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목소리에 존과 박유리의 두 눈이 반짝였다.매부리코를 비롯한 열 명의 남자들도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수트 셋업에 가죽 가두를 신은 천도준이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서늘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이 멀리서도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겼다.그는 사람들을 지나 모래더미에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있는 존과 박유리를 바라보았다.잠자고 있던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기라도 한 것처럼 천도준의 기세가 금세 포악해졌다.“천, 천도준 대표님...”매부리코 사내가 손을 비비며 아첨하는 미소를 입가에 장착했다.“저는 이 공사장의 부책임자 주환이라고 합니다. 주준용의 사촌 동생...”“허!”천도준은 냉소를 머금으며 주환을 지나쳤고 십여 명의 싸움꾼들도 무시한 채 곧바로 존과 박유리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쭈그려 않은 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추궁하지도 않았다.그저 피투성이에 상처투성이가 된 존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담담히 질책했을 뿐.“용병 출신이 지금 이게 무슨 꼴이야. 열 몇 명한테 맞았다고 이렇게 되는 게 창피하지도 않아?”“담배나 줘.”존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내 친구한테 불붙여.”천도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었다.“제, 제가... 대표님, 제가 하겠습니다.”주환은 감히 그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만면에 가식적인 미소를 지은 채 급히 다가왔다.그가 준용 건설 대표의 사촌 동생이라는 사실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천도준 앞에서 그 신분을 들먹이며 기고만장할 수는 없었다.완전히 적으로 돌아서기 전까지 그도 할 수 있는 만큼 아부해야만 했다.존에게 담뱃불을 붙여준 주환은 눈알을 부라리며 존과 박유리를 흠씬 노려본 뒤에야 뒤로 물러섰다. 그 눈빛은 마치 다음에 걸리면 죽었다는 경고의 눈빛이었다.존은 담배를 빨아들이며 모랫바닥에 벌렁 드러눕더니 힘겹게 입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박유리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존의
묵직한 목소리에 주환을 비롯한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혈혈단신으로 열 몇 명을 상대하겠다고?어림도 없는 소리…!“수트 폭도? 하, 참 나.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좋아. 어디 한번 덤벼 보라고.”주환은 험상궂은 얼굴로 이를 갈며 앞으로 손을 휘저었다.“아주 혼쭐을 내주자고!”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쇠 파이프로 무장한 사내 열 몇 명이 일제히 천도준에게 달려들었다. 뒤로 몇 걸음 물러서는 주환의 모습에 천도준은 냉소를 머금었다. 이윽고 눈빛이 차갑게 반짝이더니 빠른 발걸음으로 후퇴하는 주환을 향해 돌진했다.그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씨 가문에서 내내 참고만 살았던 단 하나의 이유는 그가 오남미를 사랑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오씨 가문을 떠난 뒤 업계에서조차 물러터진 사람이었다면 불과 3년 만에 정태건설의 부대표 자리까지 올라올 수도 없었다.그동안 견지했던 지옥 훈련은 그의 신체 조건을 월등히 업그레이드 시켜주었다. 부상투혼으로 싸운다 해도 이곳의 사내들쯤이야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천도준은 섬광이 번쩍이는 것처럼 주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주환은 기겁하며 허둥지둥 천도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그의 손목을 움켜쥔 천도준은 허리를 숙여 주환의 몸을 단단히 움켜쥐었다.“흐압!!!”기합소리와 함께 주환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린 그는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듯 제자리에서 주환을 이리저리 휘둘렀다.공포에 질린 주환의 울부짖음은 쇠 파이프를 든 다른 사내들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천도준은 싸늘한 얼굴로 두 손으로 들어 올렸던 주환을 땅바닥에 힘껏 내던졌다.“찌그러져 있어!!”극심한 고통에 주환의 얼굴이 볼썽사납게 일그러지며 돼지 멱따는 듯한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주준용의 사촌 동생이라는 신분만으로 해천 리조트 공사장의 부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던 주환은 평소 공사장의 작업일꾼들한테 발길질이나 할 줄 알았지 기본기조차 없는 한량이나 다름없었다. 천도준이 아니라 박유리와 싸운다 해도 맥없이 쓰러질 정
“대표님…” 박유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천도준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그녀는 당황스럽다기보다 공포스러웠다.퇴역하기 전의 전성기 시절에도 그녀는 열댓 명의 무기를 든 타수들을 감히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별일 아니에요. 가세요.”묵직한 천도준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박유리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문득 그녀의 왼손을 움켜쥐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오빠…”박유리는 흐릿한 초점으로 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의 손에 끌려가다시피 자리를 떠났다.두 사람은 잰걸음으로 천도준의 뒤를 바싹 따랐다.천도준을 비켜 가려는 자들이 있으면 그들을 공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다만 단 한 명도 예외없이 천도준의 레이더망에 걸리긴 했지만.이들의 격렬한 격투는 공사장 일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일꾼들은 천도준 혼자 열댓 명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에 입을 딱 벌렸다.과연 사람이 맞을까…?낙하산으로 들어온 주환은 공사장에서 쌈박질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무리 지어 다니면서 갑질을 일삼곤 했었다.존과 박유리가 다구리를 당할 때에도 작업일꾼들이 몰려들어 구경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아주 일상적인 한 장면일 뿐이었으니까.그런데 갑자기 주환에게 대적하는 어마어마한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그것도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것 같은 미친놈이!이미 절반 이상이 천도준에게 맥도 못 추고 당했고 나머지 절반은 괜히 쇠 파이프만 고쳐잡으며 감히 앞으로 돌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천도준은 땅바닥을 뒹구는 사람들 속에 혼자 우뚝 서서 겁에 질려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오른손 상처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대수롭지 않게 수트에 슥 닦으며 넥타이를 더 느슨하게 풀어 젖혔다.“더 덤비려고?”너희들 따위 나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는 차가운 눈빛이었다.천도준의 한 마디는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큰 울림을 주었다.쇠 파이프 좀 잡아봤다하는 타수들이었지만 천도준의 실력은 그들과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쳐!! 쳐란 말이야!”
이율병원. 존은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의사는 천도준과 박유리에게도 상처 부위를 소독해줬다. 두 사람은 응급실 밖에 앉아있었다. 수심 가득한 박유리는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천도준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가만히 있다가 왼손으로 오른손 손가락 마디를 감싼 붕대 끝자락을 만지작거렸다. 30분 뒤, 존은 드디어 응급실에서 실려 나왔다. 붕대를 매만지던 천도준은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떴다. 존이 병실에 옮겨진 뒤, 천도준은 당부의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천도준은 공사장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난 괜찮아. 가서 도련님이랑 얘기해 봐.” 존은 미소 지으며 불안해하는 박유리를 다독였다. 존은 박유리가 오늘의 일 때문에 천도준이 자기를 해고할까 봐 걱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박유리는 직업을 잃으면 안 되는 처지였다. “그런데 도준 씨가 내 얘기를 듣기나 할까? 날 해고할 것 같은데......” 박유리는 울먹이며 초조한 듯 손으로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도련님은 그런 분이 아니야. 단지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을 궁금해하지 않을 뿐이지.” 존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얼른 가봐.” 박유리는 고민하다가 마침내 용기 내어 천도준을 뒤따라 나섰다. 존은 천장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조금 전 도련님은 제법 회장님의 예전 모습 같았어......” 박유리는 초조한 나머지 병실을 나설 때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그녀는 숨마저 가빠졌고 그 덕에 얼굴에 홍조까지 비쳤다. 박유리는 이율병원 입구에서 차에 올라타는 천도준을 발견했다. 다급해진 박유리는 천도준을 불렀다. 천도준은 포르쉐 911에서 내린 뒤, 차문을 닫았다. 그는 병원의 정원에 있는 벤치를 가리켰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그마한 정원이었다. 마침 오후 시간의 정원은 한산했고 왠지 고요하기까지했다. 벤치에 앉은 뒤, 천도준은 긴장한 듯한 박유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무슨 일이에요?
천도준은 코를 만지작거리다가 일에 집중했다. 주준용이 먼저 식사를 청했으니 천도준은 당연히 응했다. 싸우느라 맞춤 정장이 다 망가졌으니 주준용에게 변상을 요구해야할 것이다. 그것 말고는 천도준이 걱정할 것은 없었다. 비록 정태건설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래도 준용건설과는 아직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정태건설이 준용건설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만약 천도준이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면 해천 리조트 공사장에서도 주먹을 날리진 않았을 것이다. 의도가 불순한 저녁의 식사 약속에서 주준용이 어떤 수작을 부리든 천도준은 상대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천도준의 사람을 건드린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천도준은 절대 가만두지 않는 사람이었다. 잠시 뒤, 주건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천도준은 미소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천도준 씨, 도움이 필요한가요?”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주건희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부터 말했다. “건희 씨한테도 소식이 전해졌나요?” 천도준은 덤덤히 웃었다. 이곳에서의 모든 일은 주건희의 손바닥 안이었다. 게다가 조금 전의 일은 작지 않은 소란을 일으켰으니 주건희가 알 법도 했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주건희는 원망하듯 말했다. “주준용이라면 저도 약간은 조심스러운데 도준 씨는 아예 주준용한테 찾아가서 열 명도 넘는 사람을 때려눕혔더라고요. 주준용 사촌 동생은 다리까지 부러졌다던데, 천도준 씨, 전에 저의 부하로 있었을 땐 왜 그 실력을 숨겼던 거죠?” “저희 쪽한테 먼저 손댄 건 주준용입니다. 반격하지 말라는 법이 따로 있나요?” 천도준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휴대폰 너머의 주건희는 한숨을 내쉬며 잠시 침묵했다. 그제야 주건희는 천천히 말했다. “각오 단단히 해요. 주준용은 속내가 시커먼 사람이니까. 그동안 업계에서 서로 견제하는 동안 그 사람은 별의별 수작을 다 부렸어요. 손에 피까지 묻히면서요. 오늘 저녁 리빙턴 호텔 해진각에서 식사 약속이 있죠? 제가 함께 갈까요?” 천도준은 가슴이 뭉클하며 감동
어둠이 깔리자 도시에는 화려한 불빛이 켜졌다. 천도준이 리빙턴 호텔에 도착했을 때쯤, 주차장은 이미 비싼 외제차로 붐볐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천도준은 해진각으로 갔다. 해진각 문 앞에는 정장 차림의 건장한 젊은이가 선글라스를 낀 채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천도준을 발견하고는 냉큼 해진각의 문을 열었다. 가야금 소리가 천도준의 귓가에 들려왔다. 천도준은 머쓱하게 코를 문지르며 미소 지었다. “이 노래는 ‘사방잠복’?” 널찍한 해진각 내부에는 산 조형물과 그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 인테리어도 있었다. 물안개까지 피어오르는 황홀한 풍경이 펼쳐졌고 공기 중에는 옅은 솔잎향이 풍겼다. 고즈넉하고 분위기 있는 공간이었다. 널찍한 원형 테이블 앞에는 정장 차림의 민머리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선글라스를 낀 그는 덤덤하게 중앙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의 뒤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젊은이 둘이 서 있었다. 천도준은 민머리 중년 남자를 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주 대표님, 밤에 웬 선글라스예요? 안 어두워요?” “천 대표님이 걱정할 건 아닐 텐데요.” 주준용이 선글라스를 벗자 독기 가득한 두 눈이 드러났다. 그는 천도준을 노려보다가 손짓하며 말했다. “앉으시죠, 주 대표님.” 주준용이 가리킨 자리는 입구와 가까운 자리였다. 테이블에 앉는 순서로 따지면 그 자리는 가장 볼품없는 자리였다. 천도준은 덤덤히 웃었다. 계략이 있는 식사 자리인 데다가 재생하고 있는 음악의 제목마저도 ‘사방 잠복’이라니, 천도준은 주준용이 이처럼 디테일한 사람인 줄 몰랐다. 자리에 앉은 뒤, 주준용은 이어질 절차를 안내하듯 손짓하며 말했다. “식사하시죠.” “좋습니다.” 천도준은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집으려 했다. 그 순간, 주준용은 테이블을 회전시켰다. 천도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준용을 바라보았다. “아, 음식을 집어 가는 줄 모르고 테이블을 돌렸네요.” 주준용은 또다시 안내하듯 손짓하며 말했다. “식사하시죠.
주준용이 오늘날까지 온 것은 악랄한 계략 덕분이었다. 지난 시간 동안 주건희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우면서, 주준용은 갖은 방법과 수단을 썼다. 최소한 건설 업계에서 유일하게 자기와 힘을 겨룰 수 있다고 주준용이 마음 속으로 인정한 사람은 주건희 뿐이었다. 하지만 뜬금없는 천도준의 출현은 주준용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주준용의 공사장에서 소란까지 피웠으니 말이다. 이런 일은 주건희라면 벌일 수 없을 일이었다. 천도준은 갑자기 오른손을 들더니 주준용을 제지했다. “주 대표님, 대표님의 사촌 동생 다리를 부러트린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표님의 사촌 동생분과 부하가 흘린 피 때문에 맞춤 정장을 버려야 할 판인데 정장값은 일단 물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천도준의 덤덤한 말투는 오로지 맞춤 정장 때문에 하는 말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주준용은 잠깐 멈칫했다. ‘이 새끼,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잖아!’ 잠시 주춤하던 주준용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짝짝짝......” 그는 박수를 세 번 쳤다. 그러자 주준용의 뒤에 서 있던 두 젊은이와 문밖을 지키고 서 있던 두 젊은이가 다가와 천도준을 둘러쌌다. 그와 동시에 복도에서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건장한 젊은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몰려왔다. 열 명도 더 되는 것 같았다. 분위기는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주준용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천도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네 다리부터 부러트린 다음 정장 값을 물어줄게. 두 벌 값으로 쳐줄게!” “좋죠.” 천도준은 냉랭한 웃음을 짓더니 눈빛을 반짝였다. 천도준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의 접시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두 사람에게 접시를 날렸다. 그리고 그는 의자를 집어 들고 마구 휘두르며 사람들을 물러서게 했다. “망할, 주환을 쓰러 눕힌 이유가 있었네. 보통 실력이 아니야!” 주준용도 천도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
“무, 물어줄테니까...... 그만 해, 이 새끼야! 그만하라고......” 주준용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땀을 비 오듯 흘렸고 고통스러워하며 부르짖었다. 주준용은 겁이 났다. 천도준의 악랄함과 결단력은 주준용마저도 겁에 질리게 했다. 주준용은 확신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천도준에게 맞선다면 그는 더 심한 일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야말로 미친 놈이었다. “진작에 변상해 준다고 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잖아요.” 천도준은 냉소를 지으며 웃었다. “푹!” 주준용의 허벅지에서 칼이 뽑혔다. 주준용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럽게 호통쳤다. “너, 칼을 뽑긴 왜 뽑아!” “아, 그럼 다시 꽂을게요.” “푹!” 주준용은 온몸이 경직된 채, 허벅지에 다시 꽂힌 칼을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바라보았다. 주준용의 부하들은 그저 넋이 나간 채 이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사람이 맞나?’ 천도준은 덤덤히 양손의 피를 주준용의 정장에 닦았다. 이어서 그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 “주 대표님, 오늘 제가 온 것은 정장 변상 말고도 알려드릴 일이 하나 있어서 온 겁니다. 박유리 씨는 저희 쪽 사람이니 대표님 사촌 동생한테 전하세요. 박유리 씨를 건드리지 말라고 말입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목소리였지만 강인한 힘이 있었다. 주준용은 반사적으로 눈을 반짝이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강렬한 통증 때문에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인데 웃음까지 지으니 더 기괴하고 공포스러웠다. 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천도준은 한순간 표정이 굳었다. 검은색 물체가 주준용의 허리춤에서 나타났다. “너 싸움 잘하잖아. 할 수 있으면 계속해 봐.” 주준용은 천천히 일어나더니 총으로 천도준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능력껏 해봐. 할 수 있으면 날 찔러 봐. 나한테 기어올라? 너 세상 물정 좀 모르나 본데, 이 세상에서 나한테 감히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퍽!” 주준용은 천도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