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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아쉬워하지 않아

“맞아요. 우범 씨 저희 부모님 다루는 데는 일가견이 있죠.”

나도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고 배인호의 말에 맞춰 맞장구를 쳤다. 결국 배인호의 안색은 흐림에서 폭우로 변했다. 마치 내가 극악무도한 말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빈이는 상황이 점점 이상해지자 입을 열었다.

“아줌마, 오늘 보러 와줘서 고마워요. 근데 지금 너무 졸려서 자고 싶어요.”

이는 내가 먼저 자리를 뜰 수 있게 핑계를 만들어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여기 더 있다간 배인호와 다투게 될 것이다.

“그래, 그럼 푹 자. 내일 다시 보러 올게.”

나는 빈이를 향해 부드럽게 웃고는 배인호에게 눈길을 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체했다.

하지만 배인호는 지금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라 예의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병실 밖, 노성민과 박준은 아직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나오자 둘은 바로 입을 다물었고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는 그런 둘을 신경 쓰지 않고 아빠에게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박준이 다가오더니 궁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지영 씨, 혹시 뭐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뭐요?”

나는 담담하게 되물었다.

“아니다, 질문 두 개.”

박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브이 포즈를 취했다.

노성민은 멀지 않은 곳에서 마치 특수 공작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 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내 시선이 느껴지자 그는 바로 다른 곳을 쳐다봤다. 벽을 만지작거리다가 화분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직감이 말해주었다. 박준이 말한 질문 2개에서 1개는 무조건 노성민을 대신해 묻는다는 걸 말이다.

나는 옅은 미소로 웃으며 말했다.

“물어봐요.”

박준은 마른기침을 몇 번 하더니 첫 번째 질문을 꺼냈다.

“그게… 지금 정아 씨 어디 사는지 알아요? 성민이 저 모자란 놈이 와이프랑 아이들 보고 싶다고 해서…”

“잠깐만, 와이프요? 전처가 맞죠.”

나는 박준이 잘못 사용한 단어를 짚어냈다.

“네, 네, 성민이가 전처가 보고 싶다고 실패한 결혼을 만회하고 싶다고 그러네요.”

박준이 갑자기 나를 향해 맹세하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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