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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이상한 이우범

“어머님, 마셨어요. 인호 씨가 마셨어요.”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피하고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야릿한 장면들을 제쳐두려고 노력했다.

나는 어머님이 한시름 놓으시도록 약을 다른 처방으로 바꿔 가져온 과정과 마신 과정을 어머님에게 모두 설명해 드렸다. 그리고 배인호와 있었던 일들은 말씀드리지 않았다.

“그럼 되었다. 한동안 계속 먹으면 반드시 건강한 손주를 보게 될 거야.”

어머님의 미소를 지으시며 갑자기 한마다 덧붙였다.

“건강한 손녀면 더 좋고!”

나는 가끔 어머님이 귀여웠다. 나의 마음이 상할까 봐 항상 배려해 주셨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환생한 후, 나는 서란도 정말 청순하고 아름다워 보였고 어머님도 귀엽고 친절하셨다. 심지어 차가운 벽 같았던 이우범에게서도 나는 따뜻한 면을 발견했다. 그리고 배인호도 많이 변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통제 불능 상태가 될까?

“지영아, 부담 갖지 말아. 아이는 순리에 따르자. 네 아버지와 내가 가끔 손주 손녀들이 부러워 그저 얘기하는 거야. 신경 쓰지 마라.”

생각에 잠겨 있는 나를 보고 어머님은 내가 부담스러워한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머님, 저 괜찮아요. 저도 당연히 빨리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거짓말이다. 배인호와 아이가 생기면 절대로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도 이런 절망적인 결혼생활을 계속 이어 가야 한다. 아이한테도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은 아빠라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배인호와 이혼하게 되면 서란이 나를 대신해 시부모님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니 급할 것 없었다.

어머님과 얘기를 나누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배인호가 거실로 돌아와 어린 조카와 놀아 주고 있었다. 그는 두 살배기 아기를 안고 어깨에 앉힌 뒤, 아기의 손을 잡고 날게 하며 뛰어다녔더니 즐겁게 웃는 아기의 웃음소리가 너무 귀여웠다.

나는 약간 멍해졌다. 마치 이다음 배인호가 아이와 놀아주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아이를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보였고 앞으로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았다.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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