.이 순간, 그는 마치 피 맛을 즐기는 사나운 짐승처럼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설아, 너는... 지금 내 역린을 건드린 거야!"용에게는 역린이 있는데, 그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게 되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 때, 아무 망설임 없이 귀국하여 그의 곁을 지켰었다.비록 이수용이 그를 도와주어 아주 순조롭게 모든 일을 해결했다지만, 고청하가 그의 곁을 지키며 매번 그에게 따스함과 격려를 해 주었기에 그가 편히 쉴 수 있었다.고청하는 그에게 있어 어머니만큼이나 중요한 존재였다.그런데 지금... 임설아가 그런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하고 있었다.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고청하의 전화였다.발신자를 확인한 천도준
천도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곧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전화를 끊은 천도준이 곧바로 은행 쪽에 전화를 걸었다.‘임설아가 내 역린을 건드리려 하니, 내 무정함을 탓할 수는 없지!’같은 시각.영일자재 부근의 한 커피숍 안임설아는 휴대폰을 소파 위에 내던지고는 테이블 위에 엎드려 통곡했다.그녀의 울음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아무도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왜?’‘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내가 뭘 잘못했다고?’임설아는 서러운 마음에 가냘픈 몸을 바르르 떨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나는 단지 내가 원하는 걸 가지려 했을 뿐인데 그게 잘못이야?’‘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흔한데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해?’‘나는 이미 내 몸을 내주었는데, 왜 나를 조금도 소중히 여기지 않지?’임설아는 서럽게 울면서 원망과 분노로 가득 담은 말들을 천천히 내뱉었다.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가여운 마음에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아이고... 멀쩡한 처자가 어쩌다 저렇게 상처받았대?”"이 세상에 있는 쓰레기 같은 남자들은 다 죽어야 해!""저 여자, 너무 불쌍해..."임설아는 커피숍 안의 동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면서 더욱 슬프게 울었다.십 분 뒤.그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울음을 겨우 참은 임설아가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발신자를 확인했다.그녀가 일하는 은행의 사업부 관리 매니저가 전화한 것이었다.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임설아가 울음을 꾹 참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매니저님.""임설아 씨, 당신 이미 은행에서 해고됐어."은행 매니저의 한마디에 임설아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매니저가 차갑게 말을 이었다."임설아 씨 개인 물품은 내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버리게 했으니, 가격에 따라 배상해 줄게. 조금 뒤 그쪽 계좌로 이체될 거야."뚝!전화가 끊겼다.임설아는
저녁 무렵.천도준은 겐팅 스카이에서 만나자는 고청하의 전화를 받았다.전화 끊은 천도준이 전화 몇 통을 연속 걸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속 장소로 향했다.다만 고청하가 선택한 약속 장소는 그의 심장을 철렁하게 했다.겐팅 스카이는 그들이 진정으로 관계를 확정한 곳이었다.그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고청하의 마음을 그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천도준이 겐팅 스카이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일곱 시가 다 되었었다.주차장에는 고청하의 포르쉐 911이 조용히 멈춰 서 있었다. 그녀는 이미 도착해 있는 것이 분명했다.천도준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은은하고도 느린 음악이 들려왔다.어두운 불빛이 레스토랑 전체를 아름답게 장식했다."혹시 천 대표님이세요?"문 앞에 있던 레스토랑 직원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으로 오세요. 고청하 씨가 오늘 저녁 우리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어요."레스토랑 직원을 따라 겐팅 스카이 안으로 들어선 천도준은 창가에 앉아 있는 고청하를 한눈에 알아보았다.불빛 아래,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고청하가 턱을 괸 채 창밖의 도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뒷모습이 매우 쓸쓸해 보였다."고청하 씨, 천 대표님이 도착했어요."레스토랑 직원이 작은 목소리로 말해 주었다.천도준은 고청하의 가녀린 몸이 흠칫 떨리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청하가 고개를 돌리더니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왔어? 앉아."천도준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고청하는 비록 그에게 웃어주고 있었지만, 그는 저 웃음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그가 자리에 앉자, 고청하가 레스토랑 직원의 손에서 메뉴판을 건네받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더니 천도준 앞으로 밀어주었다."뭐 먹을래? 내가 살게.""청하야...."천도준이 입을 열어 그녀를 불렀다.고청하가 예쁜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그럼, 내가 주문할게."말을 마친 그녀가 메뉴판을
"나는 네가 오해하는 걸 원하지 않아."천도준은 씁쓸하게 웃었다.고청하가 고개를 젓더니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며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오해하지 않았어. 내가 무슨 오해를 하겠어?""임설아가...."천도준은 이 일을 끌고 싶지 않았다.이런 일을 끌면 끌수록 오해만 더욱 쌓일 뿐이었다."괜찮아. 난 정말 괜찮아."고청하는 손을 들어 올려 눈가를 닦고는 웃으면서 음식을 가리켰다."밥이나 먹어. 내가 요리를 많이 시켰으니, 다 먹어봐야 해."그녀의 모습이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천도준의 심장을 매섭게 찔렀다.천도준은 그녀가 너무 안쓰러웠다.시간을 확인한 그는 대가 되었다고 생각했다.천도준이 울프에게 전화를 걸었다."사람을 데리고 들어와."전화를 끊은 그는 고청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청하야, 나는 네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어. 내가 다 설명할게."순간, 고청하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그냥 설명하지 말아 줄래? 우리, 이 식사를 끝으로 각자 갈 길 가자. 내가 떠나 주면 되잖아?"낮에 임설아가 그녀를 만났을 때, 이미 모든 일을 아주 분명하고도 노골적으로 말해 주었었다.‘그런 일을 해명할 필요가 있을까?’‘또 무슨 설명할 것이 있다고?’고청하가 생각하기에 천도준의 해명은 마치 변명 같아 그녀를 더욱 괴롭게 할 뿐이었다.바로 이때.겐팅 스카이 문 앞에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천도준은 울프와 임설아를 보자마자 한시름을 놓았다.천도준을 보게 된 임설아는 갑자기 표정이 변하더니 곧바로 천도준에게 달려들었다.임설아는 아무런 방비도 없었던 천도준의 품에 달려들어 천도준을 꽉 껴안았다."이제야 저를 만나 줄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내 당신을 만나게 되었네요!"콰쾅!이 장면을 보게 된 고청하의 머릿속에 굉음이 울렸다.예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에 울적한 표정을 지으며 붉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녀가 씁쓸하게 웃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천도준을 바라보았다."천도준, 이게
천도준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고청하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임설아가 동시에 울프의 곁에 있는 청소 아줌마를 바라보았다.청소 아줌마는 임설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처자, 그날 밤, 이 사장님은 단지 처자를 호텔까지 바래다주고는 내게 5만 원을 주며 나더러 처자를 돌봐주라고 했어.”고청하는 얼떨떨한 마음에 한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러나 임설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 돼!’‘절대 그럴 리 없어!’‘그날 밤 나는 이미 그런 상태였는데, 이 사람이 단지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주기만 했다고?’임설아는 가난한 출신이었지만, 다행히 예쁜 외모를 지녔다. 그녀도 이 예쁜 외모를 어떻게 이용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 덕에 그녀는 사회에 나온 뒤로 별로 고생하지 않았다."쪽지는요? 그럼, 쪽지는 어떻게 된 일이에요?"임설아는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면서 마치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두 손으로 천도준의 팔을 꼭 붙잡았다."만약 당신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면 왜 그런 쪽지를 남겼어요?”천도준은 임설아를 뿌리치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왜 그랬을 것 같아?”임설아는 제자리에 굳어버린 채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굴렸다.그날 밤 이후로 천도준에게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린 그녀는 갑자기 가녀린 몸을 바르르 떨며 천도준을 노려보았다."당신, 저를 이용한 거예요? 저를 이용해 오씨 가문에 복수한 거예요?"이 말이 튀어나오자, 고청하도 눈썹을 찌푸리고 천도준을 바라보았다.천도준은 평온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임설아를 바라보았다."그런 셈이지. 네가 스스로 내게 달라붙으려 했으니, 내가 이용해도 되잖아?"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임설아는 완전히 멍해졌다.재벌가로 시집가려던 그녀의 꿈이 순식간에 완전히 깨졌다.한 가닥 이성의 끈을 겨우 붙잡은 임설아가 얼굴을 어둡게 굳힌 채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왜? 왜 저를 이용했어요? 제가 뭘
"그래서 그렇게 모질게 임설아를 이용했어?"고청하는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했다."그래!"천도준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나는 어둠 속을 헤치고 기어 나온 사람이야. 나는 참고 때를 기다릴 수도 있고, 젊어서 겁이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라. 나는 단지... 승자가 왕이라는 것만 알 뿐이야!""천도준...."고청하가 눈동자를 바르르 떨었다.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마치 뒤엉킨 실타래처럼 매우 어지러웠다.머릿속은 뒤죽박죽 더욱 복잡했다.그녀는 천도준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몰랐다. 오늘의 일은 그녀의 가치관에 너무도 큰 충격을 주었다.비록 평소에 아버지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말 중의 일부가 천도준의 말과 똑같다고 해도, 그런 삶을 경험하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그의 견해를 당장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청하가 머리카락을 쥐어뜯더니 말했다."나 먼저 집에 갈게. 한동안 네 말을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해. 그와 동시에 우리 사이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천도준은 그저 웃기만 할 뿐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그가 한 말은 확실히 너무 과격했다.그러나 그는 고청하에게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이해시켜야 했다.그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솔직하지 못한 것 때문에 이런 일로 고청하의 마음속에 응어리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숨을 깊이 들이쉰 천도준이 레스토랑 직원을 불러 계산을 마쳤다.겐팅 스카이 건물을 나선 천도준이 현란하고도 몽환적인 "겐팅 스카이"라는 가게 이름을 돌아보며 살짝 웃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끝없는 씁쓸함이 어려 있었다.천도준이 천문동 별장단지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때마침 울프의 전화가 걸려 왔다.그의 뜻에 따라 임설아를 데리고 겐팅 스카이를 나온 울프는 곧바로 임설아를 데리고 이 도시를 벗어났으며, 임설아에게 평생 이곳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엄하게 명령했다.천도준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그는 이렇게 하는 것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성인이면 자기가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했다
약속 장소는 정태건설 주변의 한 식당으로 정해졌다.식당에 도착한 천도준은 이수용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굳어버렸다.이수용은 더욱 늙은 상태였는데 얼굴에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이수용의 곁에 앉은 존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무엇인가 미리 전해 들은 표정이었다."도련님."이수용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예전과 같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앉으세요."천도준은 이수용을 부축해 자리에 앉히고는 곧바로 물었다."어르신,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이수용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가문의 일로 회장님이 저를 급히 불렀어요."천도준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회장님이 의성그룹 힘으로 도련님을 도운 일 때문에요."이수용이 지친 말투로 말했다.눈썹을 치켜세운 천도준은 문득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분은 어쨌든 가주인데, 이런 일도 결정할 수 없습니까?"이수용은 고개를 저으며 천도준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만약 평소라면 회장님이 당연히 결정할 수 있지만, 집안에 아직 어르신이 한 분 계세요. 회장님이 의성그룹 힘으로 도련님을 도운 일을 여사님께서 알게 되셨어요."천도준의 눈빛이 굳어졌다."우리... 할머니가요?""아니요."이수용이 그의 말을 부인하더니 천천히 말했다."천씨 가문은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사람이 많아요. 세상의 권력과 재력을 장악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가문인 만큼, 가주의 선택 방식도 평범한 가문처럼 아들이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대대로 전해지는 방식이 아니에요.”천도준은 그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한 가문의 번영과 창성은 일맥의 노력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었다."천씨 가문이 가주를 고르는 방식도 유능한 자가 가주가 되는 거예요. 많은 젊은 세대 중에서 후보를 정하고, 그 뒤 서로 경쟁해 가장 우수한 자가 차기 가주가 돼요.”이수용은 아주 느린 속도로 말했다. 그는 천도준에게 이번에 자리를 비우게 된 이유를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천씨 가문
그가 기억하기로, 어머니는 그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 거의 쉬지 않고 적어도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면서 밤낮으로 일했었다.이수용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도련님... 도련님의 아버님이 그 당시 집을 떠날 때, 그분이 일군 사업 중 대부분을 천씨 가문에서 거둬갔어요. 그러나 여전히 도련님과 어머니에게 돈을 조금 남겨주었었는데...."이수용의 의미심장한 말투에 천도준의 표정이 저절로 굳어버렸다.그가 문득 눈동자를 번쩍이며 물었다."설마 우리 어머니예요?"천도준의 표정이 바뀐 것을 본 이수용이 진실을 숨기려는 듯 그저 웃기만 했다.잠시 사색에 잠긴 천도준은 생각할수록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설마 그럴 리가?’‘분명 무슨 속 사정이 있을 거야!’그는 곧바로 머릿속의 어지러운 생각들을 밀어냈다.‘지금 가장 급한 것은 천씨 가문의 그 여사님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아내는 거야!’천도준이 물었다."천씨 가문의 그 여사님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습니까?"“여사님이 도련님이 태어난 것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기울였어요.”이수용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그래서 의성그룹이 도련님을 도와 예매 전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을 알게 되셨을 때, 크게 화를 내며 가주의 결정에 간섭했고, 저를 가문으로 불렀어요. 제가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회장님이 여사님의 기분을 풀어주고 나서 저를 조용히 떠나게 했기 때문이에요."천도준은 가슴속에 울분이 치밀어 올라 설핏 웃으면서 말했다."결국 결론은 제가 명분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군요. 어릴 때부터 천씨 가문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지 못했으니, 여사님이 생각하기에 저는 아마 사생아겠죠.”이 말을 들은 이수용의 표정이 굳어버렸다.눈동자를 바르르 떨던 그는 결국 천도준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천씨 가문에는 천씨 가문만의 규칙이 있었다.‘천씨 가문의 규칙 중, 만약 도련님이 회장님의 친자식이 아닌데 회장님이 고의로 간섭한다면 도련님은 차기 가주 후보자로 선택될 수 없지.’"이제 됐어요.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