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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이혼을 설득 해 주세요

이우범은 함께 밥을 먹자는 말에 조금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는 만나도 인사도 안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래도 친한 친구의 일이고 그도 배 씨 가문과 허 씨 가문의 관계가 깊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래요. 저녁 식사로 하시죠. 저녁에 시간 있습니다.”

“좋아요! 그럼, 제가 아는 카페에서 만나요. 거기 커피도 맛있고 조용해서 얘기 나누기 편할 거에요. 여기 카톡 추가하면 위치 보내 드릴게요.”

나는 열정적으로 핸드폰을 건넸다.

이우범은 핸드폰을 한번 보더니 볼펜과 펜을 내밀었다.

“추가는 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에 써주세요.”

무슨 사람이 이렇게 철벽이란 말인가? 나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다 종이에 휘갈기듯 카페 주소를 적었다.

“저녁 8시에 거기서 봐요.”

나는 배시시 웃으며 볼펜을 내려놓고 기분 좋게 떠났다.

저녁 8시, 이우범은 카페 ‘랑데부’로 가도 나는 없고 서란을 만나게 될 것이다. 둘의 만남이 기대되어 나는 하루 종일 너무 신났다. 이우범과 서란이 만나는 장면이 계속 상상되어 나는 가서 직접 두 눈으로 역사적인 장면을 확인해야겠다.

같은 여자를 좋아하다니, 역시 배인호와 이우범은 친구였다. 하지만 이우범이 서란에게 첫눈에 반한 것인지 아니면 알아가면서 좋아하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첫눈에 반한 것이 아니라면 오늘 저녁의 만남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나는 검은색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가발까지 썼다. 저녁 8시쯤 나는 혼자서 카페 ‘랑데부’ 로 갔다.

나는 카페로 들어가지 않고 창문으로 엿보았다. 역시 이우범은 이미 도착해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저 자리는 내가 좋아하는 자리인데.

그는 심플한 흰 티셔츠를 입고 앞머리는 자연스럽게 내리니 깔끔하고 도도해 몇 살은 더 어려 보였다.

서란은? 나는 일하는 곳을 바라보며 그녀를 찾았다. 한참이나 찾았지만 서란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나의 이상한 행동 탓에 이우범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나를 발견하고 일어나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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