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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얼룩 고양이

정희는 민시우와 사이가 틀어진 일로 기분이 언짢아 오랫동안 이진과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

시우가 온갖 사과와 비위를 맞추자 정희도 화해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이때 이진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근데 이 말투 정말 아픈 사람 맞는 거야?’

아마 그 광팬들 때문에 몸살을 앓는 것 같았다.

정희는 이진을 애틋하게 여기는 한편 그녀를 재촉하였다.

“나인 줄 알면서 빨리 와서 문 안 열어줘? 나 지금 디저트를 들고 너희 집 별장 밖에 있어.”

“왔어?”

정신을 차린 이진은 뇌보다 몸이 더 빨리 반응하고 재빨리 문 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이진은 별장의 하인들에게 모두 휴가를 주고, 그녀가 직접 음식을 준비하였다.

다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데, 정희도 요 며칠 동안 요리를 연구하고 있었고, 가져온 디저트가 바로 그녀가 직접 만든 것이다.

이진의 시선은 정교하게 세팅되어 있는 디저트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의심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정말 먹을 수 있는 거야?”

“그게 무슨 뜻이야?”

정희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진의 좋은 솜씨를 떠올리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어쨌든 여러 번 해봤으니 먹을 수는 있을 거야…….”

‘뭐가 그리 불확신해!’

이진의 입꼬리가 살짝 움직였다. 정희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희가 그녀에게 너무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녀가 기억하는 유일한 정희 요리 경험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앞에 있는 이 정교한 디저트는 겉만 있고 맛은 아니다.

이진은 한숨을 내쉬며 정희의 간절한 시선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디저트를 집어 들었다.

‘어쨌든 정희의 마음이야, 한 입도 맛보지 않을 수 없어.’

겨우 한 입에 이진은 먹은 것을 하마터면 내뱉을 뻔했다. 얼굴에는 뭐라고 묘사하기 힘든 표정이다.

‘이게 어디 디저트 맛이야? 디저트라고 해도 며칠 밤을 새운 유통기한이 지난 디저트일 거야!’

이진은 억지로 삼켰다. 물 반 컵을 마셔 겨우 넘기고, 손을 정희에 어깨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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