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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나와 함께 감당하다

아빠와 내가 모두 자기를 무시하자 민설아도 더 질척거리지 않았고 가는 동안 조용했다.

목적지가 같은지 민설아는 또 아빠가 입원하시게 될 병원에 나타났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비행기에서 왜 그렇게 조용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결국 목적지가 같았기에 그녀는 서두르지 않은 것이었다.

“정말 우연이네요. 우리 같은 비행기에 목적지까지 같았네요.”

병원에서 민설아는 내게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난 친구 만나러 왔어요.”

나는 그녀에게 대답하지 않고 그냥 아빠의 입원 절차를 와 수술 스케줄을 잡았다. 국내에서 이미 검사를 받았지만 더 신중해야 했기에 검사들을 다시 받았다. 나는 이것저것 처리하느라 민설아의 쓸데없는 말을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급해하지도 않고 옆에서 내가 끝나기를 지켜보더니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그녀의 말투에 질투가 가득했다.

“인호 씨가 대신 예약 문제를 해결해 준 거죠?”

다행히 아빠가 옆에 안 계셨다. 나는 바로 그녀를 째려보았다.

“민설아 씨, 당신 친구 만나러 온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여기서 나한테 시간 낭비할 필요 있어요?”

“왜요? 내 예상이 맞았어요?”

민설아의 미소는 싸늘했다.

“항상 인호 씨와 더 엮이고 싶지 않다는 지 뒤돌아보지 않을 거라는 건 사실 다 핑계였죠? 단지 고귀한 척하고 싶었을 뿐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한 인호 씨를 어떻게 쉽게 포기할 수 있겠어요? 그래도 이혼을 아주 잘 활용한 건 인정해요.”

“민설아 씨는 머릿속에 온통 사랑밖에 없나 봐요?”

이곳이 해외 병원이라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민망했을 것이다.

민설아는 미련이 가득해 보였다.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요? 하지만 내 인생은 허지영 씨 때문에 망가졌어요. 난 이제 아무것도 없는데 허지영 씨를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글쎄, 당신이 죽지 않았다고 예상하지 못한 내 탓을 해야 하는 걸까? 나도 민설아가 살아 있다는 걸 알았다면 배인호와의 결혼을 거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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