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은 눈썹을 찡긋거리며 서희와 악수했다.“안녕하세요, 전 최하연입니다.”“부 대표님한테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하연 씨는 소문처럼 예쁠 뿐만 아니라 성격도 좋으시네요.”서희는 말을 매우 듣기 좋게 했다. 이 말을 들은 하연은 고개를 돌려 상혁에게 말했다.“상혁 오빠 눈에 내 장점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이에 상혁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모두 사실이잖아.”하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됐어, 이만 돌아가자! 나 배고파 죽겠어!”“그래.”상혁은 피식 웃으며 하연을 쳐다보았다. 세 사람은 함께 회사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 서희는 당연히 운전석에 앉았다.“임 비서, 부씨 주택으로 가.”서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대표님.”차창 밖의 건물들을 내다보던 하연은 입을 열었다.“오빠 덕분에 TY 그룹과의 계약을 따낸 것 같아. 이틀 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야.”이에 상혁은 가볍게 응했다.“그건 정말 좋은 프로젝트야. 초기엔 좀 고생해야겠지만 나중엔 많이 좋아질 거야.”“모두 오빠가 도와준 덕분에 일이 잘 풀린 거야! 정말 고마워, 오빠.”하연은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이 말을 들은 상혁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사이에 그런 말 할 필요 없어.”하연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다음부턴 안 할게.”서희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상혁이가 하연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는 것에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매우 질투가 났다.“대표님, 앞쪽 가게에 사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케이크가 있는데 잠깐 차 세울까요?”조진숙이 한 번 언급했었기에 상혁도 그 가게를 알고 있었다.“그래, 잠깐 차 세워. 내가 사러 갈게.”서희가 차를 가까운 주차장에 세우자 하연이가 얼른 말했다.“나도 함께 가!”“괜찮아, 금방 다녀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하연은 어쩔 수 없이 상혁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상혁이가 떠난 후 서희가 입을 열었다.“사모님께서 이 가게의
“부 대표님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분을 만나서야 합니다.”하연은 서희가 말하려는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만 비서가 이런 말을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임 비서님은 회사 일뿐만 아니라 대표의 사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계시나 보네요. 제가 한 마디 경고하자면, 더 이상 오지랖을 피우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서희는 하연이가 이렇게 무례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더 이상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저도 대표님을 위해 한 말입니다. 만약 두 분이 만나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어 대겠어요? 하연 씨께서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저희 대표님은 분명 신경 쓰실 겁니다.”서희가 말을 마치자마자 상혁은 차에 올랐다. 상혁은 차에 오르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하연에게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서희의 말은 하연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가족들은 모두 두 사람이 만나보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정작 상혁의 생각은 소홀히 했다. 하연의 타오르던 마음은 순식간에 꺼지고 말았다. 하연은 상혁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별일 없었어. 임 비서님과 잠깐 이야기 좀 나누고 있었어.”서희는 하연이가 고자질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연은 오히려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대표님, 저랑 하연 씨는 생각 밖으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요.”상혁은 다시 하연에게 물었다.“정말이야?”하연은 애써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숨긴 채 말했다.“얼른 돌아가자! 이모가 기다리고 있겠어!”상혁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은 채 서희더러 차를 출발시키라고 분부하였다.차를 별장의 정원에 세워졌다. 조진숙은 일찍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연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가 맞이했다.“하연아, 정말 보고 싶었어!”하연은 단번에 조진숙의 품에 안긴 채 말했다.“이모, 저도 너무 보고 싶었어요!”조진숙은 늘 하연을 친딸처럼 예뻐했다.“이모가 이틀 전에 쇼핑하다가 너랑 어울릴 것 같은 보석들을 사놨어. 집에 돌아갈 때 꼭 가지고 가!”“정말요?
조진숙은 순간 속으로 계획을 떠올렸다.하지만 그걸 알 릴 없는 서희는 다급히 말했다.“부 대표님이 저더러 운전하라고 하셨거든요.”조진숙은 대충 대답하고는 원망의 눈초리로 상혁을 바라보았지만 그 의미를 알지 못한 상혁은 코를 쓱 만졌다. 그때 조진숙이 갑자기 서희를 쫓았다.“그렇다면 임 비서 할 일은 끝났으니까 그만 가 봐. 우리 양딸도 오기로 했으니까 식사 초대는 못 할 것 같네. 다음에 집에 한 번 와.”그 말에 잠깐 멍해 있던 서희는 이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네, 사모님. 전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서희는 말을 마치고 상혁을 바라봤다.“대표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상혁은 ‘그래’라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상황이 못마땅해 서희는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지금 당장은 남아 있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서희가 떠난 뒤 조진숙은 하연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우리 하연이, 걱정하지 마. 이놈이 옆에 앞으로 다시는 여비서 두지 못하게 내가 손보마. 뭔 여자애가 저렇게 행실이 가벼워?”말을 마친 조진숙은 상혁을 째려보는 걸 잊지 않았다.“당장 저 여자 다른 부서로 옮겨. 안 그러면 내가 너 가만 안 둘 테니까.”상혁은 별로 다른 의견이 없었다. 어머니의 말은 뭐든 옳다고 생각했으니.하연도 조진숙이 이토록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잠깐 놀랐다.‘하지만 사람 보는 눈은 인정해야 한다니까.’“이모, 제가 좋아하는 갈비찜 준비했다면서요? 저 배고파요.”“먹성 좋은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얼른 들어가자.”한 가족이 식탁 앞에 둘러앉은 모습은 매우 온화하고 화목했다.“하연아, 네가 좋아하는 갈비찜이야, 숯불갈비도 준비했으니 많이 먹어.”그릇을 꽉 채우다 못해 산을 이룬 반찬을 보며 하연은 얼른 말했다.“이모, 이만하면 됐어요. 이렇게 많이 짚어 주시면 저 다 못 먹어요.”“괜찮아. 네가 못 먹으면 이놈한테 주면 되니까. 어릴 때부터 먹다 남은 밥은 많이 먹었으니까.”“?”상혁은 조진숙의 말에 순
상혁은 조진숙의 뜻을 바로 이해했지만 하연이 자꾸만 저와 가까워지는 것 같다가도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이건 분명 험난하고 긴 여정이 될 터였다.“참, 하연아. 네가 디자인에 관심 있어 했었지? 민성시립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안형준이 내 동기거든. 며칠 뒤 B시에서 전시회를 연대. 내가 초대장 받았으니까 나중에 상혁이랑 같이 가 봐.”하연은 관심 있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볼 양옆으로 보조개가 곱게 패였다.“네. 이런 학습 기회가 있다니 너무 좋아요.”그 말에 조진숙은 기분이 좋은 듯 상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서 상혁은 당연히 제 어머니가 저와 하연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네. 나중에 제가 같이 갈게요.”그제야 조진숙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희 둘이 같이 간다니 마음이 놓이네. 그런데 너 꼭 하연이 잘 챙겨야 한다.”“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성운 오빠가 얼마나 자상한데요, 저 잘 챙겨줄 거예요.”하연이 이내 성운을 대신 감싸주었다.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을 보자 조진숙은 만족한 듯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안형준은 민성시립대학 디자인학과의 유명한 교수로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학생을 배양해 냈다.심지어 그동안 발표한 작품마저 국내외 수많은 상을 휩쓸며 디자인 업계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대상으로 되었기에, 이번 전시회에는 국내외 수많은 사람을 끌어 모았다.“서영아, 네 작품 안 교수님께 드린 거 맞지?”문 앞에서 이수애가 서영을 끌어당기며 물었다.“너 이제 2학년이야, 만약 안 교수님 제자로 대학원에 들어가려면 이 기회 꼭 잡아야 해. 절대 실수하면 안 돼, 알았지?”서영은 이수애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귀찮은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작품은 진작 줬어. 걱정하지 마라니까. 난 내 작품 자신한다고. 대학원 들어가는 거 문제없어.”이수애는 그제야 안심했다.“그렇다면 다행이고. 이따가 안 교수님 앞에서 잘 보여야 해. 꼭 너 미리 내정할 수 있게 깊은 인상을 남겨 드려
이수애는 하연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됐어. 쓸데없는 생각 그만해. 내가 한 말 꼭 기억하고, 교수님한테 잘 보여.”하연과 상혁은 함께 왔다.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함께 나타나자 수많은 사람의 눈길을 한꺼번에 사로잡았다.사람들에게 상혁은 조금 낯설었지만 하연에 관한 소문과 기사는 많이 접했기에 사적으로 적지 않게 얘기했었다.“최하연이 이혼했다더니 여전히 잘살고 있나 보네. 파트너도 어디서 저렇게 훌륭한 사람 구했는지, 한서준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그러게. 우리랑 다른 부류인 것 같아. 대체 어느 집 도련님이래?”“혹시 FL그룹 알아? 요즘 떠오르는 기업.”그때 누군가 상혁을 알아보고는 으쓱해 하며 설명했다.“저 사람 FL그룹 대표야.”사람들은 하나둘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쩐지. 둘이 저렇게 서 있으니 진짜 너무 잘 어울린다. 아주 천생연분이 따로 없네.”“너무 부럽다. 최하연은 운이 참 좋은가 봐.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 얼굴도 예쁘지, 능력도 뛰어나지. 요즘 DS그룹 실적도 최하연 덕에 점점 상승세라던데.”“어디 그뿐이야? 이혼했어도 또 저렇게 좋은 남자 얻었잖아. 한 대표님 지금 엄청 후회하겠네.”“...”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서영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버럭 서리쳤다.“웃기고 있네! 우리 오빠가 왜 후회해? 저렇게 가벼운 여자는 우리 집에서 안 반기거든.”사람들은 서영을 보자마자 감정도 숨기지 않은 채 비아냥거렸다.“아이고, 이게 누구야? 한서영 아니야? 안 교수님 제자로 대학원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라면서? 고생 좀 하겠어? 안 교수님 요구 엄청 높은데, 개나 소나 교수님 밑으로 들어가는 거 아니거든.”“내가 붙든 말든 너희랑 무슨 상관인데? 오히려 너희야말로 말 좀 가려서 해. 공적인 자리에서 헛소리하지 말고.”서영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경멸하듯 말했다.“우리가 뭐 틀린 말 했나?”“그러게. 애초에 최하연을 그렇게 무시하더니, 꼴 좋다. 상대가 이렇게 대
“내가 방금 주위를 돌아봤는데 네 작품 없던데? 정말 안 교수님께 작품 바친 거 맞아?”서영은 번뜩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어, 바쳤어. 아마 다른 쪽에 있을 거야. 따라와 봐.”두 모녀는 이내 전시장 반대편으로 걸어갔다.한편,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하연은 오히려 매우 덤덤해 보였다.여유롭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하연은 인사를 나눈 뒤 그들과 헤어지고 구석에 있는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그때 상혁이 샴페인 한 잔을 하연에게 건네주었다.“왜? 힘들어?”하연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아까 봤는데, 오늘 전시회에 교수님 작품은 별로 없더라고, 대부분 제자들 작품인 것 같았어. 안 교수님도 이제 곧 정년퇴직 하며 마지막 제자를 받으신다더니, 오늘 이 기회에 제자들 실력 보려고 하시나 봐.”“그래요? 그럼 우리도 가서 구경해요.”두 사람은 작품이 걸려 있는 복도를 빙 돌며 작품을 감상했다. 작품을 보는 내내 하연의 눈에는 온통 찬사뿐이었다.“이 작품 진짜 좋네요. 아이디어도 독특하고, 공 많이 들인 것 같아요.”하연이 마음에 드는 듯 칭찬하자 상혁은 하연의 시선을 따라 작품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진짜 괜찮네. 이 학생 1학년이거든.”“1학년인데 이런 작품을 디자인했다고요? 재능이 남다른가 봐요.”“하지만 오늘 전시회에 아주 대단한 작품이 있거든.”상혁의 말에 하연은 이내 관심이 생긴 듯 눈을 반짝였다.“그래요? 어디 있는데요?”상혁은 손가락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한 곳을 가리켰다.“저기, 앞에 사람들 엄청 모였잖아. 다들 그 작품 보려고 모인 거야.”그 말에 하연의 궁금증은 고조에 달했다.“사람들이 저렇게 빛나는 눈으로 감상하는 걸 보니 엄청 대단한 작품인가 봐요.”이윽고 상혁을 끌어 그림 쪽으로 다가갔다.“정말 의외네요. 한서영 씨가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디자인하다니.”“색감도 대답하게 활용했고, 디자인 아이디어도 독특해. 만약 기성품이 나오면 엄청 놀라울 것 같은데.”
“한서영 씨,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디자인한 걸 보니, 영감을 받은 계기도 아주 기특별할 것 같은데,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누군가 갑자기 묻자 서영은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고 당당하게 얘기했다.“사실 이 작품은 제가 F국의 패션쇼에서 영감을 받은 겁니다. 그때 여성의 독립과 지성미를 주제로 다뤘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담하고 여성성을 나타낼 수 있는 컬러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재봉에도 신경 썼거든요, 소매와 넥라인을 보면...”서영의 설명이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 찬사의 눈길을 보냈다.“와, 한서영 씨가 디자인에 이렇게 조예가 남다를 줄 몰랐네요, 아이디어도 참 독특하고요. 어쩐지 작품이 훌륭하다 했네요. 혹시 앞으로 계약할 스튜디오는 결정해 두셨나요? 우리 스튜디오에 마침 한서영 씨 같은 훌륭한 인재가 필요하거든요.”“저희도 패션 사업을 하고 있거든요. 한서영 씨 같은 인재라면 졸업하고 나서 언제든 우리 회사에 오셔도 좋습니다.”사람들은 말하면서 서영에게 앞다투어 명함을 건넸다.서영은 싱긋 웃으며 명함을 받더니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고마워요.”사람들이 저를 이렇게 떠받들어 주니 서영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으쓱해서 도도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던 서영은 마침 하연과 눈이 마주쳤다.하연의 비아냥 섞인 눈을 본 순간 서영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 안절부절못하며 이내 눈을 피했다.“왜 그래? 기분 안 좋은 것 같은데?”하연의 이상함을 느낀 상혁이 관심 섞인 질문을 건넸다.“아니에요. 그냥 도둑질한 주제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워서요.”상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서영의 작품을 보더니 공정한 관점으로 말했다.“이 작품 확실히 훌륭해. 사람들이 이렇게 칭찬하는 것도 이해되고. 한서영 씨도 소문처럼 무능한 건 아닌가 봐.”하연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저 작품 한서영이 그린 거 아니에요.”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안형준이 사람들의 눈빛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 옆에는 익숙한 얼
이수애는 말하면서 서영을 앞으로 밀었다.그러자 서영도 다급히 그 기회에 자기를 어필했다.“저 대학 졸업하면 교수님이 계신 대학원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교수님 밑에서 함께 디자인에 관해 공부하고 배우고 싶습니다.”안형준은 알았다는 듯 격려했다.“힘내요.”말을 마치고 떠나려는 안형준을 보자 이수애는 격동된 나머지 서영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서영아, 네가 뽑히는 건 문제없을 거야! 앞으로 꼭 노력해서 엄마 실망하게 하면 안 된다.”‘보아하니 안 교수님의 제자가 되는 건 이제 문제없겠어.’서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하연이 어두운 얼굴로 서영에게 다가왔다.그리고 서영이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려던 그때.“우리 예기해.”짤막한 한마디에 서영은 못이라도 박힌 듯 그대로 멈췄다.서영은 그 말을 무시하고 도망치려 했지만 발을 내딛기도 전에 하연이 그녀의 팔목을 낚아챘다.“왜? 찔려?”옆에 있던 이수애는 하연이 서영을 붙잡은 걸 보자 다급히 달려왔다.“최하연! 너 뭐 하는 거야? 당장 서영이 놓지 못해?”하연은 이수애를 무시하고 서영을 바라봤다.“마지막으로 기회 주는 거야. 얘기해.”주위 사람들은 두 사람의 모습에 모두 의아한 눈빛을 보내왔다.그걸 보자 서영은 깊은숨을 들이켜면서 한발 물러섰다.“엄마, 나 괜찮아. 우리 얘기하고 올게.”“그런데...”서영은 얼른 이수애를 안심시켰다.“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설마 나한테 무슨 짓이라고 하겠어?”그 말에 하연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하지만 서영은 겉보기와 달리 불안한 가슴을 달래기 위해 옷깃을 꽉 그러쥐었다.홀을 나와 복도에 도착하자 하연은 발걸음을 멈췄다.“한서영, 방금 그 디자인 왜 너한테 있어?”그 말을 듣는 순간 서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올 게 왔구나.’‘하지만 원고도 내 손에 있는데 뭐 어쩔 건데? 이 디자인이 최하연 거라 해도 증명할 수는 없잖아.’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던 서영은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무슨 말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