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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가장 큰 양보

배인호의 반응은 꽤 컸다. 나는 그가 진정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

“배인호 씨!”

나도 몸을 일으켜 따라갔다.

모든 걸 털어놓으려고 결정했으니 꼭 철저하게 말 할 것이다. 절반만 말하면 속이 답답했으니까.

배인호는 키도 컸고 다리도 길었다. 게다가 지금 기분까지 좋지 않으니 속도는 더 빨랐다. 나는 거의 뛰어서야 그를 쫓아갈 수 있었다.

그가 차에 오른 후, 나도 가장 빠른 속도로 조수석에 앉았다.

그는 나를 보지 않았고 얼굴엔 짜증이 묻어있었다.

“나도 화내지 않았는데 당신이 왜 화내요?”

이 상황이 웃겨서 물었다.

“네가 말한 게 정말이라면 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알아?”

그는 드디어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는데 눈시울은 눈에 띄게 붉어졌다. 마치 간신히 눈물을 참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 마음도 갑자기 아파 났다. 이런 그를 보면 시원함을 느껴야 했다. 그가 전생에 있었던 일을 알고 또한 이 일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결국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 내가 바라던 결과가 아닌가.

하지만 내가 바라던 결과를 얻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다 전생의 일이잖아요. 배인호 씨, 난 가끔 당신이 당신인 것 같기도 하면서 또 당신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겠어요. 뭐가 진정한 당신인지.”

전생이 원인이고 이번 생이 결과였던가. 아니다.

그럼 전생과 이생이 아무 관계도 없는 걸까. 그것도 아니다.

배인호는 여전히 배인호였지만 완전히 다른 선택과 행동을 했었다. 그러니 난 더 이상 전생의 마음가짐으로 그를 대하면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가끔 흔들리고 방황한다.

마치 악몽을 꾼 것 같은 느낌이었다. 꿈에서 깬 후, 그 고통스럽고 두려우며 힘든 감정을 여전히 느낄 수 있었지만 꿈에서 겪은 모든 것들로 현실 속의 사람을 대할 수 없었다.

“만약 환생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건 네가 말한 대로 흘러가는 거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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