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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시비를 걸다

‘인호 씨와 빈이가 왜 여기 있지?’

빈이의 옷차림을 보니 외투 안에 입은 환자복 옷깃이 보였다.

“빈아, 이렇게 추운데 왜 나왔어?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나는 그쪽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빈이의 손을 잡았다. 빈이는 기뻐하다가 손을 뺐다.

“안 추워요. 병원에 있는 게 너무 심심해서 나와 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아빠한테 데리고 나와달라고 했어요.”

빈이가 얌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손을 빼는 그 동작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일부러 내게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이우범도 나를 따라 걸어왔다. 내가 다시 몸을 일으키자 마침 이우범과 배인호 사이에 껴 있었다.

“다른 사람이랑 나와서 밥 먹을 시간도 있고, 한가하네.”

배인호가 갑자기 이렇게 툭 던졌다. 시선은 이우범에게로 꽂혔다. 배인호가 말한 다른 사람은 역시나 이우범이었다.

“일이 좀 있어서 같이 밥 먹으러 나온 거예요. 밖에 추우니까 얼른 빈이 데리고 병원으로 들어가요. 그러다 감기 걸리면 시끄러워지니까.”

나는 빈이의 몸을 걱정해 이렇게 귀띔했다.

배인호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말투가 매우 언짢았다.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일단 너부터 잘 관리해.”

“나랑 왜 아무 상관이 없어요. 난 그저 빈이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나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전에는 내게 빈이를 돌봐달라고 하더니 지금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지금 이 아이에게 감정이 생긴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건 이미 늦었다.

“뭐 어떻게 걱정할 건데? 애 엄마를 대체하기라도 할 거야?”

배인호는 화통이라도 삶아 먹은 듯 말투에 나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당연히 민설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없었다. 이 부분도 내가 제일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빈이가 민설아 곁으로 돌아가는 게 싫었다. 책임감 없는 엄마 옆에서 아이가 삐뚤어질까 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결국엔 민설아의 아이라 내가 빈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

이우범은 배인호가 나를 이렇게 대하자 차가운 목소리로 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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