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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진짜 모습

혜경은 말하면 말할수록 점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당장이라도 하연을 갈가갈기 찢고 싶었다.

여기까지 들은 서준은 미련도 없이 혜경을 밀어버렸다.

혜경이 이렇게 지독한 말을 내뱉은 건 전혀 놀랍지 않았다.

하지지만 서준은 더 이상 혜경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미련도 없이 뒤돌아섰다.

심지어 등 뒤에서 혜경이 어떻게 소리치든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병실을 나서자마자 복도에 있는 민진현과 마주친 서준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민진현은 전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귀밑머리에 희끗희끗한 백발이 자라났고, 얼굴은 흙빛이 감돌았다.

혜경이 광기를 부린 걸 알 리 없는 민진현은 두 사람이 얘기가 잘 된 줄 알고 싱긋 웃었다.

살짝 치켜 올린 눈썹과 말아 올린 입꼬리, 여전히 반짝이는 눈을 보면 마치 방금 본 모습이 허상 같았다.

“나도 혜경이 말에 동의하네. 목숨은 목숨으로 갚아야 하지 않겠나? 아주 공평한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서준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말했다.

“계산은 그렇게 하면 안 되죠. 민 회장님. 나이도 있으신 분이 젊은 사람들 일에 끼어들어서야 되겠어요?”

한창 얘기하던 서준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재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참, 잊을 뻔했네요. 민씨 가문이 요즘 일상생활도 어렵다면서요? 그런데 뭐, 괜찮아요. 70이 넘는 나이에 일자리 찾으러 다닌다고 비웃을 사람은 없으니까.”

그 말은 민진현의 심기를 세게 긁어버렸다.

“한서준... 이 못된 놈!”

서준은 민진현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곧게 편 채로 미련없이 떠나갔다.

차에 앉은 서준은 저도 모르게 창밖을 내다봤다.

이제야 혜경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서준은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지난 3년 동안, 하연을 무시하고, 혜경 때문에 제 옆에서 밀어낸 걸 생각하니 서준은 저 자신이 한심했다.

‘한서준, 너 정말 터무니없이 틀렸어.’

이 순간, 서준은 하연이 무척 보고 싶었다.

곧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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