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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분명하게 선을 긋다

이것은 인삼의 문제가 아니라, 배인호가 나에게 큰 도움을 요청한 일이다.

나는 얼른 대화 주제를 돌려 곧 병원을 옮기는 일에 대해 아빠한테 말해주었다. 아빠는 국내든 해외든 별다른 의견이 없으셨다. 처음에는 심지어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도 한 적 있으니 말이다.

“나 배인호 씨한테 갔다 올게요.”

나는 말을 마친 뒤 몸을 일으켜 배인호에게로 갈 준비를 했다. 그 모습에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어쨌든 어제 배인호 부모님이 한번 왔다 가셨기에, 아빠도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별 탈 없이 배인호의 병실로 갔다. 병실에 도착해보니 예상외로 박준도 있었고, 한가득 풍성한 음식이 매혹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배인호는 한 입도 먹지 않았고, 내가 온 걸 본 뒤에야 박준은 뭔가를 깨달은 듯 내 손의 보온 도시락을 가리켰다.

“어쩐지 내가 사 온 아침을 안 먹는다 했어. 인제 보니 아침 가져다줄 사람이 있어서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나는 그 미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온 도시락통만 내려놓았다.

“먹어요.”

“다행히 오셨네요. 계속 안 왔으면 인호 아마 혼자서 굶어 죽었을 거예요.”

박준은 내가 가져간 도시락통을 열며, 안에 죽을 떠서 배인호에게 건네주었다.

“냄새 좋네. 직접 했어?”

배인호는 약간의 희망 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질문에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답했다.

“그럴 리가요. 집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한 거예요.”

내 말에 그의 반짝이던 눈빛은 삽시간에 빛을 잃었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숙여 배고픈 듯 죽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내가 가져간 죽을 순식간에 다 먹어버리고, 박준이 사간 아침도 조금 곁들여 같이 먹었다.

나는 임무완수를 했다고 생각해 보온 도시락을 들고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박준이 단번에 나를 잡았다.

“가긴 어딜 가요? 나 오늘 서울로 가봐야 해요. 지영 씨 아버지도 이 병원에 입원했다면서요? 병원에 올 때마다 겸사겸사 이 친구도 좀 돌봐주세요...”

박준은 배인호를 한번 힐끗 보며 명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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