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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저와 지영 씨는 친구예요. 친구 가족이면 제 가족이기도 하죠.”

이우범의 대답에 나의 눈빛이 반짝였다.

친구? 좋다. 이 관계는 내가 꿈꿔왔던 바로 그런 관계였다.

이우범이 직접 한 말이라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심리적 부담감이 많이 줄어든 나와는 반대로 아빠는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눈앞에서 자기 마음속 최고의 사윗감이 딸의 친구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시며 많이 속상해하셨다.

“아빠, 먼저 쉬세요. 저 우범 씨하고 나가서 밥 좀 먹고 올게요.”

나는 이우범과 단둘이 얘기를 나누고 싶어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빠의 눈동자에서 빛나던 불꽃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래, 가 봐.”

나는 이우범을 데리고 병실을 나왔다. 그는 수술받는 아빠를 보러 멀리에서 와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 마음에 나는 감동했다.

나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그는 정말 흠잡을 데 없이 잘해주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을 때 이우범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조금 굳은 얼굴로 말했다.

“먼저 밥 먹지 말고 병원에 남아서 아저씨를 돌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근처에 레스토랑 있어요. 지난번 한국에서 못 샀던 밥 이번에 살게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여기 병원 간호사들이 와서 아빠 돌봐줄 거고.”

이우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을 뻗어 내 손목을 잡더니 병실 문 쪽으로 데려갔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다.

나는 그가 왜 이러는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범 씨, 왜 이러는 거예요? 설명 좀 해줄래요?”

예전 같았으면 밥을 사겠다는 내 말에 이우범은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한 끼도 먹고 싶지 않다는 그가 많이 이상했다.

하지만 민설아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떠오르니 나는 은연중에 뭔가가 떠올랐다. 이우범이 바로 나에게 설명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 그를 쳐다보았다.

이우범이 입술을 움찔거리며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는데 갑자기 민설아의 목소리가 한쪽에서 들려왔다.

“우범 선배, 왜 여기 있어요?”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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