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너무 급해하진 마. 내가 뭐 할지는 곧 알게 될 거야.”보스는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상의를 벗었는데 이때 허리춤에 있던 총이 그대로 드러났다.모두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이진은 몰래 미소를 지었다.‘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더니 자기가 어떻게 죽을지는 모르나 봐.’보스가 이진의 옷을 벗기려던 찰나 갑자기 하체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이진을 보자 그녀는 발로 보스를 걷어찬 후 그의 이그러진 이목구비를 보며 냉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뒤에 놓인 손을 풀어진 밧줄에서 빼냈다.사실 임만만이 그들과 다투고 있을 때 그녀는 이미 밧줄을 풀었는데 지금까지 기다렸던 이유는 그녀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다만, 이 정도로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이진은 여전히 바닥에 앉아 있었는데 보스는 돼지를 잡는 듯한 비명소리를 질렀다. 이진은 그의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얄밉기도 했는데 그녀는 얼른 팔을 앞으로 내밀어 그의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냈다.이때 임만만은 창고의 다른 편에서 납치범의 몸 밑에 깔려있었다. 그 납치범이 손을 임만만의 셔츠에 넣으려는 찰나 보스의 비명소리가 들려와 그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놈이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하려던 찰나 이진이 그를 향해 총을 쏘았다. 그녀는 그의 머리나 심장을 향해 쏜 것이 아니라 허리를 쏘았다. 허리를 쏜다면 많은 출혈을 일으키지만 단기간에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아!”원래 임만만은 죽고 싶은 심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남자의 음흉한 웃음소리와 역겨운 비린내를 맡고 있던 찰나 총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고는 눈을 떴다.하지만 눈앞의 장면에 임만만은 입을 크게 벌리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총을 든 사람이 이진이고 쓰러진 사람이 납치범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이진은 임만만의 표정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했다.만약 애초에 그녀가 이 아이를 비서로 데려오지 않았
납치범들은 보스가 이렇게 고함을 지르자 온몸이 떨렸다.그들은 서로 쳐다보더니 그중 한 사람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보스, 그런데 그쪽에서 이 계집애를 죽이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괜히 죽였다가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요…….”“X발, 이 개자식들아. 빨리 안 쏘면 내가 너희들 모두 죽여버릴 거야.”보스는 고통스러워하며 욕을 퍼부었다. 그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방금 그녀의 발길질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그는 두 다리가 모두 나른해져 땅바닥에 누운 채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보스는 엄청 잔인한 사람이라 그들은 이진보다 보스를 더 두려워했다.그들은 서로 쳐다보더니 저도 모르게 침을 몇 번 삼키고는 마침내 결심을 내렸는데 그들 중 한 놈이 총을 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손목이 저려왔다.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봤는데 그놈은 하마터면 놀라 기절할 뻔했다. 그는 손에 쥐던 총을 땅에 떨궜는데 그의 손목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알고 보니, 그가 총을 쏘려고 할 때 구석에서 누군가가 총을 쏴왔다.“누구! 누구야!”갑자기 알 수 없는 사람이 나타난 데다가 그 사람은 분명 이진의 편이였다.가뜩이나 당황한 납치범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그들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조차 없었다.“누구야! 당장 나오지 못해? 내가 네놈의 머리를…….”또 다른 놈은 두 손이 무척이나 차가웠는데 가능한 한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한편으론 보스한테 보여주는 거고 다른 한편으론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다.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총소리가 또 한 번 울렸다.“아!”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놈은 운이 나빠 손목이 아니라 아랫배를 맞았다.갑자기 나타난 알 수 없는 총소리에 이진도 놀라고 말았다. 숨어서 그녀를 돕는 사람이 누군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비록 두 번 모두 납치범들을 향해 쏘았지만 몰래 숨어있는 그 사람이 자신의 편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우선 그렇게 많은 것들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이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납치범들이
‘정말 오랜만이긴 하네.’이진은 한시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음속으로 대답했다.그녀는 해외에서 돌아온 이후 한 번도 한시혁과 만난 적은 없었고 가끔 연락만 했었다.처음에 그녀는 한시혁의 전화랑 문자 등을 자주 받았었다. 그러나 이진이 계속 답장을 피하자 한시혁도 그녀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은 만나기는커녕 연락을 한지도 오래였다.비록 한시혁이 그녀에게 잘해 주긴 했지만 이진은 그래도 좀 어색했다.그러나 이런 것들은 둘째치고 두 사람은 사이가 정말 좋았고 지금 그는 그녀를 구해주기까지 했다.이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한시혁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밖에서 또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한시혁의 어깨를 넘어 바라보니 한 무리의 경찰들이 이곳에 도착했다. 그 사이에는 윤이건도 있었다.윤이건의 얼굴을 보자 이진은 기분이 좋았는데 그녀 스스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윤이건은 이진을 다시 보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더니 이진을 한 번 훑어보고 그녀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만 두 사람이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녀의 이런 낭패 한 모습은 처음이었다.한시혁은 이진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고 누가 온 건지는 더욱 개의치 않았다.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자신의 외투를 벗어 이진의 어깨에 덮어주었다.이진은 이런 사소한 일들을 따지기 귀찮았고 굳이 따질 마음도 없었다.경찰이 오자 그녀는 바로 앞으로 나가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납치범들은 뒷문으로 도망갔는데 아직 도망 간지 몇 분 지나지 않았어요.”그러자 대장은 그 말을 듣고 얼른 뒤에 있는 대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대원들이 모두 출동한 후에야 대장은 이진을 돌아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진 씨, 다치진 않으셨나요?”“저와 제 비서는 모두 괜찮아요. 이렇게 빨리 도착해 주셔서 감사해요.”대장은 이 말을 듣자 울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보아하니 잘리진 않을 게 분명했다.
유연서는 원래 윤이건한테 말을 걸려고 했는데 이진의 말을 듣자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진을 보았는데 온몸이 후들후들 떨려왔다.만약 경찰 측에서 유호신을 찾았다면, 유호신이 이 일을 까발리기라도 한다면…….유연서는 경찰에게 말을 하려고 입을 오물거렸지만 제 발이 저려 감히 윤이건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경찰은 더욱 쳐다보지도 못했다. 지금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한편 이진은 납치범들과 유호신이 나눴던 대화 내용을 모두 경찰에게 말했다.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심지어 말투마저 모방하며 상황을 설명했다.경찰 측은 모두 좀 의아해했지만 진지하게 기록을 했다. 정말 이 사람들을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큰일 날것이다.그리고 이진이 경찰과 이야기는 나누는 과정에 윤이건은 그녀의 옆에 꼭 붙어있었다.그의 시선은 이진의 몸에서 단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그녀가 경찰한테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을 듣자 그의 마음도 그제야 진정이 되었다.그녀가 정말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야 증명할 수 있었다.대장이 사람들을 데리고 철수할 준비를 하려고 할 때 윤이건은 이 틈을 타 이진의 앞으로 걸어갔다.“가자, 데려다줄게.”원래 윤이건이 말하려던 것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한다면 이진이 싫어할까 봐 결국 억지로 말을 바꿔 말했다.그러나 이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시혁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말을 했다.“이진아, 정말 오랜만이야. 이렇게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으니 배고플 텐데, 내가 밥 사줄 테니 밥 먹으러 갈래?”이 말을 듣자 윤이건은 고개를 돌리더니 이를 악물며 한시혁을 바라보았다.‘이처럼 뻔뻔할 수 있다니.’윤이건의 눈빛이 너무 뜨거웠는지 한시혁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시선을 돌렸다.두 남자의 시선이 마주치자 말은 안 해도 공기 중에는 온통 불꽃이 튀어 보는 사람들이 죽을 지경이었다.다만 그들이 의외인 것은 이진은 그들을 전혀
“똑바로 말해.”그녀는 팔짱을 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는데 지금 임만만이 말하려는 것이 절대로 좋은 소식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임만만을 다시 보자 그녀는 고개를 더 숙이더니 그녀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고 온통 억울함과 불안함에 빠져있었다.“사실 제가 GN 그룹에 들어온 것은 한시혁 씨께서 절 고용하셨기 때문이에요. 목적은 바로 당신을 접근하기 위해서예요.”예상 밖의 말이었지만 그녀는 별로 놀라진 않았다.이진은 그저 임만만이 이곳에서 이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어리둥절했을 뿐이다.임만만의 여전히 빨갛게 부은 손목을 보자 이진은 방금 이 계집애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소리치는 모습이 생각나 입술을 오물거렸다.“먼저 돌아가서 쉬어.”화를 내며 한 말은 아니었는데 고개를 숙이던 임만만은 이 말을 듣자 바로 고개를 들더니 마음이 몹시 심란해 보였다. 그건 마치 한순간에 버림받은 느낌이었다.방금 납치범을 마주했을 때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지금 갑자기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비록 그녀는 한시혁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GN 그룹에 들어간 후부터 그녀는 이진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은 마치 의존과 숭배를 뛰어넘은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그리고 방금 몇 분 전에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었다.임만만은 지금까지 이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이렇게 버려졌으니 너무 아깝고 속상했다.“대표님, 제발 계속 대표님 곁에 있게 해 주세요. 정말 대표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떨렸는데 그녀의 낭패하고 초췌한 얼굴까지 더하니 무척이나 불쌍해 보였다.윤이건은 한쪽에 서서 이진을 조용히 살펴보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전에 받았던 문자가 생각났는데 문자에는 온통 보복하겠다는 내용과 갚아야 할 내용들이 가득했다.‘이 여자라면 어떻게 할까?’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한시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갑고 냉랭했다.그러나 윤이건은 한시혁이 이진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이상한 감정을 보아낼 수 있
옆에 서 있던 한시혁은 이진의 귀여운 모습을 보자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윤이건이 바라보는 뜨거운 눈빛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이때 그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면 이진과의 거리가 가까워져 서로 어깨가 닿을 것이다.“만약 한 가지 요구 더 있다면 들어줄 거야? 너랑 밥 먹고 싶은데 이 정도 요구는 받아줄 수 있는 거지?”“오랜만에 만난 거긴 한데 언제 이런 걸 배웠어?”한시혁의 말과 컨디션에 이진은 오히려 싫증을 느꼈다기보단 무기력함이 가득했다.그는 그녀에게 잘해주긴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몹시 불편했다.그러나 오랫동안 알고 지난 세월이 있어 그들 사이에 정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그리고 한시혁은 모진호를 엄청난 가격에 산 것도 모자라 그녀에게 내주었는데 밥 한 끼 정도는 흔쾌히 함께 할 수 있었다.이진은 마음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한시혁은 너무 기뻐 눈빛이 달라졌다.다만 옆에 있던 한시혁은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금 날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야? 내가 법적으론 남편인데 어떻게 나를 무시할 수 있어?’“이진아…….”윤이건이 입을 열려고 하자마자 이진은 몸을 돌려 그에게 미소를 보였다.그러자 그는 하려던 말을 멈췄다.“이번 일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먼저 돌아가 쉬세요.”이진이 윤이건과 말할 때의 말투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이 점에 대해 두 당사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켜보던 한시혁은 눈치챌 수 있었다.그러자 방금까지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는 양쪽에 늘어진 주먹을 천천히 움켜쥐었다.이진이 이렇게 말하자 윤이건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놈이 모진호를 차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피식 웃었다.그 사이에 이진은 한시혁을 따라 그곳을 나섰다.입을 열어 그녀를 부르려고 했지만 그는 끝내 그녀를 부르진 않았다.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자 윤이건은 이를 악물었다.지금 그는 뭔가 아
차에 앉아있던 유연서는 마치 고속도로에 놓인 기분이었는데 그녀는 힘껏 핸드폰을 잡으며 두려운 마음을 숨겼다.이때 그녀는 이미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바꾸었기에 수시로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때 메시지가 도착해 핸드폰의 스크린이 밝아오자 그녀는 얼른 손으로 가렸다. 그러나 동작이 너무 커 팔꿈치가 유리에 부딪혀 운전기사를 놀라게 했다.“연서 씨, 괜찮으세요?”기사는 혹여나 말을 잘못할까 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괜찮아요.”그녀는 운전기사를 향해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지은 후에야 문자를 확인했다.유호신이 이 일을 짊어질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자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호신이 잡혀도 그녀가 연루되지는 않을 것이다.한편 한시혁은 이진과 임만만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자 이진은 그제야 그들이 시내 안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밥 먹는다며?”이진은 창밖의 풍경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의심이 했다.“응,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야. 네가 좋아했으면 좋겠네.”한시혁은 몸을 옆으로 기울이며 이진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매우 부드럽게 말했다.임만만은 조수석에 앉아 백미러로 그들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납치 사건에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예의상 감히 눈을 감고 쉬지 못한 것뿐이다.차가 한 시간 반 정도 달리자 이진이 궁금해 나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침내 차가 천천히 멈추었다.한시혁은 먼저 차에서 내린 후 문을 열더니 매우 신사적으로 이진의 손을 잡고 그녀를 부축하였다.“이건…….”이진은 눈앞의 광경을 살펴보더니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눈앞의 이곳은 식당도 별장도 아닌 정원이었다.“경치가 생각보다 아름답지? 이건 내가 산 정원이야.”한시혁은 옆에 서서 그녀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는 말하면서 이진을 데리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네가 샀다고? 그럼 해외…….”비록 한시혁이 늘 예상 밖인 일들을 해왔지만 이번 일
“됐어, 밥 먹을 땐 그만 생각하는 게 좋겠어.”이진이 갑자기 생각에 빠지자 한시혁은 얼른 화제를 돌리며 일어나 와인을 가득 따랐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고는 식기를 바꿔주고 휴지를 준비했다.이 모든 것들을 한시혁이 직접 하자 그들을 모셔야 할 하인들이 감히 끼어들지 못했다. 반대편에 앉은 임만만은 식사에만 집중하였는데 그녀는 오히려 편안한 감이 들었다.그러자 옆에 있던 하인들은 어느덧 낌새를 알아차렸다.사실 그들은 한시혁한테서 만찬을 준비하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벌써 낌새를 알아차렸다.비록 한시혁이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도 그를 잘 알진 못했지만 이진은 그가 데려온 첫 여자였고 이렇게 알뜰하게 보살펴주는 걸 보자 모두 눈치챌 수 있었다.비록 한시혁은 그들더러 시중을 들라고 시키진 않았지만 혹여나 돌발 상황이 일어날까 봐 하인들은 옆에 서있었다.식사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났디.오늘 이렇게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진 탓에 이진이 입맛이 없었던 데다가 밥을 먹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자 아무리 맛있어도 그녀는 맘 편히 먹을 수가 없었다.“잘 먹었어?”한시혁의 관심 가득한 눈빛에 이진은 입가를 닦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럼 됐어, 날씨가 꽤 좋은 것 같은데 정원에 가서 산책이나 할래?”그는 이진에게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진은 눈썹을 찡그렸지만 끝내 벗어나진 못했다. 그러나 이 정원의 경치는 말이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나는 도시 속에 이런 풍경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잔디밭을 밟으며 나무들과 꽃밭을 보자 이진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눈을 살며시 감고는 자연에 싸인 듯한 느낌을 만끽했다.“우연히 이곳을 발견했는데 보자마자 네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한시혁의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진은 눈을 뜨고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이곳은 비록 좀 외지지만 네가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이곳에서 지내도 돼. 난 너라면 언제든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