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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단번에 내 생각을 까밝히다

“아빠, 만수무강하실 거예요.”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엄마, 아빠가 없는 생활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당황하고 쓸쓸했지만 그렇다 해서 이우범에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내 것이 아니다.

아빠가 멈칫하더니 난감한 듯 웃었다.

“나도 만수무강하면 좋지. 로아와 승현이 커서 결혼하는 것도 보고, 너의 새로운 의지와 버팀목이 되는 것까지만 봐도 나와 네 엄마는 시름 놓고 떠날 수 있을 텐데.”

“그런 말 하지 마요. 아직 멀었어요.”

나는 아빠가 더는 말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렇게 슬픈 화제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또 이우범 얘기가 나오는 건 더 싫었다.

아빠는 그래도 눈치가 빨랐다. 내 기분이 다운된 걸 발견하고는 바로 얌전하게 이 화제를 논하지 않았다.

아빠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는데 갑자기 빈이가 떠올랐다. 사실 아빠와 그냥 층만 달랐기에 보러 가기 편했지만 저번에 내가 상처 준 일이 떠올랐다.

그러다 그냥 가보지 않기로 했다. 가서 희망을 주는 게 오히려 더 잔인했다.

점심이 가까워지자, 아빠가 내게 귀띔했다.

“지영아, 우범이한테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 바쁜 거 아는데 하루가 멀다고 이렇게 찾아오니, 잘 대접해 줘야지.”

“네, 알겠어요. 이따가 바로 전화할게요.”

내가 얼른 대꾸했다.

아빠는 내가 얼렁뚱땅 넘어갈까 봐 그러는지 기어코 자기가 보는 앞에서 이우범에게 전화해 점심 약속을 잡으라고 했다.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이우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우범은 전화를 받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

“여보세요?”

“우범 씨, 지금 병원 근처에요? 근처에 맛있는 식당 하나 아는 데 가볼래요?”

나는 아빠를 힐끔 쳐다봤다. 아빠는 뿌듯하다는 눈빛으로 내게 답하고 있었다.

“네, 주소 보내줘요. 15분 정도 걸리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우범의 목소리는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게 듣기 좋았다.

“네.”

나는 전화를 끊고 아빠에게 물었다.

“이제 좀 마음에 들어요? 이따 바로 아빠가 좋아하는 우범 씨 진수성찬으로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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