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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병문안

고개를 돌려보니 배인호가 차가운 얼굴을 하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왜 병원에 있는 거지? 이론대로라면 빈이가 무균 치료실에 들어갔으니, 그도 더 이상 여기 남아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박준은 그의 냉담함에 다소 뻘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배인호를 대신해서 감정상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싶어 했지만, 그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오늘 왜 온 거야? 병원에 처리할 거 있으면 내가 해!”

박준이 의리 가득한 모습으로 말했다.

“배인호, 너 일 많잖아. 지금쯤 엄청 바빠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다, 배인호에게는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 그리고 민설아, 친자식이 아닌 빈이까지. 말 그대로 아주 많은 일이 있다.

요 며칠 이우범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서울로 돌아갔다. 하지만 배인호는 여전히 가지 않았다. 또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다는 건가?

“준이야!”

박준이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어디선가 배인호 어머니 김미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그쪽을 바라보니 배인호 부모님이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오고 계셨다.

여긴 왜 온 거지?

이윽고 박준도 그녀에게 얼른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그들은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김미애는 나한테 다가와 내 손을 잡으며 물었다.

“지영아, 아버지가 아픈 거 왜 우리한테는 안 알려줬어? 어제 오랜 친구가 갑자기 전화 와서, 나한테 알려주지만 않았다면 우린 여전히 다 몰랐을 거야!”

그 말에 나는 배인호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내 시선을 피한 채 옆모습만 보이게 고개를 돌렸다.

가끔 배인호도 내 심정에 대해 잘 헤아려주는 듯하다. 내가 먼저 그의 부모님에게 우리 아빠의 병세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으니 그도 자연스레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다. 어쨌든 과거에 사돈 사이였으니, 서로 만나면 어색할 게 분명하다.

나 대신 말하지 않은 거네.

하지만 몇 다리만 걸치면 서로 다 아는 사이라, 결국에는 배인호 부모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아주머니, 저희 아빠 괜찮아요. 아직은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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