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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다른 그의 이야기를 말하다.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짧은 침묵 속에 빠졌다.

머릿속에서 많은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 후 나는 입을 열었다.

“서란 때문에 온 거예요.”

배인호는 조금 놀란 듯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는데 아마 시간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빨리 이 커피숍에서 서란을 만났나고 전에 얘기했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내가 왜 일찍 서란을 찾아왔는지 이해되지 않은 것 같다.

역시나 그는 물었다.

“왜 서란을 만나러 온 거야? 그때 난 그 사람 만난 적도 없는데.”

“맞아요, 당신은 만난 적 없죠. 기억나요? 내가 당신한테 이혼을 제안했을 때 했던 말.”

그를 시험해 보았다. 배인호가 내가 했던 말을 어느 정도 기억했는지 가늠이 안 갔다.

그는 내가 한 말을 거의 가슴에 새겨두지 않으니까 말이다.

배인호는 눈을 내리깔았는데 깃털 같은 속눈썹이 그의 동공을 가렸다. 그래서 난 그의 눈빛 속에 담긴 감정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는 한참 동안 침묵한 후 입을 열었다.

“너랑 이혼하지 않은 걸 꼭 후회할 거라고, 네가 내 곁을 떠나달라고 빌 거라고 했어.”

말을 마친 후, 그는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 보았다. 마치 뭘 의심하지만 또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일들은 서로 꿰어보기만 하면 된다. 비록 결과는 지나치게 이상할 수 있지만 세상엔 뭐든 가능하다.

그는 더는 말하지 않았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인호 씨, 난 한 번 죽었어요. 믿을 만해요? 이 세상엔 정말 되돌릴 수 있는 약이 있었어요.”

“허지영, 도대체 하려는 말이 뭐야?”

배인호의 입이 열렸다 닫혔고 그의 목소리도 더 엄숙해졌다.

“난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어요. 살아난 후에 당신과 이혼하려 했다고요, 알겠어요? 난 당신이 서란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고 또 그 사람을 위해 날 끝까지 몰아붙일 거라는 것도 알았어요. 그래서 환생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당신들에게 길을 내어주는 거예요!”

내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매 한 글자마다 아주 선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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