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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뻔뻔하기 그지없다

이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마음속 깊이 쌓아 두었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사부님.”

“이진아, 네가 잠든 틈을 타서 도망가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너도 사부님이 어떤 성격인지 잘 알잖아. 가만히 한 곳에만 있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래.”

배서준은 이진에게 화를 낼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당당하게 말을 꺼냈다.

이진은 화를 잠시 가라앉히고, 전화 너머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는 입을 오므렸다.

“지금은 특수한 시기라 사부님이 혼자 밖에 나가시는 건 너무 위험해요. 됐고, 제가 데리러 갈 테니 어디 계신 건지 말씀해 주세요.”

전화로 따지는 것보단, 차라리 배서준을 빨리 데려와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러자 배서준을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

“나, 지금.”

‘내가 이곳이 어딘지 알았다면 굳이 이진에게 전화를 했겠어?’

배서준이 꾸물거리며 대답을 못하자, 이진은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때 이진은 갑자기 뭔가 생각나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사부님, 주소를 보내주시면 제가 직접 데리러 갈게요.”

배서준은 반평생을 떠돌아다녔기에 수많은 나라의 풍경을 봤었다.

그러나 그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배서준은 엄청난 길치였다.

그러기에 자주 가던 곳이 아니라면 안내판이 바로 앞에 있어도, 배서준은 눈이 멀기라도 한 듯이 방향을 찾을 수 없었다.

이진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배서준은 또 길을 잃었을 것이다.

전화 너머의 배서준은 확실히 길을 잃었기에, 이진의 말을 듣자마자 구원자를 만난 듯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래! 얼른 와, 기다리고 있을 게요!”

전화를 끊은 후, 배서준은 자신의 위치를 이진에게 공유했다.

배서준은 규모가 가장 크고 호화로운 상가에 있었다.

그 상가의 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하여, 길치는커녕 정상인이라도 몇 번 걸어보아야 길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는, 자신의 장비를 들추어내어 재빨리 상가로 달려갔다.

이 시각 상가에는 인파가 엄청나게 붐비고 있었다.

이진은 비록 얼굴을 가렸지만,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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