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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불러

이어진 말들은 너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배인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남녀 사이의 그렇고 그런 일이 아닌가?

“그래. 그러니까 네가 태어나서 이번 생의 모든 일이 달라졌단 거지? 나와 이우범이 서란이 아니라 너를 사랑하게 된 것도 그렇고.”

배인호는 내 말을 요약했다. 비록 입 밖으로 내뱉기엔 멋쩍은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아직도 믿기 어려웠다. 배인호가 내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게 말이다.

“맞아요. 그런 셈이죠. 그래서 난 이런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살길 원했어요.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었죠. 우리의 삶에 겹치는 부분이 워낙 많다 보니 난 아직도 인호 씨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어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난 더 이상 인호 씨에게 숨기는 게 없어요. 이제야 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 느낌이 드네요.”

배인호는 말을 아꼈다. 그는 운전해서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배인호의 부모님은 여전히 집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손자 손녀를 보지 못한다면 떠나지 않을 작정인 듯했다.

우리가 돌아온 걸 보자 배인호의 부모님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우리에게 다가왔다.

“인호야, 지영아, 얘기 잘 나눴어?”

배인호는 부모님의 초조한 모습을 보더니 명확히 대답하는 대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내가 대답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저랑 인호 씨 얘기 잘 나눴어요. 인호 씨는 저랑 아이 양육권을 다투지 않을 거고, 모든 건 지금과 똑같을 거예요. 가끔 아이들 보러 오셔도 돼요. 오시기 전에 미리 저한테 말씀만 해주신다면요. 대신 아이들 앞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 주셔야 해요.”

내 말을 들은 배인호의 부모님은 당황했다. 배인호의 엄마는 한참 뒤에야 억지로 웃어 보였다.

“지영아, 아이들이 네 성을 따르는 건 우리도 반대하지 않아. 그래도 우리는 아이들이 우리를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구나. 어떻게 안 되겠니?”

그건 배인호 부모님의 가장 큰 소망이었다. 그들은 예전부터 로아와 승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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