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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꽃을 가져온 사람

나는 사실 입맛이 별로 없었고 이우범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두 사람은 근처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스테이크로 배를 채웠다.

이때 이우범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근심 섞인 눈빛이었지만 내가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사라졌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밖에 가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우범이 나를 피해 전화를 받는 일을 드물었다. 아무리 민설아의 전화라도 그는 아주 태연한 태도로 내가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받았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나를 피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우범이 누구와 전화 통화를 하는지 추측했다.

10분 정도 지나자 그는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왔다.

“미안해요. 회사에서 온 전화예요.”

분명 회사에서 온 전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얘기하든 이우범의 자유였기에 나는 굳이 더 묻지 않았다.

“우범 씨 그러면 먼저 돌아가 봐요.”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회사 일이 급한 것 같은데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 아빠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니까 우범 씨도 걱정하지 말고 가 봐요.”

“그래요. 하지만 조심해요. 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죠?”

아까 아빠도 말했었고 지금은 나도 이우범에게 빨리 돌아가 회사 일을 해결하라고 하니 그는 더 고집부리지 않았다.

나는 그가 민설아를 얘기하고 있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민설아는 아직 이쪽에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몰랐기에 그녀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우범이 돌아간다고 했으니 내가 대신 아빠에게 말할 테니 그에게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아빠에게 인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이우범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병원으로 돌아갔다.

마침 간호사가 아빠에게 링거를 꽂고 있었다. 병실은 아주 조용했고 은은한 꽃향기가 병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침대 옆에 놓인 화분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흰 꽃잎에 푸른 잎사귀가 무성한 꽃이 흰 꽃병에 꽂혀 있었다.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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