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건은 제대로 묻지도 않고 확인하지도 않은 채 흔쾌히 승낙했다.이진도 윤이건이 이렇게 시원스럽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비록 그녀는 이것을 사례금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핑계에 불과했다.두 사람이 3년 동안 함께 지내온 데다가 그녀가 AMC 대표이기도 하기에 이진은 윤이건이 심각할 정도로 공과 사가 분명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기에 일부 소기업들은 YS 그룹의 이름을 듣자마자 공포에 빠지곤 했다. 심지어 윤이건을 언급할 때 그들은 인정사정없고 차가운 데다가 숨을 멎게 하는 이미지를 떠올린다.이런 사람이 이렇게 쉽게 자신의 제의를 받아들이다니.그녀도 의심은 갔지만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이 사람이 자신을 도우려는 거니 그녀는 당연히 감사할 따름이다.그러나 몇 달이 지나면 그들 사이는 기껏해야 기업을 위해서만 연락이 오갈 것이다.윤이건이 일어나 2층 서재로 걸어가자 이진은 다소 당황하여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서재로 돌아온 윤이건은 직접 관광지 관련 부문에 전화를 걸었다.“윤 대표님?”윤이건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프로젝트 부문의 책임자들은 모두 다소 당황했다.그들 모두 자기가 뭔가를 잘못한 게 아닌가 싶었다.“네, 임대리님. 문의드릴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윤이건은 대외적으로 늘 예의를 차렸다. 그러기에 많은 분들도 모두 YS 그룹과 관계를 맺으려 했다.“말씀하세요.”“혹시 부서에서 모진호에 관한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나요?”“모진호요? 네, 진행되고 있습니다.”“확실한 가요?”임대리가 바로 대답하자 윤이건은 다소 의아했다. 그의 신분과 지위를 보았을 때 그의 손엔 수없이 많은 관광 항목들이 있을 건데 모진호를 한번 조회해 보지도 않은 채 바로 대답할 수 있다니.“하하, 윤 대표님께서는 아실지 모르겠는데…….”임대리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는데 목소리는 다소 흥분되어 있었다.“이 항목은 막 시작된데다가 투자금이 어마어마해 엄청 인상적이었거든요.”막 시작했는데 자금이 어마어마하다니.윤이건은 눈을 가늘게 떴는데 이
이진은 처음으로 윤이건의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드러냈다.와인을 마셔 취한 것 같기도 하고 흥분되어 그런 것 같기도 했다.친아버지와 맞서는 느낌은 정말 나쁜 데다가 더 나쁜 건 아버지인 이기태는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네가 직접 그의 능력과 자금을 빼앗았는데 그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만 있겠어.”이진은 고개를 들어 눈앞의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의 노을이 창문을 통해 그의 뺨을 비추니 분위기가 딱 좋았다.갑자기 이진은 자신이 억지를 부렸다고 느꼈고 그녀는 이렇게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녀와 남은 가족들은 단지 혈연관계만 있는 원수일 뿐이다.“왜 그렇게 쳐다봐?”이진이 한참 동안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윤이건은 오히려 좀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진은 고개를 저을 뿐 계속 생각에 잠겨있었다. 술을 두 잔 마시자 이진의 뺨은 불그스레 달아올랐다. 그녀는 주량이 약해 술자리를 가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며 미룰 수 없을 때에는 샴페인 한두 잔만 마셨었다.그녀는 어느덧 소파 위에 앉아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마치 억울한 아이처럼 쪼그려있었다.“내가 도와줄까?” 평소에 강한 말투와 모습만 보여온 그녀가 갑자기 조용한 모습을 보이자 윤이건은 다소 당황했고 마음이 아파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네, 도와주세요.”망설임도 거절도 없었다.이진은 인생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느낌이 별로 나쁘진 않았다.이진은 그날 저녁 객실에서 잤지만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날따라 유난히 달콤한 잠에 빠졌다.이튿날 아침, 윤이건은 출근하지 않고 이진을 데리고 한 커피숍으로 갔다.두 사람이 도착하자 임대리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임대리는 윤이건을 보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곧이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옆에 있는 이진을 바라보았다.“한 대표님, 오랜만이에요. 이분은…….”임대리는 아름다운 그녀를 보자 눈이 번쩍거
윤이건이 말을 마치자 임대리와 이진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가 이런 일을 가지고 장난을 칠 사람은 아니기에 정말로 투자라도 하겠다는 거다.“윤 대표님…….”임대리는 눈을 깜박거리며 윤이건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YS 그룹은 단 한 번도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 없었다. 만약 윤이건이 정말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자금의 투입과 과정은 더 안정적일 것이다.“어때요? 제가 참여한다면 공사 기간에 독촉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겁니다.”독촉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 이진은 테이블 밑에 놓인 손을 주먹 쥐었고 하마터면 그를 한 대 때릴 뻔했다.과연 임대리는 혹시라도 윤이건이 후회하기라도 할까 봐 바삐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윤 대표님이 말씀하신 대로 진행하도록 할게요. 계약은 나중에 천천히 하는 걸로 해요.”이번 것이 큰 프로젝트가 될게 분명하니 제대로 실행해 나간다면 아마 승진도 가능할 것이라 임대리는 급히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얘기를 마친 후 윤이건과 이진은 임대리는 차에 태워 보낸 후 길가에 서있었다.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한참 지나자 이진은 참지 못하고 옆에 서 있는 윤이건을 바라보았다.왠지 날씨는 조금 서늘하고 쓸쓸한 느낌을 띠고 있었다. 날씨 탓인지 기분 탓인지 이진은 점점 자신이 윤이건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왜 도와주신 거예요?”“색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더군다나 이 프로젝트는 뭔가 재밌을 것 같았거든.”윤이건은 그녀가 물어볼 것을 예상해 이미 답을 생각해 놓았다.아주 타당한 이유였지만 이진은 너무 의도적이라고 생각해 입꼬리를 오므리며 여전히 한 가닥 의심을 품고 있었다.‘분명 뭔가 이상한데?’“가자, 곧 비 올 것 같네.”윤이건은 그녀한테 생각할 겨를조차 주지 않은 채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에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진은 계속해서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찾아보았고 윤이건은 자리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 정
유연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녀는 분명 윤이건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 아파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그녀를 붙잡는 사람은 없었다.원래 속상한 척 한 거였는데 진짜 속상한 상황이 되어버렸다.유연서는 가방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은 돌아섰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분명 그녀가 불쌍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진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하도 많이 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이진은 오히려 옆에 있는 이 남자의 반응이 궁금해났다.“잠깐만…….”윤이건은 몸을 돌려 집에 들어서려 했는데 이진이 갑자기 입을 열자 얼떨떨했다.“왜?”“그래도 이 먼 곳까지 와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선물했는데 집엔 들여보내지 않는다고 해도 배웅은 해야 되지 않나요?”이진이 무슨 생각으로 이 말을 꺼낸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단지 머릿속으로 만 생각하던 말을 저도 모르게 꺼낸 것이다. 심지어 그녀 스스로도 어떤 대답이 듣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윤이건은 그녀의 말을 듣자 자신의 행동이 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유연서가 별장에 왔을 때 그는 항상 그녀를 배웅해 주었는데 이번엔 까먹다니.윤이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을 보자 이진은 갑자기 기분이 좀 언짢았다.이진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피로를 풀 겸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섰다. 이진은 욕조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저도 모르게 오늘 발생한 일들을 떠올렸다. 특히나 임 대리와 얘기를 나눌 때 윤이건이 자신을 지지하는 모습이 자꾸 그녀의 눈앞에 아른거렸다.그녀는 이 남자가 왜 이런 행동을 한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들은 이미 친구 하기로 약속했고 선을 그었는데 정말 단지 친구 사이라면 윤이건이 이런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YS 그룹이 공식적인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녀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그녀는 욕
이진은 말을 하고는 핸드폰을 윤이건의 앞에 놓았는데 태도가 매우 건성건성 했다.윤이건은 핸드폰을 들고는 사진을 보았다. 뚜렷하게 체크되진 않았지만 다른 모습이 매우 뚜렷해 쉽게 분별할 수 있었다.“다 이런 거야?”“흉터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을 거지만 근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아요.”그녀의 실력을 잘 알고 있기에 윤이건의 모든 의심은 유연서를 향했다.수사 시작부터 지금까지 찾아낸 단서와 증거들이 점점 분명해왔는데 윤이건은 함께 지내온 세월들을 생각하며 여전히 유연서를 믿고 싶었다.비록 그는 유연서가 그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점을 제쳐두고 말한 다면 그녀도 그를 속일 정도로 나쁘진 않았을 거다.깊이 생각할수록 복잡하고 머리가 아파 그는 이진의 안색이 어두워진 걸 주의하지 못했다.이때 이진은 입안 가득 고기가 차있어 오물거리며 말하고 있었는데 사실 마음이 좀 불편했다.‘이 남자 생각보다 유연서를 신경 쓰고 있네? 밥 먹을 때도 유연서 관련한 것들을 조사하는 거야?’이런 생각을 하자 그녀는 왠지 밥맛이 뚝 떨어졌다.그녀는 숨을 크게 내쉬고는 손가락을 다시 닦고는 엄숙한 분위기로 말했다.“윤 대표님, 이렇게까지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제가 흉터 제거 수술을 하는 의사를 찾아줄 테니 걱정 마세요.”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입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윤이건은 그녀에게 핸드폰을 건넸다.“그럴 필요 없어.”‘뭐?’이 말을 듣자 이진은 갑자기 눈을 휘둥그레 떴는데 그녀는 자신이 잘 못 들은 줄 알았다.이어 윤이건은 별 힘을 쓰지 않은 채 이진의 손목을 잡아 다시 그녀를 의자에 앉혔다.“별로 안 먹었잖아. 좀 더 먹어야지.”윤이건은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며 요리를 집어주었다. 그러고는 계속 이런 이상한 행동들을 끊임없이 했다.이진은 접시 안의 요리를 집고는 있었지만 머릿속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다음날, 윤이건은 평소대로 이진을 AMC에 데려다주었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인사부 팀장은 이진의 카리스마에 놀라 감히 거절할 수 없어 머리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결국 아무리 난처해도 일은 처리해야 할 것이다.입사 수속이 다 끝난 후, 이진은 여한림을 데리고 인사부를 떠났다.“네가 직장에선 이렇게 강한 타입이라는 걸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여한림이 장난을 쳐오자 이진은 가볍게 웃었다.“내가 조금이라도 약하게 행동했다면 이 회사 사람들은 분명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일 거야.”여한림도 이진의 처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웃으며 이런 말을 꺼내자 그는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론 자랑스러웠다.“준비 잘 해야 돼. 앞으로 번거로울 일들이 천지야.”이때 두 사람은 이미 대표 사무실에 도착했고 이진은 손에 든 자료들을 여한림에게 건넸다.그들은 가볍게 눈길을 주고받았는데 마치 한 팀이 된 셈이다.이진이 예상한 대로 대표가 한 사람을 데리고 와 직접 마케팅 총감독으로 임명한 일이 순식간에 회사에 퍼졌다. 일반 직원들도 다 알게 됐으니 GN 그룹의 이사들이 모를 리가 없다.그들은 아니나 다를까 이날 바로 직접 뭉쳐 회사로 찾아왔다. 그들은 이진의 사무실에 일렬로 앉아 화가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이진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겨우 웃음을 참았다.“지금 이곳에 계신 분들은 모두 바쁘신 분들이실 텐데 갑자기 왜 절 찾으러 오신 거죠?”“지금 모른척하는 거야? 고작 이씨 가문 계집애 주제에 지금 우리 늙은이들을 바보로 아는 거야?”그중 한 사람이 입을 열자 그의 뜻밖의 호칭에 이진은 실눈을 떴다. 그녀는 손을 책상 밑에 가린 채 주먹을 힘껏 쥐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싱긋 웃고 있었다.“보아하니 여러분들께선 연세가 많으셔서 대표 사무실에 앉아 계시면서 저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시나 봐요.”이 말을 하던 이진의 눈빛이 갑자기 달라지자 방금 입을 연 그 사람은 얼떨결에 고개를 숙였다.“이 대표, 우린 모두 한 식구니 빙빙 돌려 말하지 맙시다.”또 누군가가 나서 말을 꺼냈다.
주주들의 이런 대범한 모습에 이진은 감동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너무 리얼한 연기라 자신도 속을 것만 같았다.직접 일어나 그들을 사무실에서 내보낸 뒤 이진의 웃는 얼굴은 바로 사라졌다.사무실의 풀딩도어 앞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전화 들고 케빈에게 걸었다.“이씨 원로들한테 사람 붙혀, 한 놈도 빠뜨리지 말고.” 이진의 지령에 케빈은 항상 원인을 묻지 않고 그냥 답하고 집행하기만 한다.다음날 이진은 케빈 수하의 사람들이 보내 온 소식을 받았다.메시지는 메일로 보내왔고, 열어보니 음성 파일이였다.이미 전문가의 손을 거친 모양이다. 음성 파일의 대화 내용은 잡음 없이 깨끗하게 잘 들렸다."이씨 자네, 딸 하나는 잘 뒀어."“그렇다니까, 이렇게 빨리 자네가 한 짓을 다 조사해 버리다니, 이건 보통 재주가 아냐.”“흥, 재주는 무슨, 그래바야 내 피줄인데! 근데 지금 이 상황,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은 해봐야겠어.”“이제 그 옥호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인데 어치피 너 자금 모두 그쪽에 있잖아, 그냥 걔한테 투자하라고 하면 되겠네.”"좋아!"녹음 내용을 들으면서 고수의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진다.이 사람들의 목소리, 그리고 말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그녀는 모두 똑똑히 분별할 수 있다. 특히 이기태의 목소리는 더욱 잘 가려 낼수 있었다."다른 사람들과 함께 제 자식을 해쳐? 정말 너답다……."이진은 손 안에 있는 만년필을 힘써 쥐고 그녀의 이마에는 푸른 피줄이 살아난다.생각해보니, 이기태의 이런 짓은 처음이 아니다.그리고 이진도 이 주주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바꾸었다.원래 그녀의 생각은 현재 그룹 실권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라 이들은 그래도 몇일 동안은 조용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당일 바로 이기태와 함께 자기를 해치려고 하다니. 그들의 생각은 분명하다. 그녀로 하여금 전 재산을 옥호에 투자하고, 마지막 이기태가 독점하여 본전도 남지 못하고 전부 잃게 하는 것이다.이진은 미간을 살짝 움직이더니 바로 케빈에게 메시지
말하면서 유연서는 급히 테이블 뒤에서 나온다.만약 지금 윤이건이 더 자세히 유연서를 보았다면 그녀 이마우에 맺힌 땀방울을 볼 수 있다.앞으로 내가 사무실에 없으면 오래 머물지 마.윤이건은 유연서의 말을 크게 의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했다.무심코 한 말이지만 상대방은 그 말을 마음에 두었다. 이 말을 듣고 유연서는 몸을 비틀거렸고 윤이건은 재빠르게 그녀의 팔을 잡았다.“어디가 아파?”“아니야, 그냥 잠이 부족한 것 같아. 이건아, 너도 일봐지, 난 그만 가볼게.” 유연서는 말을 마치고 재빨리 윤이건의 팔에서 벗어나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한다.하지만 뜻밖에도 윤이건의 부름 소리가 바로 들려왔다."연서야……."유연서는 암암리에 자신의 손가락을 움켜 쥐고 고개를 돌려 윤이건을 향해 억지로 웃음을 짓는다.“너의 흉터 제거 수술,내가 지금 알아보고 있어, 더 이상 거절하지 마, 조만간 시간이 잡힐 거야.”눈앞에 있는 이 여자의 명확한 거절 모습을 보고 윤이건은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게 말을 막았다.원래 유연서는 아까 자신이 몰래 한 짓에 마음이 찔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더욱 무서워서 울고 싶은 심정이다.팔 상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그러나 감히 윤이건을 거절할 수 없어 입술을 깨물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뭔지 한다면 하는것이 윤이건의 일처리 기준이다.유연서와 수술 얘기를 마치고 이튿날 바로 흉터 제거에 능한 의사와 연락하여 날자를 잡았다.회사에서 유연서를 찾아 직접 차에 앉혀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윤이건은 차에서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손은 차창에 걸치고 손가락으로 창틀을 가볍게 두드린다.그리고 조수석에 앉은 유연서에게 곁눈질 하더니 저도 모르게 또 부하들이 보고한 그 소식들을 떠올린다.마음이 복잡해 죽을 지경이라 망설이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연서야, 그 당시 화재 현장에 있었던 일 너 아직도 기억하니? 얼만큼 기억하고 있어?"원래 수술 자체가 두려웠던 유연서는 윤이건이 화재사건 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