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7화 자기 편으로 만들다

이영이 말을 마치자 임만만은 고개를 들고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만 씨는 너무 착해서 문제야. 방금 졸업한 대학생들이 직장에서 혼나는 건 흔한 일이긴 한데 방금 상황에서 그러는 건 이 대표가 너무 한거 아니야? 난 만만 씨가 혼나는 게 너무 마음 아팠어.”

이영은 말하면서 임만만의 팔을 붙잡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친한 친구 같았다.

“이영 씨, 그렇게 말하진 마세요. 이 대표님께선 저한테 충분히 잘해주세요…….”

말을 하던 임만만의 목은 점점 메었다.

“잘해준다고? 진짜 만만 씨한테 잘해준다면 만만 씨가 비서인 걸 뻔히 알면서 밖에 나가 업무를 보라고 하겠어?”

이영의 목소리는 하마터면 복도 밖의 사람들에게 들릴 뻔했다. 그녀는 마치 울분에 찬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영의 이런 모습에 임만만의 정서는 그제야 조금 가라앉았다. 임만만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저도 좀 이해가 안 갔거든요. 전 단지 펜을 검사하지 않은 것뿐인데 대표님께서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있으신지…….”

임만만이 속마음을 얘기하자 이영의 입꼬리는 순식간에 올라갔다.

‘역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계집애라 그런지 빨리 넘어오네.’

그러나 아직 임만만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에는 이르기에 천천히 꼬드겨야 한다.

이영은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간단하게 두 마디 얼버무린 뒤 비상계단을 떠났다. 임만만과 대화를 마친 후 분명 또 계기가 있어야 임만만이 그녀에게 마음을 돌릴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이 계기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이날 오후 점심시간에 이영은 GN 그룹의 탕비실에서 휴식하고 있었다. 그 구역은 공개된 구역이라 고객들이 쉬러 오는 김에 업무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개의 룸도 설치되었다.

이영이 매일 그중의 한 개 룸을 차지하고 휴식하는 건 모든 직원들이 알고 있는 일이다. 결국 이영은 매니저에서 직원으로 바뀌었지만 신분은 그대로였다. 이영은 여전히 이기태의 딸이고 이진의 동생이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